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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중공업 회사의 변신…게임사 부럽잖다' HD현대 GRC 가보니

  • 2023.02.15(수) 17:18

17개 계열사 5천명 입주…자율좌석제·임원방 없애
헬스케어존·구내식당 등 직원 우선 편의시설 입주

15일 오전 수내역에서 걸어가다 마주한 HD현대 GRC 외관./사진=정민주기자

생각보다 투박한 것 아닌가. 멀리 횡단보도에서 마주한 HD현대 신사옥의 첫인상이다. 신사옥이라면 응당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크고 화려할 것이라는 선입견부터 깨부순 외양이다. 건물 색상도 주변에 비해 유독 어두운 분위기다.

하지만 속살을 살펴보니 달랐다. 건물 색상은 빛 반사를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 'HD현대' 간판도 고속도로 방면에서만 보였는데, 바로 앞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했던 회사측의 숨은 뜻이다. 

HD현대가 새로운 50년을 맞이할 전초기지, 글로벌R&D센터(GRC)를 들여다봤다. 

판교에 위치한 GRC는 2016년부터 계획해 2022년 공사를 마쳤다. 지하 5층~지상 20층 규모다. 정육면체 모양으로 만들어 어디서 봐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특이하게 기둥을 건물 바깥으로 꺼냈다. 내부 공간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햇빛이 강한 여름철 차양막 효과도 볼 수 있다.

HD현대 GRC 메인 로비를 내려다 본 모습./사진=HD현대

이 건물은 반전 매력이 있다. 내부는 중후장대(重厚長大) 회사라기보단 더현대서울과 같은 백화점을 연상케 한다. 사무공간을 창문 쪽으로 밀어 넣고 가운데는 비워둔 게 설계의 핵심이다. 메인 로비부터 천장까지 뻥 뚫은 'ㅁ'꼴 구조로 개방감을 줬고, 각 모서리에 개방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첨단 도시처럼 보이게끔 했다. 

HD현대 메인 로비에서 천장을 올려다 본 모습. 천장에는 지붕형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됐다./사진=정민주기자

GRC는 1~5층이 공용 시설, 6~7층은 시험실이 들어섰다. 이 시험실에서는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 솔루션 등 총 17개에 이르는 그룹사의 기술이 탄생한다. 이날 방문한 6층 디지털관제센터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 등 운항 중인 선박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외관에서 지역민을 위한 배려를 엿볼 수 있었다면, 내부는 오롯이 직원 만족 100% 실현에 방점이 찍혔다. 직원 먼저, 임원은 나중에 고려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였다. 사무공간인 9~20층은 자율좌석제로 운영된다. 최고경영진을 제외한 상무나 전무 등 임원들도 별도의 집무실이 없다. 사무공간에는 현대오일뱅크, 현대제뉴인 등 관계사 직원 5000명이 입주해있다. 

각 자리마다 위치한 모션데스크, 허먼밀러 의자도 직원 만족의 일환이다. 특히 200만원에 달하는 허먼밀러는 회사원들 사이에서 꿈의 의자로 불린다. 층별 600개에 달하는 개인 사물함도 준비해 쾌적하게 사무실을 이용할 수 있다.

자울좌석제로 운영되는 HD현대 GRC 사무공간 /사진=HD현대

백미는 각 층마다 있는 4곳의 탕비실 캔틴이다. 박수근 한국조선해양 GRC 운영팀장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이라고 자신했다. 냉장고와 커피머신, 전기 오븐은 물론이고 각종 스낵을 부족함 없이 준비했다. 직원들의 요청에 따라 스낵 종류를 바꾸기도 한다. "사무공간에서 일어나 과자를 들고 공용공간으로 넘어가는 동선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HD현대 GRC 각 층마다 위치한 캔틴. 아침까지 가득 차 있던 스낵칸은 오후 당 충전 시간을 거치며 텅텅 비었다./사진=정민주기자

그렇다고 다른 편의 공간을 소홀히 한 것도 아니다. GRC 4층에는 심리 상담실, 헬스케어존, 베이커리, 도서관, 구내식당 등이 위치했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헬스케어존에는 운동 중인 직원들이 있었다. 업무에 방해되는 선이 아니라면 언제든 이용해도 좋다. 마음 편히 운동에 집중할 수 있게 임원은 출입하지 못하게 했다.

구내식당은 현대그린푸드와 신세계푸드 2개사가 입점했다. 양사 간 선의의 경쟁을 붙이면서도 직원들이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한 조치다. 총 1600석에 이르는 이 구내식당은 조식, 중식, 석식 모두 제공한다. 다 공짜다. 중식은 인원 분산을 위해 총 3부제로 운영된다. 

오는 3월에는 사내 어린이집도 오픈한다. 1~2층 복층 규모로 만 0세부터 5세까지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고, 원어민 영어 교사가 하루 4시간씩 상주한다. 

HD현대 GRC 준공 당시 정기선 사장은 "인류의 역사를 새롭게 만드는 또 다른 50년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주력인 조선해양은 물론이고 에너지, 산업기계 분야에서 인류의 미래를 이끌겠다는 비전이 이곳에서 완성될 지 주목된다. 

이날 HD현대 GRC 구내식당에서 맛본 현대그린푸드 식단./사진=정민주기자
HD현대 GRC 각 층에는 방역로봇이 상주한다./사진=정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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