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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조 바라보는 성일하이텍 '핵심사업은…'

  • 2022.09.13(화) 08:10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
정철원 성일하이텍 전무 인터뷰
도시광산서 유한자원을 무한자원으로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성일하이텍 공장 /사진=백유진 기자 byj@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면에 '환경오염' 요인이 있음에도 말이다. 배터리가 대량 폐기되면 환경문제가 야기돼서다. 이같은 친환경 전기차의 역설을 해결하려면 폐배터리 재활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에선 관련법 미비로 산업 활성화 조차 어렵다. 비즈니스워치는 국내뿐 아니라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유럽·미국 현지 취재를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방안을 집중 분석하고, 친환경 전기차의 지속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군산=백유진 기자] 전북 군산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30분쯤 달리면 눈에 들어오는 새만금 산업단지를 차량으로 한참 더 달렸다. 수많은 공장을 지나치면 바닷가 근처 '성일하이텍' 상호가 눈에 들어온다.

비가 내렸음에도 30도 안팎을 오갔던 8월 더운 여름 날씨. 공장 내부에는 작업복을 갖춰 입고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공장 곳곳엔 원통형·파우치형을 가리지 않고 배터리가 수북이 쌓였다. 배터리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불량품(스크랩)만 재활용 처리하는 터라 그 규모가 크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성일하이텍 공장에 쌓여있는 스크랩 /사진=백유진 기자 byj@

2000년 설립 당시만 해도 성일하이텍은 전자부품에서 금·은·백금·팔라듐 등 비싼 귀금속류를 회수하는 사업 모델이 전부였다. 배터리 소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이후다. 국내서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면서 스크랩이 나오기 시작한 시점이다.

2008년 들어 본격적으로 스크랩을 확보해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재료를 회수하는 기술이 없어 해외에 판매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이후 개발을 진행, 2012년부터 자체 기술을 통해 전구체 원료에 사용되는 재료 생산을 본격화했다. 

배터리 재활용 과정은 크게 전처리 공정과 습식 공정으로 나뉜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방전하고 파분쇄하면 양극활물질인 니켈·리튬·코발트·망간이 묻어있는 까만색 분말, 즉 블랙 파우더가 나온다. 이 블랙 파우더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는 게 전처리 공정이다. 이후 습식제련 공정에서는 용매추출 기술을 통해 블랙 파우더에서 양극활물질을 뽑아낸다.

전처리 공정을 통해 블랙 파우더가 분리돼 쏟아지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성일하이텍은 전처리 공정은 해외 공장(리사이클링 파크)에서 진행하고, 국내(하이드로센터)에서는 전처리 공정과 습식제련 공정을 함께 진행한다. 해외 공장 입지는 스크랩 물량을 쏟아내는 전기차·배터리 제조사 공장 유무에 따라 결정된다. 해외 공장에서 전처리 공정을 거친 블랙 파우더는 군산 공장에서 제련한다. 군산 공장이 성일하이텍의 핵심 기지인 셈이다. 해외보다 국내의 매출 비중이 높은 이유기도 하다.

군산 공장에서는 한 달에 약 2000톤의 배터리를 처리한다. 이를 블랙 파우더로 만들면 1000톤 정도다. 여기서 추출되는 니켈·리튬·코발트·망간은 월 360톤, 연간으로 보면 약 4200톤에 달한다. 용매추출 과정에서 전기를 활용하면 니켈메탈 등 금속 형태의 성분이 추출되기도 한다. 이렇게 생산된 니켈메칼의 경우 1톤에 2000만원, 리튬메탈은 5억원대 수준이다. 이는 최근 원자재 가격이 치솟은 결과다.

습식 공정을 통해 생산된 니켈·코발트 등 양극활물질이 1톤 단위로 놓여있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성일하이텍은 현재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헝가리 등에 리사이클링파크(전처리), 군산에 하이드로센터(습식제련)를 운영 중이다. 헝가리의 경우 최근 들어 물량이 크게 늘면서 2공장까지 확장했고 추가 증설도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포스코홀딩스와의 협업을 통해 '폴란드 리사이클링 파크'를 준공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오는 2030년까지 해외서 20개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정철원 성일하이텍 전무를 전라북도 군산시 성일하이텍 본사에서 만나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사진=김설아 PD kimseola@

-성일하이텍의 생산 구조는
▲우리는 전기차 제조사나 배터리 제조사에서 나온 스크랩에서 자원을 추출한다. 재활용을 통해 만들어낸 자원을 소재 제조사에 보내면, 이 자원으로 전구체, 양극재 등을 생산한다. 이는 배터리 회사로 공급되고 전기차 회사까지 전달되는 구조다. 결국 재활용 회사와 소재 배터리 제조사, 전기차 제조사, 소재 제조사 등은 다 하나의 밸류체인에 속해 있다. 

