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CPU(중앙처리장치)인 '사파이어 래피즈'가 마침내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침체된 반도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기대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를 계기로 차세대 D램인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시장이 본격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다 가속기로 성능 개선
인텔코리아는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를 소개했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인텔의 서버용 CPU 브랜드인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의 4세대 제품이다.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존 계획보다 1년 늦게 출시됐다.
4세대 제온 프로세서는 가속기가 12개 내장돼 있다. 전 세계 CPU 중 내장 가속기가 가장 많은 CPU라는 게 인텔 측 설명이다.
이날 나승주 인텔코리아 데이터센서 사업 담당은 "인공지능, 데이터분석 등 서버 사용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인텔은 기존처럼 CPU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가속기를 내장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CPU가 했던 일을 가속기에 맡기고 CPU는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업무 효율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레이턴시(반응속도 또는 지연시간)을 낮출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인텔에 따르면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가 내장된 가속기를 사용할 경우 전 세대 대비 목표 워크로드 처리에 평균 2.9배 높은 와트당 성능을 제공한다. 또 전력 최적화 모드에서 성능 손실 없이 최대 70와트 낮은 전력으로 구동할 수 있으며, 52~66% 낮은 TCO(총소유비용)를 제공한다.
차세대 D램 시장 본격화
사파이어 래피즈는 인텔의 서버용 CPU 중 DDR5 D램을 지원하는 첫 제품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가 침체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체 등이 사파이어 래피즈를 사용하기 위해 서버를 교체하면 DDR5 기반 서버용 D램 수요도 늘어나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이 제품 출시를 손꼽아 기다려온 이유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뉴스룸 인터뷰를 통해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는 'DDR5 수요 촉진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사파이어 래피즈를 시작으로 엔비디아나 애플 등 로직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올해 DDR5의 점유율이 20.1%를 기록해 DDR4의 점유율을 역전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오는 2025년에는 40.5%까지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인텔 역시 사파이어 래피즈가 DDR5 시장의 성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 담당은 "현재 인텔의 제온은 모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며 "사파이어 래피즈는 DDR5를 지원하는 첫 제품으로 램프업 이후 DDR5 시장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국내 메모리 업체들은 DDR5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이미 마쳤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선단 12나노급(5세대) 공정으로 16Gb(기가비트) DDR5 D램을 개발했다. SK하이닉스도 업계 최고 속도의 DDR5 모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올 상반기 5세대 DDR5 제품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