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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하반기 터널 끝 보인다

  • 2023.04.26(수) 15:28

반도체 업황 악화로 전분기比 적자 폭↑
재고 늘어나 수익성 악화, 차입금 대폭 증가
2분기 감산 효과 본격화…하반기 시장 개선 전망

/그래픽=비즈워치

SK하이닉스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3조원이 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4분기 적자 전환 이후 2개 분기 연속 적자다. 전체 매출 중 메모리의 비중이 90%에 달해 반도체 업황 악화에 직격타를 맞았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삼성전자가 감산을 공식 인정한 만큼 2분기부터 시장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분기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면, 하반기에는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관련기사: 삼성전자, 14년만에 최저 분기영업익…'반도체 감산' 선언(4월7일)

반도체 불황 직격타…역대 최악 성적표 

26일 SK하이닉스는 1분기 영업손실이 3조4023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 분기 대비 적자 폭도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조898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2개 분기 적자 규모만 5조3007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매출은 33.7% 감소한 5조881억원이었다. 당기순손실 역시 2조5855억원을 기록하며 순손실률은 5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2년 SK그룹으로 편입한 이후 사상 최악의 성적표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지속된 결과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고객들의 재고 조정이 이어지며 D램과 낸드 모두 출하량이 크게 감소했다. D램 출하량 감소는 전 분기 대비 약 20%, 낸드는 약 10% 중반 수준이었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 최고재무책임자)은 "현재 메모리 업계가 겪는 수급 불일치와 이로 인한 재고 수준은 과거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던 D램도 1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낸드 적자 폭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실적./그래픽=비즈워치

이번 영업손실 증가는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1조원가량 반영된 탓도 있다. 재고자산 평가손실은 기업의 제품·원재료 등 재고자산의 취득원가가 현재 시가보다 높을 때 예상되는 손실을 비용으로 조기 처리하는 것이다. 이는 매출원가로 비용 처리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김 부사장은 "1분기에는 전 분기 대비 재고가 증가하고 가격이 하락하며 1조원 수준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인식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감산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올 1분기 D램, 낸드 완제품 재고는 전 분기 대비 증가했다.

다만 재고자산 평가손실을 지난 1분기 반영했기 때문에 향후 재고가 감소하고 메모리 가격이 안정권에 접어들면 오히려 수익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김 부사장은 "올해 하반기 재고가 점진적 감소하고 가격이 안정화되면 원가가 낮게 평가된 재고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환입 규모도 발생 가능하며, 이 경우 손익의 회복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금흐름도 좋지 않았다. 1분기 SK하이닉스의 전체 현금성 자산은 6조1360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2730억원 감소했다. 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28조758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5조7630억원 늘었다. 전년 동기 18조1140억원에 비하면 10조원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차입금 비율은 작년 말 36%에서 1분기 말 47%로, 순차입금 비율은 26%에서 37%로 상승했다. 

이에 대해 김 부사장은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 규모 확대에 따라 EBITDA(상각전 영업이익)가 감소했고 재고가 늘며 운전자본도 증가했다"며 "구성원 성과급이 연초에 지급돼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2조원 정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분기 이후 차입금 규모를 줄이고 안정적인 지출 관리를 진행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은 "이후 분기는 투자 축소에 따라 현금 유출은 제한적일 것이고 매출이 성장하고 재고가 축소되면 현금 유입이 예상된다"며 "다가올 업턴(상승 전환기)에서도 현재 추진하고 있는 투자와 비용의 효율적 관리를 유지해 장기적으로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바라보는 곳은

SK하이닉스는 1분기를 저점으로 점차 판매량이 늘어나 2분기에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최근 삼성전자가 감산을 선언하면서 메모리 가격세가 일단 진정됐다. 2분기부터는 업계의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하반기부터는 시장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부사장은 "현재 수요 상황을 고려하면 2분기 메모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업계의 감산 효과가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최근 시황을 반영한 생산 조절 효과가 반영되면 3분기부터는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 이후 고객 심리도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은 "하반기 준비를 위해 2분기에 구매를 해야 하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생겼다"며 "고성능 LPDDR 고용량 제품, 서버용 DDR 제품, 그래픽 제품에 대해 공급 안정성을 늘리며 관련 문의를 시작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상황을 반영해 재고가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조절, 생산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향후 수급이 안정화되고 재고가 적정 수준으로 감소할 때까지 지금과 같은 보수적 생산 계획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연결 기준 투자도 작년 대비 50% 이상 축소했다. 다만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LP(저전력)DDR5와 HBM(고대역폭 메모리)3 등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고 있다. 챗GPT 등 AI(인공지능)용 고성능 서버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고용량 메모리를 채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개 수직 적층 HBM3 24GB./사진=SK하이닉스

이에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DR5, HBM과 같은 고성능 D램, 176단 낸드 기반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을 중심으로 판매에 집중해 매출을 늘려갈 방침이다. 올해 DDR5 128GB이상 고용량 서버 모듈 매출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HBM 매출은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10나노급 5세대(1b) D램, 238단 낸드 등 기존보다 원가 경쟁력이 높은 공정을 통한 양산 준비 투자도 지속한다. 올해 중반 1bnm D램과 238단 낸드의 양산 준비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김 부사장은 "올해 수요 성장을 주도할 DDR5, LPDDR5와 HBM3 등의 제품 생산을 위한 투자를 꾸준히 집행해 하반기 및 내년 시장에 대비할 계획"이라며 "연내 D램 1bnm와 낸드 238단의 양산성 확보를 통해, 시황 개선 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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