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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으로 해양조난자 위치 파악'…구조 현장 가보니

  • 2022.09.19(월) 16:32

KT, 통신망 활용 '스마트 조난알리미'
GPS 기반 위치정보로 골든타임 확보

'삐 삐 삐 삐'

지난 16일 경상남도 고성군의 남포항 인근 바다. 배에서 모의실험을 위해 구명조끼를 물에 던지자 조끼에 붙어 있던 위치추적 장치가 곧바로 작동했다.

구명조끼가 물에 닿자마자 선박 내부에 있는 태블릿PC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만약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이 물에 빠지면 실시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통신사인 KT와 해양안전장비 전문기업 씨뱅크가 공동 개발해 선보인 이른바 '스마트 조난알리미'이다. 4세대(4G) LTE(롱텀에볼루션) 통신 기술을 활용해 해양 실종자를 구조한다는 점에서 쓰임새가 다양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해양LTE 기반 스마트 조난알리미를 착용한 경남 통영 양식장 직원들이 지난 16일 굴 양식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KT

해양실종자 구조를 위한 수색 골든타임은 3시간 정도다. 스마트 조난알리미는 3분마다 GPS 위치를 보내 조난자 위치를 알린다. 한번 충전 시 24시간까지 사용 가능하며, 골든타임이 지난 후에는 30분에 한번씩 신호를 보내도록 해 2주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해양 사고 계기로 서비스 개발

KT와 스마트 조난알리미를 공동 개발한 국내 해양안전장비 전문기업 씨뱅크 정선진 대표는 "우리나라 근해에서 사람이 물에 빠지면 대개 1~2시간 안에는 구조가 가능하다"며 "해경 AIS(선박위치발신장치)를 통해 조난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에 연락하면 빠르게 구조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해양사고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이후 해양사고는 매년 2000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2720건의 해양사고가 일어났다. 이 가운데 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도 120명에 달했다.

굴 양식장을 운영하는 정 대표가 스마트 조난알리미 개발에 나서게 된 것도 이같은 해양사고 때문이었다. 남포항에서 배를 타고 통영 읍도 인근에 있는 양식장으로 향하다 정 대표는 "여기가 사고가 났던 위치"라고 말하며 당시 사고가 났던 현장을 보여줬다.

그는 "양식장에 갔다 오던 길에 배에 탔던 외국인 직원이 물에 빠졌다. 조타실에 배를 운전하는 사이 뒤에 있던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라며 "한두번 배를 탄 사람도 아닌데..."라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물에 빠진 직원은 파키스탄 출신 작업 인부였다. 정 대표는 "이슬람 국가에서는 시신이 없으면 장례를 치르지 못한다고 하더라"라며 "시신을 찾는 데만 꼬박 8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정 대표는 이를 계기로 스마트 조난알리미를 개발했고 직접 KT를 찾아 협업을 제안했다. 그는 "처음 KT에 제품을 가져갔더니 담당자가 비슷한 제품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며 가져오지 말라고 하더라"라며 "센서와 자이로스코프를 사용한 제품은 물이 들어가면 오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제품은 물리적으로 핀이 뽑히도록 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했다"고 했다.

KT, 해양 LTE 커버러지 확대 노력

KT부산경남광역본부 네트워크 담당자가 지난 16일 해양 LTE 기지국을 점검하고 있다./사진=KT

그간 해양 통신망은 여객선 항로를 중심으로 구축돼 서비스 이용이 제한적이었다. 특히 어선들이 주로 조업하는 곳은 항로가 아닌 넓은 바다에 퍼져 있어 원활한 통신을 위한 LTE 커버리지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KT는 해안 기지국 979국소 설치를 시작으로 울릉도, 독도, 이어도 등 도서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등 해양 네트워크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이외에도 인천-백령도, 여수-제주, 홍도-진도 등 여객선들의 해상로 품질 향상을 위해 선박 내 중계기 설치 등 품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지국 위치에 따라 서비스 커버리지의 차이는 있지만 해양 LTE는 연안으로부터 100km까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KT는 초수평안테나배열시스템(OTHAD) 기술을 사용해 중계기 없이 해양 LTE 커버리지를 최대 200㎞까지 확대했다. 대다수의 해양 실종자는 연안에서 조업하던 소형 고기잡이 어선이나 낚시용 어선에서 발생하는 만큼 통신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KT는 고기잡이 어선뿐 아니라 낚시, 해양 레저 활동 등에도 해당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항만이나 대교 등 건설 시에도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에서도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위치추적장치가 부착된 구명조끼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안병길 의원실(국민의힘) 관계자는 "오는 24년 낚시인구가 1000만명이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안전의 중요성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며 "어선 탑승자의 구명조끼에 위치추적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한다면 사고 예방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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