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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리는 의료용 대마

  • 2022.12.12(월) 09:01

합법화 흐름 맞춰 국내도 규제 완화
2028년 15조원 전망…오남용 우려도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국내 의료용 대마 시장의 문이 열리고 있다. 정부가 대마 성분 의약품의 제조·수입 허가 등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다. 국내 기업들도 의료용 대마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나 수출 사 등 관련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대마, 의약품 원료로 '탈바꿈'…규제 완화

흔히 마약으로 불리는 대마는 잎과 꽃을 건조한 마리화나다. 대마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칸나비디올(CBD) △칸나비놀(CBN) 등 70여종의 성분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THC는 중독과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으로 국내에선 사용이 금지돼 있다. THC 함량이 0.3%를 넘으면 마약으로 간주한다.

반면, CBD는 환각성이 없고 진통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의학계에선 의료용 대마 보급이 암 환자의 마약성 진통제 남용을 억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CBD가 소아뇌전증·파킨슨병·치매 치료제로 허가돼 처방하고 있다. 의료용 외에도 식품, 섬유, 건축자재, 화장품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CBD 관련 연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고부가가치 의약품 원료로 대마의 역할이 떠오르면서 해외에선 의료용뿐만 아니라 대마 전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는 분위기다. 2020년 12월 국제연합(UN) 산하 마약위원회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대마초 규제 완화를 내세우기도 했다. 지난 10월엔 대마초 소지로 기소된 6500명에 사면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2017년 의료용 대마를 허용한 독일도 대마 합법화를 추진 중이다.

국내의 경우 대마는 그동안 용도를 불문하고 마약류로 취급됐다. 현행 마약류 관리법은 대마의 수출입·제조·매매를 금지한다. 현재 국내에서 의료용 대마는 공무·학술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의료용 대마와 관련해선, 국내 대체 치료제가 없을 때 환자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등을 통해 의약품을 수령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마 합법화 움직임에 맞춰 최근 국내 역시 의료용 대마의 빗장을 서서히 푸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대마 성분 의약품 수입과 사용을 허가했다. 이어 2020년 8월부터 경북 안동을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해 해당 지역에선 합법적으로 대마를 재배하도록 허용했다.

지난 8월엔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 대마 의약품 활성화 정책을 포함,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24년 12월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목표다. 또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 허용에 따른 사회·경제적 편익을 분석하는 등 관련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15조' 대마 시장…'국내' 기업도 진출

국내 규제 완화가 이어지며 의료용 대마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유한건강생활은 지난 6일 미국 대마 연구개발 기업 KRTL 인터내셔널(이하 KRTL)과 국내산 CBD 수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유한건강생활은 지난 2019년 유한양행에서 분사, 대마를 포함한 천연물 소재를 연구하는 기업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회사는 연구 중인 'K-CBD'를 수출하고 미국 내 학술 연구와 제품 공동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유한건강생활은 지난 10월 약물전달 플랫폼 개발 기업 인벤티지랩과도 의료용 대마 관련 MOU를 체결했다. 인벤티지랩은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지질나노입자(LNP) 기반 유전자 치료제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인벤티지랩이 보유한 장기지속 주사제 개발 및 제조 플랫폼 기술에 유한건강생활이 보유한 의료용 대마 후보물질 'YC-2104'를 접목, 장기지속형 주사제 신약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회사에 따르면 장기지속형 주사제는 최소 1개월에서 최대 3개월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다.

HLB생명과학은 네오켄바이오와 손잡고 CBD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네오켄바이오는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기술출자 회사로, 마이크로웨이브 가공 기술과 해당 장비를 통해 대마 성분을 고순도로 추출·가공 및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했다. HLB생명과학은 네오켄바이오로부터 의약품 개발을 위한 대마 추출물을 독점 공급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암, 뇌전증, 치매, 파킨슨 등 여러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전 세계 시장 조사 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CBD 관련 시장은 2028년 약 15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다만, 의료용 대마에 대해 아직 장기적인 임상 실험 결과가 부족한 데다 오남용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의료용 대마 불법 유통, 마약류에 대한 경계심 이완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대마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고 나라마다 대마 관련 규제가 서로 다르게 정립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은 이를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막 규제가 풀리는 단계라 환경 변화에 맞춘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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