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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불러올 훈풍,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얼음 녹일까

  • 2023.02.16(목) 17:07

AI 열풍에 고성능 메모리 수요 증가 예상
AI반도체 개발집중, 정부도 투자계획 세워

/그래픽=비즈워치

AI(인공지능) 반도체가 혹한기를 맞은 반도체 업계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미국 오픈AI의 대화형 AI인 '챗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열풍이 불러온 훈풍이다. 이러한 시장 흐름이 악화된 반도체 업황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챗GPT가 불러온 훈풍

16일 업계에 따르면 챗GPT는 공개 5일 만에 100만 사용자를 넘어섰다. 100만 사용자를 모집하기까지 인스타그램이 60일, 유튜브가 8개월이 소요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챗GPT 열풍이 전례 없는 혹한기를 보내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봄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에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적이어서다.

실제 챗GPT에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A100' 1만여개가 사용된다. A100에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메모리(HBM) D램이 적용돼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4세대 HBM 제품인 HBM3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납품한 바 있다. 이 제품은 A100보다 상위 모델인 H100에 적용된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챗GPT의 구체적인 스펙이 공개되지 않아 메모리 수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고대역 메모리 반도체와 GPU A100, H100 등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개선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챗GPT의 확산으로 AI 시장이 커지면 차세대 D램의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AI의 연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기반이 돼야 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도 증가할 수밖에 없어서다.

임 연구원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의 경쟁적인 AI 투자 확대로, HPC·데이터센터 투자 조기 회복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주요 빅테크 업체 생산능력(Capex)은 전년 대비 1.1% 증가하고, AI 관련 투자는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 될 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열풍이 미래 메모리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5일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 참석해 AI 반도체가 반도체 수요의 새로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챗GPT 등 AI 시대가 펼쳐지고 관련 기술이 진화하면서 글로벌 데이터 생성, 저장, 처리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CPU에 직접 연결되는 기존 메모리 용량 확장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CXL 등 공유 메모리의 역할도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흐름 속에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최고속 D램인 HBM은 AI 시대 기술 진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 반도체가 고효율·고성능 제품 개발로 지구와 인류에 기여하고, 이러한 리더십이 다시 업계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림대 도헌학술원 개원 기념 학술심포지엄에서 'AI 시대, 한국 반도체가 나아갈 길'을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김재준 삼성전자 DS부문 부사장도 이달 초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 AI 서비스가 확장됨에 따라 하드웨어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며 "시장이 요구하는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개발을 통해 AI 서비스 관련 수요 증가세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커지는 AI 반도체 시장서 뒤처질 우려

다만 국내 기업이 고성능 AI 반도체 설계와 제조에서 글로벌 기업에 뒤처지고 있다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GPU 성능 향상을 돕는 D램을 공급한다. 챗GPT에 탑재되는 고성능 GPU를 공급하는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직접 수혜 업체는 아닌 셈이다. AI 반도체 열풍 수혜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직접 언급되지 않는 이유다.

또 삼성전자의 경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TSMC와도 입장이 다르다. TSMC는 엔비디아 GPU의 유일한 파운드리 공급업체다. 실제 TSMC는 지난 1월 업계의 예상을 깨고 매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챗GPT가 불러일으킨 AI 수요 증가 덕으로 분석된다.

AI 반도체 시장은 향후 3년 동안 2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AI 반도체 규모는 전년 대비 27.8% 성장한 444억 달러(약 56조9600억원)였다. 이어 오는 2026년에는 이보다 2배 가까이 성장해 861억 달러(110조4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점은 국내 업체들이 개발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차세대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위해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양사는 AI 시스템의 데이터 병목을 해결하고 전력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반도체 솔루션을 개발해 AI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도 관심을 쏟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국산 AI 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추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속·저전력 국산 AI 반도체를 개발해 데이터센터에 접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등에 총 8262억원을 투자한다.

전영수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은 "챗GPT 같은 AI 기술이 발전하고 일상으로 확대되면서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 및 저전력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통해 국산 AI 반도체가 시장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실증하고 성공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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