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중국 최대 리튬 추출 사업에 핵심 장비인 역삼투압(RO, Reverse Osmosis Membrane) 필터를 공급한다. RO필터는 최근 리튬 추출 사업에서 활용도가 높아졌다. 이 필터를 사용하면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수 있다.
배터리 덕 봤다
LG화학은 중국 중신그룹의 '궈안 리튬 추출 프로젝트'에 RO필터 1만여개를 공급했다고 22일 밝혔다.
RO필터는 역삼투압 원리를 이용한 고성능 액체 여과 필터로, 여과구멍의 너비가 0.0001~0.001μm(마이크로미터, 1μm=1억분의 1m)정도로 여과 필터 중 가장 좁아 액체 내 이온, 유기물, 금속뿐만 아니라 세균도 여과할 수 있다.
삼투압은 농도가 다른 두 액체를 반투막으로 막았을 때,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분자가 옮겨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소금물과 일반 물을 반투막으로 막으면 소금물 쪽에서 일반 물 쪽으로 물 분자가 이동한다. 역삼투압은 삼투압과 반대로 의도적으로 농도가 높은 액체에 압력을 가해 고농도 액체의 물 분자를 저농도 쪽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이다.
최근엔 역삼투압 원리를 리튬 추출 사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리튬 수요가 대폭 증가한 영향이다. RO필터를 사용해 리튬이 포함된 염수에 압력을 가하면 물 분자는 일반 물 쪽으로 이동하고 반대쪽엔 리튬만 남기는 원리다.
이전까지는 염호에 녹아 있는 리튬을 얻기 위해 열을 가해서 물을 제거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탓에 리튬 확보 과정에서 에너지 소비가 컸다. RO필터는 기존 방식 대비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LG화학 측 설명이다.
현재 리튬 추출 및 가공을 가장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엔 전 세계 리튬 자원의 약 7%가 매장돼 있는데, 이 중 80%가 염호 내 존재한다. 현재 중국은 총 9개의 염호 리튬 추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5곳에서 RO필터를 이용해 리튬추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번에 LG화학이 RO필터를 공급한 궈안 프로젝트는 중국 내 염호 추출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다.
LG화학은 앞으로 중국뿐만 아니라 남미 등 여러 국가의 염호 리튬 프로젝트에도 RO필터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 리튬 수요가 늘면서 핵심 원재료인 리튬 추출 사업도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돼서다.
LG화학 관계자는 "RO필터는 이전까지 정수나 해수담수화 사업 등에서 주로 사용했다"며 "하지만 최근 리튬 추출 사업에서 RO필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RO필터 시장, 중국 중심으로 성장세
RO필터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리튬 추출과 오수 정화 분야 외에도 정수기 제조, 식품·제약 분야에 활용되는 정제수 처리 등 여러 분야에서 RO필터를 사용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을 중심으로 중국에서 RO필터 수요가 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내 재생수 활용 비중이 커져서다. 중국은 물 부족 도시(1인당 수자원 점유랑 1000㎥ 미만)가 많은 탓에 최근 재생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 발전개혁위원회는 2025년까지 베이징, 톈진 등 물 부족 도시들의 재생수 이용률을 25% 이상으로 제고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 덕분에 RO필터를 탑재한 정수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가전제품 조사기관 AVC는 2021년 역삼투막 정수기의 시장 판매량이 750만대를 넘었으며 올해는 판매량이 8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LG화학도 중국 RO필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내 RO필터 수요가 계속 늘고 있는데다, 중국이 RO필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시장 전망이 밝아서다. 최근 몇몇 중국 업체들이 RO필터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수입 제품 대비 불량률이 높고 성능이 낮다.
LG화학 관계자는 "한국의 여과막은 기술 수준이 높은 편으로, 중국의 역삼투막 산업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생산기술과 신제품에 대한 도입 수요가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라며 "산업용 역삼투막은 공공사업이나 대기업이 주요 거래처라 RO필터 사업 규모는 계속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