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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미국 전기차 공장 '첫삽' 의미는

  • 2022.10.26(수) 11:25

연산 30만대 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
미국 전진기기…IRA 대응 전략 주목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 기념 연설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에 나섰다. 급속한 전동화 흐름 속에서 전기차 선도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함으로써 '퍼스트 무버'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자국 내 차량·부품 생산을 요구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에 대응하는 전략적 결정이다.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30만대 양산

현대차그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 기공식을 개최했다.

정의선 회장은 기공식에서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드디어 찾게 됐다"며 "조지아와 현대차그룹은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전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미국 전기차 공장 HMGMA 위치./그래픽=현대차그룹 제공

HMGMA는 1183만㎡(약 358만 평) 부지에 전기차를 연간 30만대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공장 건설에 착수해 오는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공장은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다차종의 전기차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현지 고객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공장 건설로 미국 내 부품 조달이나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도 기대할 수 있다. HMGMA는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 미국생산법인(Kia Georgia)과는 약 420㎞, 앨라배마주 현대차 미국생산법인(HMMA)과도 약 510㎞ 거리에 있다. HMGMA와는 각각 차로 4시간, 5시간 거리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HMGMA를 최고 수준의 미래형 혁신 공장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도입한다.

HMGICS의 제조 혁신 플랫폼에는 △수요 중심의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탄소중립·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을 위한 친환경 저탄소 공법 △안전하고 효율적 작업이 가능한 인간 친화적 설비 등이 포함됐다.

'일방적' 투자는 아니다. 조지아 주정부는 HMGMA 건설에 맞춰 각종 인센티브를 단계별로 지급한다. 일자리 창출에 따른 소득 공제, 재산세 감면 등이다. 주정부 산하 지방자치단체에선 발전소 용지 및 도로 건설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한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축사에서 "현대차그룹과의 파트너십 그리고 이 혁신적인 공장의 기공식은 조지아주에서 전례 없는 경제 성과"라며 "조지아주는 이번 파트너십이 오랜 기간 유지되길 기대하며 현대차그룹의 투자 효과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2025년부터 전기차 양산에 돌입하는 현대차 미국 전기차 전용 공장 조감도./그래픽=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전기차 공략 본격…배터리 합작공장도

HMGMA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323만대를 판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2% 수준을 달성할 목표다.

대표적 전기차 선진 시장인 미국에서만 오는 2030년 전기차 84만대를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3분기(1~9월)까지 미국에서 전기차 4만7095대를 팔았다. 전년동기대비 212.0% 증가한 것이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1만8492대)를 필두로 전년대비 142.3% 증가한 2만2418대를 판매했다. 기아 역시 EV6(1만7564대)를 비롯해 전기차 2만4677대를 팔아 같은 기간 판매량이 322.2%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체 차량 판매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4.3%)도 지난해(1.3%)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HMGMA가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현대차 미국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왼쪽부터) 호세 무뇨즈(José Muñoz) 현대자동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부사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조태용 주미대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브라이언 켐프(Brian Kemp) 조지아 주지사, 버디 카터(Buddy Carter) 연방 하원의원, 라파엘 워녹(Raphael Warnock) 연방 상원의원, 존 오소프(Jon Ossoff) 연방 상원의원, 돈 그레이브스(Don Graves) 미 상무부 부장관./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의 이번 공장 건설은 지난 8월 발효된 미국 정부의 IRA 법안에 대응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을 미국 및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공급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그 비율은 내년 40%로 시작해 오는 2027년 80%로 올라간다.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배터리 주요 부품도 북미에서 생산해야 한다. 이 비율도 내년 50%에서 오는 2029년 100%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이번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뿐 아니라 배터리의 현지 조달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터리 셀 공장을 HMGMA 인근에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합작 배터리 공장에선 현대와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최적화한 배터리 제품을 공동 개발해 양산하고, HMGMA에서 고효율·고성능·안전성이 확보된 높은 경쟁력의 전기차를 적시에 생산해 현지 판매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전기차 전용 생산기지를 건설해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현대차는 울산 공장 내 주행시험장 부지에 신형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PBV(목적기반차량)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기로 했다. 두 곳 모두 HMGMA와 같은 시기인 2025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18종, 기아는 13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해 국내에서만 연간 144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 전기차 전용 거점 3곳을 발판 삼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가 한 차원 올라감으로써 국내 완성차 및 전기차 수출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며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량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가동 직전인 2004년과 비교해 12%, 완성차 수출액도 같은 기간 79% 증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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