-배터리 업체와 재활용 업체는 상부상조하는 관계일 수밖에 없겠다
▲우리는 원소재가 밸류체인 안에서 벗어나지 않고 순환하게 하는, 이른바 '클로즈락(Close lock) 시스템'을 달성하는 것을 공동의 목표로 갖고 있다. 폐배터리에는 각종 희귀 금속이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는 자원이라 잘 회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원 전쟁이 되고 있다. 재활용은 이같은 자원 경쟁 속에서 소재를 확보하는 생존 전략이다. 광산에서 채굴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된 것을 자원화하는 것이다.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을 왜 해야 할까
▲전기차 배터리는 결국 폐기물이다. 그리고 이 폐기물 안에는 유가 자원인 금속 성분도 있지만, 인체에 유해한 유독물질도 많이 들어있다. 이를 땅속에 묻으면 환경 오염의 주범이 돼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환경적 요인과 함께 경제적 요인도 있다. 자원을 땅속에서 캐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재활용하지 않고 버리면 오히려 손해다. 금속을 자원화해 재사용하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다. 자원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무조건 해야 하는 사업이다.

-배터리 재활용 과정의 안전·환경 문제를 이유로, 재활용이 오히려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재활용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더 심해진다. 전문업체에서 안전하게 재활용을 해야 환경 문제도 해결하고 자원 회수도 가능하다. 이를 무단 폐기하면 배터리의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유독 가스 방출로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안전·환경적인 차원도 있지만 자원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 유한한 자원을 무한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재활용은 필수다. 그래서 우리 회사의 슬로건이 '유한 자원을 무한 자원으로'다. 재활용은 누가 하든 무조건 해야 하는 사업이다.

-해외에 소재한 공장 중에서 인도는 아직 전기차 시장 활성화 되지 않았고, 중국은 정부의 폐쇄 정책 때문에 운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인도는 현재 전기차가 없는 시장이긴 하지만, 워낙 인구가 많아 전기차 배터리가 아니더라도 소비자에게 나오는 배터리도 어마어마하다. 최근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부지를 확장하고 설비를 더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현지 기업의 비중이 높은데다, 현지에서 발생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나온 모든 자원을 다 중국 내에서 처리하게 돼 있다.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 내부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공장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

-유럽도 중국처럼 자원의 해외 반출을 금지한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던데
▲조만간 공식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다. 성일하이텍은 해외에서 블랙 파우더를 만들어 국내 공장으로 가져와 처리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해외 반출이 금지되면 물량을 자체 소화할 수 있도록 한국과 같은 습식 공장을 유럽·미국 쪽에도 설립해야 한다. 2030년까지 유럽과 미국에 습식 공장을 짓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공장 규모와 시장 성장 속도를 감안해 적절한 시점을 잡을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환경 단체의 반대가 있어 공장 설립이 무산됐다고 들었다
▲환경적인 부분은 전세계 어느 나라든 규제가 심해 어렵다. 유럽, 미국이라 더 심한 게 아니라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다만 국내보다는 해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워 애로 사항이 있는 것은 맞다. 그래도 현지 컨설팅 업체나 유사 업종 관계자로부터 도움을 받고 자문을 구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도 많은 부분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별 이동 규제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된다면 공장이 각 국가에 권역별로 세워질 수밖에 없다. 그 이후에는 배터리 밸류체인 속 기업들의 협력이 더 중요해질 것 같은데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40년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68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대규모의 시장을 우리가 다 할 수는 없다. 동종 업계에 속한 기업과의 상생은 필수적이다. 현재 운영 중인 회사나 새롭게 시작하는 회사들이 모두 같이 시장 안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경쟁도 하지만 리사이클링 시장 책임을 같이 지는 것이다.

