지난 15일 삼성SDI는 미국과 유럽에 R&D(연구개발) 연구소를 설립한다고 밝혔어요. 지역별로 특화된 배터리 신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죠.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기술 경쟁력 확보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도 해외 연구소 확대의 이유겠죠.
삼성SDI가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이미 그 성공사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삼성SDI의 기술 경쟁력은 올해 실적에서도 드러났는데요.
삼성SDI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2% 증가한 4조7408억원, 영업이익은 45.3% 늘어난 429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사업부문별로 보면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에너지 부문, 그중에서도 중대형 전지 사업이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이끌었는데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손미카엘 중대형 전지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 부사장은 "Gen.5(젠5) 중심 판매 확대가 수익성 측면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어요.
젠5는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 삼성SDI의 고부가가치 배터리에요. 젠5는 어떤 장점이 있는 제품이기에, 사업 실적 끌어올린 주역이 됐을까요?
니켈 비중 높이고 알루미늄으로 안정화
이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4가지 요소로 구성되는데요. 그중 양극재와 음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수명, 충전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에요. 양극재는 배터리의 양극, 음극재는 음극을 이루는 소재겠죠? 젠5 배터리에는 양극재와 음극재에 각각의 혁신 기술이 적용돼 있다고 해요.
먼저 양극재의 경우 니켈 함량이 88% 이상인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이 사용된다는 점이 기술적 차별점이에요. NCA는 LCO(니켈·코발트·산화물)에 니켈과 알루미늄을 추가한 활물질이에요. NCM(니켈·코발트·망간)에서 망간이 아니라 알루미늄을 넣은 것이죠.
NCA는 니켈 비중을 높여 에너지 출력을 향상시키고 용량도 키우면서도 가격은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NCA는 NCM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이 요구돼 생산 난도가 올라간다고 해요. 니켈 함량이 증가할 경우 양극의 구조가 불안정해져 주행거리와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삼성SDI는 알루미늄과 특수 코팅 기술을 통해 배터리의 열화를 최소화하며 용량과 안전성을 모두 개선했다고 해요. 여기에 니켈 함량을 높여 원재료비도 아꼈어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죠. 그 결과물이 젠5 배터리이에요.
실리콘 더한 독자 기술
젠5 배터리의 음극에는 삼성SDI가 특허받은 독자기술인 SCN(Silicon Carbon Nanocomposite)이 적용돼 있어요. SCN 기술은 실리콘(Si) 소재를 이용해 배터리 음극의 용량을 높인 것인데요.
음극은 주로 흑연으로 구성되는데, 흑연은 충·방전이 일어날 때 팽창과 수축을 반복해 시간이 지날수록 부피가 증가하는 특징이 있어요. 음극의 경우 배터리의 안전성과 직결된 소재다 보니, 흑연의 팽창을 막는 것이 배터리 업체에는 중요한 숙제예요.
하지만 실리콘은 흑연보다 훨씬 더 잘 늘어나는 특성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음극에서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죠. 삼성SDI는 실리콘을 머리카락 두께의 수천분의 1 크기로 나노화한 후, 이를 흑연과 혼합해 하나의 물질처럼 복합화했어요. 이를 통해 기존 실리콘 소재 사용 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배터리 팽창(스웰링) 부작용을 해소했다고 해요.
팽창을 방지하는 딱딱한 성분을 섞으면 쉽겠지만, 굳이 실리콘을 선택한 이유는 실리콘의 특징 때문이에요. 실리콘은 흑연에 비해 질량 기준으로 에너지 밀도가 10배 정도 높고 충·방전 속도까지 빠르게 만들어주는 물질이에요. 삼성SDI가 실리콘을 고집해 독자 기술을 개발한 이유겠죠.
삼성SDI는 오는 2024년 니켈 함량을 91% 이상으로 높인 젠6 배터리의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을 하고 있어요. 이는 젠 5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 이상 향상된 제품이라고 하는데요. 삼성SDI의 젠 시리즈의 기술 발전이 향후 실적에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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