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가 국내 주요 14개 그룹 중 영업실적과 업황전망이 좋지 않은 2곳을 꼽았다. 그룹 내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높은 한화와 롯데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납사)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비용부담이 늘어난데다, 전기·전자 등 전방산업의 위축으로 수급이 불안정해진 탓이다.
수익성은 둔화, 전망은 불투명
6일 한국신용평가는 삼성·SK·현대차·LG·롯데·포스코·한화·GS·현대중공업·신세계·CJ·두산·LS·효성 등 14개 그룹을 분석한 '2022년 그룹분석'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LG·포스코·SK·현대차·GS·CJ 등이 올 1분기까지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효성·두산·한화·LS·롯데·신세계·현대중공업 등은 수익성이 둔화되는 추세였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었다. 특히 롯데와 신세계, 현대중공업은 작년 영업이익률이 2019년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단기 업황전망은 대부분의 그룹이 '중립적' 전망을 유지했다. 업황전망은 비우호적, 중립적, 우호적 등 3단계로 나뉘는데 향후 전망이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우호적 전망은 한 곳도 없었다.
업황전망이 나쁜 곳도 있었다. 한화와 롯데의 전망은 '비우호적'으로 분류됐다. 단기 업황전망을 1~8점까지 점수로 나타낸 수치를 보면, 한화와 롯데는 각각 5.8점과 5.5점을 받았다. 점수가 높을수록 비우호적 전망을 뜻하는데 나머지 그룹은 모두 4점대 수준이었다.
영업실적과 업황전망 분석을 종합해보면, 한화와 롯데가 신평사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셈이다.
한화와 롯데의 공통점은?
한화와 롯데의 공통점은 핵심 사업이 석유화학이라는 점이다. 두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그룹내에서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화는 53%, 롯데는 32%에 이른다.
석유화학산업은 전기·전자·자동차 등 전방산업에 기초소재를 공급하는 곳으로, 전통적인 제조업 기반의 산업 생태계에서 밑바탕을 맡고 있다. 원유를 통해 기초 원재료인 나프타(납사)를 생산하는 업황 특성상 국제유가가 업황에 영향을 많이 준다.
올해 수익성이 나빠진 것도 국제 원유 가격 상승 탓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화학업계의 수익성도 직격탄을 맞았다. 한화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10%에서 올 1분기 5.5%로 낮아졌다. 이 기간 롯데의 영업이익률은 5.9%에서 1.5%로 감소했다.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당분간 고유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경기침체에 석유화학산업의 수급 부담이 악화될 수 있어서다.
한신평은 한화에 대해 "태양광 부문의 우호적인 사업전망과 화약·방산 부문의 견조한 실적으로 이익 창출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화학부문은 아시아지역 석유화학 설비 증설과 유가 상승 등이 수급여건 저하로 이어지며 수익성이 다소 저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에 대해선 "화학부문 수급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관광·레저부문의 높아진 비용부담과 온라인 유통채널의 높은 경쟁 강도 등을 감안할 때 그룹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롯데는 기업의 자금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재무커버리지'에 대한 부담이 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순차입금으로 계산되는 재무커버리지는 빚을 감당할 정도의 이익을 내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한신평은 재무커버리지를 우수·양호·보통이하 3단계로 나눠 평가하는데, 롯데는 '보통 이하'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