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S-oil)이 지난해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4분기엔 적자 전환하며 다소 주춤했으나 정유와 윤활유 제품 마진에 힘입어 연간 신기록 달성에 성공했다.
뼈아픈 4분기 적자 전환
1일 에쓰오일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2조4460억원, 영업이익 3조40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54.6%, 59.2% 급증한 규모다.
국제유가 상승 덕에 제품 판매단가가 오르며 매출 성장을 이끌었고, 석유 수요회복에 따른 높은 국제 정제마진과 윤활부문 수익 개선 및 효율적 시설 운영 등이 영업이익 증대를 견인했다. 지난 한 해 부족했던 정제 설비와 지정학적 공급 차질 등에도 불구하고 괄목할 성적을 거뒀다는 게 업계 평가다.
‘정제마진’은 정유업계의 실적지표로, 원유를 정제한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운임비 등을 제외한 차액을 뜻한다. 지난해 초 배럴당 6달러 내외 수준을 기록하던 정제마진은 지난해 1분기 말부터 10달러를 돌파, 2분기엔 20달러를 넘어 3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은 바 있다. 업계가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는 점에서 이러한 정제마진 고공행진이 이번 실적과 직결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지난해 일군 연간 순이익 2조1068억원은 대규모 석유화학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와 주주들에 대한 배당 및 재무 건전성 강화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선 힘이 빠졌다. 지난해 4분기 에쓰오일 매출액은 10조5940억원, 영업손실 1575억원을 기록했다. 유가 하락으로 판매가격이 함께 떨어지며 매출은 전분기 대비 4.8% 감소했다. 아울러 이번 적자 전환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관련 손실 등 일회성 요인이 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반면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2313억원을 기록한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이 급변동했지만 일관성 있는 환위험 관리 정책 운영을 통해 지난해 4분기 영업 적자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은 2313억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윤활유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해 4분기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은 △정유 -3796억원 △석유화학 –574억원 △윤활 2795억원으로 집계됐다. 총 매출액 대비 8%에도 못 미치는 윤활부문이 3개 사업부문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을 내며 33.3%의 영업이익률을 올렸다.
연간 기준으로는 정유부문의 역할도 컸다. 지난 한 해 정유부문은 2조3465억원, 윤활부문은 1조 110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반면 석유화학부문은 489억원 적자를 냈다.
올해 “정제마진 초강세 덕 톡톡히 볼 것”
올해 사업 전망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정제설비 부족 현상이 지속돼 아시아 정제마진이 과거 대비 향상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는 2월5일 발효될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정유 제품 금수 조치,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한 내수 수요 반등, 글로벌 항공유 수요 회복 등이 정제마진을 지지할 요인으로 꼽힌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제마진 개선으로 정유부문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하고, 윤활부문도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신규 생산설비 부재로 견고한 수익성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 예상했다.
증권가의 전망도 이러한 낙관론을 뒷받침한다. 유가가 추가 하락하지 않는다면 올해 등·경유 마진은 각각 배럴당 29.6달러, 29.7달러로 초강세를 이어가 전체 정유 호황을 견인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특히 에쓰오일은 등·경유 합산 비중 53%, 정유 사업 노출도 80% 이상으로 높아 국내 관련 업체들 중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점쳐진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과 미국의 전략비축유(SPR·Strategic Petroleum Reserve) 방출 종료 등을 고려하면 유가가 더 이상 하락할 것이란 전망을 하긴 힘들다”며 “따라서 에쓰오일의 실적은 지난해 4분기 바닥을 지나 과거 호황기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