정철원 성일하이텍 전무./사진=김설아 PD kimseola@

-성일하이텍 배터리 재활용 기술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성일하이텍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블랙파우더 안에 들어있는 5대 물질인 니켈·리튬·코발트·망간·구리를 회수한다. 모든 물질을 회수해낼 수 있어야 원가 경쟁력이 생기고 부가 가치가 창출된다. 배터리 재활용 기업 중 5대 물질을 다 회수하는 곳은 극히 일부다. 여러 물질이 혼재된 블랙 파우더에서 주요 물질을 고순도로 정제하고 연속으로 양산할 수 있는 공정 운용 기술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성일하이텍도 공장 확장, 안정화, 개선 단계를 오랜 시간 거쳤다. 

-완성차마다 배터리 모양이 달라 자동화 기술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 하지만 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자동화 기술이 필수적인데, 현재 개발 단계는
▲배터리 팩을 만드는 기술은 전기차 제조사 각사만의 노하우라 표준화가 돼 있지 않다. 심지어 제조사가 같아도 모델별로 배터리 모양은 또 다르다. 또 안전 문제 때문에 화재가 나지 않도록 처리해놓기 때문에 재활용하는 입장에서 보면 해체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를 수작업으로 진행하다보면 배터리에 충격을 줘 화재 위험성이 높다. 이를 용이하게 해체할 수 있도록 제조사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에는 팩을 일정 규격으로 만드는 등의 노력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전기차 제조사가 BMS(배터리관리시스템)를 오픈하지 않는 것도 재활용 업체 입장에서는 애로 사항일 것 같은데
▲그렇다. 재활용을 위해서는 폐배터리 방전을 해야하는데, BMS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간혹 강제로 수방전을 하려 해도 해체가 어려울 때가 있는데, 이때 무리해서 해체하면 화재나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 이 부분이 사업 운영에 있어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다. 

-전기차 시장이 이제 초창기라 아직까지 생산 단계에서 나오는 스크랩 물량만 재활용으로 소화하고 있는데, 그래도 성장성·수익성이 있나
▲제조 공장에서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 100%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정을 거치다보면 반드시 로스(loss)가 있고, 완성품 중 불량도 있다. 보통 공장을 설립해 안정화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최대 수율은 95% 정도다. 배터리 시장은 계속 성장 중이고, 공장을 짓고 안정화하는 과정도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스크랩 물량만 해도 많고 절대적인 규모가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지금은 사업 초창기다보니 폐기하는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안전하게 패킹(Packing)해야 해 이동 비용만 해도 만만치 않다. 우리는 패킹해서 들어온 배터리를 받아 방전하고 해체, 파분쇄해 제련활동을 하는데 그 전 단계에 사용되는 비용적 손실이 큰 상황이다.

-배터리 재활용 관련해 제도적으로 어떠한 개선이 필요할까
▲현재 제도는 폐기물을 처리하는 재활용 회사에 제약 조건이 많다. 일례로 정부 부처 간 시각 차이 때문에 배터리 재활용업에 대한 분류가 애매하다. 배터리 재활용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등에서 관리하는데 환경부에서 보기엔 서비스업이고 산업부 시각에서는 제조업에 속한다.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면 공장 등록증이 나오지 않는다. 정부 과제를 하든, 지방자치단체에 세제 혜택을 요청하려면 공장 등록증이 있어야 한다. 성일하이텍도 처음에는 서비스업으로 등록이 돼 어려운 점이 많았다. 지금은 정상적인 제조업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재활용 사업에 처음 뛰어든 회사들은 우리와 같은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가 단위에서 전기차 관련 통합 법제화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또 광산에서 직접 흙을 캐내 니켈·리튬·코발트·망간 등을 제련하는 것보다 도시광산, 즉 전기차 배터리 내 소재를 회수하는 것이 탄소 저감 효과가 훨씬 크다. 이런 부분도 국가에서 인센티브 등을 통해 사업 활성화 지원이 필요하다.

-향후 목표는 
▲현재 회사에서 폐배터리로 처리하는 코발트·니켈 금속의 양은 연간 4200톤 정도다. 이는 전기차 1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재 준공하고 있는 3공장이 내년 생산을 시작하면 30만대가 추가돼 내년 말부터는 총 전기차 40만대분의 금속을 회수할 수 있는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유럽·미국의 습식 공장까지 더해지는 2030년에는 전체 매출 1조원 이상 규모까지 확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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