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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리 더 멀리'…공기와 싸우는 자동차

  • 2022.11.13(일) 09:00

[테크따라잡기]
주행성능·연비효율·소음 개선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공기 역학'은 움직이는 물체와 관계하는 공기를 연구하는 학문을 말하는데요. '더 빨리 더 오래 더 조용히' 달리는 자동차를 내놓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완성차 업계의 핵심적인 고민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주행할 때 차 주위로 흐르는 공기를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따라 주행 성능과 연비 효율, 소음 등을 개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람을 피해 더 빨리 달려라

수퍼카, 전기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공기역학을 강조하는 사례가 눈에 띄고 있습니다. 수퍼카는 더 빠르게, 전기차는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설계하는 게 셀링 포인트인가 봐요.

페라리가 지난달 한국에 공개한 스포츠카 '푸로산게'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3.3초라고 하는데요. 파워트레인이 일단 강력하겠죠? 페라리 'V12 엔진'으로 총 725마력을 발휘한다네요.

그런데 페라리가 한껏 힘줘 설명한 대목이 있었으니 바로 '공기역학'. 페라리 측은 "푸로산게는 페라리 공기역학 부서에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방법과 솔루션 모두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했다"고 너스레를.

그러면서 "어마어마한 항력 감소, 푸로산게에 특화된 사용성과 접근성, 그리고 V12 엔진과 보조 장치의 냉각을 위해 수백 시간의 풍동 실험과 수천개의 CFD(전산 유체 역학) 시뮬레이션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이를 통해 동급 스포츠카 가운데 가장 빠르고 강력한 차량을 만들기 위해서였다는 것입니다.

페라리 푸로산게./사진=페라리 제공

어떻게 했을까요. 푸로산게 공기역학 디자인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차량의 중앙라인 섹션이었다고 합니다. 이 섹션은 기류 설계와 항력 계수 감소, 앞부분의 표면적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었다고 하고요.

이에 따라 차량 전면의 실루엣은 보닛(엔진룸 덮개) 곡률이 가장 큰 부분과 '윈드 스크린 헤더 레일'(유리창과 차량 지붕이 만나는 지점)이 최대한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습니다.

푸로산게는 '리어 윈드 스크린(뒷 유리창) 와이퍼'가 없는데요. 대신에 후면의 유리 표면을 따라 흐르는 기류가 리어 스크린을 청소합니다.

'서스펜디드 스포일러'의 하부 표면은 곡선 모양인데, 이는 공기 흐름이 올바른 속도로 리어 스크린 쪽으로 향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스포일러는 차체가 뜨는 현상을 막기 위한 부착물입니다.

스포일러 하단 표면의 양 끝에는 두 쌍의 '보텍스 제너레이터'(와류를 생성하는 장치)가 있고요. 보텍스 제너레이터는 C-필러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소용돌이를 상쇄한다네요.

람보르기니 '쿤타치 LPI 800-4'./사진=람보르기니 제공

1970년대에 등장해 람보르기니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쿤타치'는 1978년 공기역학적 전방 스포일러를 도입해 성능 향상을 도모했는데요. 일부 람보르기니 팬들은 공기역학을 극대화하기 위해 리어 윙을 장착하기도 했답니다.

탄생 50주년 기념 모델 '쿤타치 LPI 800-4'는 780마력의 V12 엔진과 34마력의 전기 모터, 상시 4륜 구동이 가능한 변속기의 조합으로 814마력의 최대출력을 발휘하는데요. 공기역학적 설계를 반영한 NACA 공기 흡입구가 쿤타치 측면을 가로지르며 성능을 높여줍니다.

토요타코리아가 지난 5월 선보인 스포츠카 'GR86'은 외관 디자인에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경험을 반영한 설계로 공기역학 성능과 다이내믹한 감성이 반영됐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조용하고 더 오래 

메르세데스 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AMG'가 지난 10일 선보인 최초의 고성능 전기차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의 경우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통해 실내 정숙성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차량 외관에 하나의 활과 같은 '원-보우'(one-bow) 실루엣과 차량의 A-필러를 앞쪽으로 전진시키고, C-필러를 뒤에 위치하도록 하는 설계인 '캡-포워드(cab-forward) 패스트백 스타일'을 적용하면서죠.

'더 뉴 메르세데스-AMG EQS 53 4MATIC+'./사진=벤츠 제공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6'는 지금까지 이 회사가 출시한 모델 중 최저 공력계수인 0.21을 달성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산업부 인증 기준 524km에 달하는 넉넉한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18인치 휠, 롱레인지 2WD 기준)를 달성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아이오닉 6가 달성한 공력계수 0.21은 현존하는 전기차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준으로 주행거리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아하면서도 유려한 곡선의 스트림라인 실루엣이 공기저항 감소의 결정적 요소로 작용했다고 하는데요. 

현대차 아이오닉6./사진=현대차 제공

아이오닉 6 외장 디자인을 보면 차량 주변의 공기 흐름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리어 스포일러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 △휠 에어커튼 △휠 갭 리듀서 △박리 트랩 △휠 디플렉터 및 언더커버 형상 최적화 등 다양한 공력 분야 기술들이 적용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력 성능은 동력성능과 연료효율, 주행, 소음 등 차량 성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품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며 "전기차 시대에선 1회 충전으로 더 나은 주행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차와 공기역학의 관계는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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