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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5년간 32조원' 투자비 조달능력 살펴보니

  • 2023.04.11(화) 06:10

전동화 드라이브에 투자비 4조원 늘어
현금성자산 2배 증가·EBITDA 호조로 만회

/그래픽=비즈워치.

기아가 향후 5년간 32조원을 투자하는 계획을 내놨다. ▷관련기사:기아의 자신감…'중장기 목표, 더 높게 잡았다'(4월 5일)

연평균으로 보면 매년 6조원 넘는 돈을 투자해야하는 셈이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기아의 영업이익이 7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않은 규모다.

그래서 재무적 부담이 없을까 살펴봤다. 기아의 최근 5년간 현금성 자산과 현금 창출 능력을 중심으로 짚어봤다. 

전동화 가속페달에 투자규모 늘렸다

기아 중장기 투자 계획 /그래픽=비즈워치

기아가 최근 공개한 '2023 CEO 인베스터 데이'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중장기 투자 계획 일환으로 지난해 5조20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연구개발 투자 2조2000억원 △경상개발비 1조6000억원 △지분 투자 1조4000억원 등이다. 

기아는 이번 인베스터데이에서 투자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5년간 3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전년 수립한 계획보다 4조원 가량 늘어난 규모다. 

기아가 투자 규모 확대를 선언한 것은 전동화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다. 기아는 2030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160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작년 수립한 목표치(전기차 120만대)보다 33% 상향 조정됐다. 이 시기에 판매될 신차 3대 중 1대는 전기차다.  

우선 기아는 올해 6조원을 투자한다. 세부적으론 지분 투자 9000억원, 경상개발 2조6000억원, 연구개발비용 2조5000억원 등이다. 이후엔 2024년 6조9000억원, 2025년 7조1000억원, 2026년 6조3000억원, 2027년 6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아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중장기 투자전략은 2022년 발표한 투자 계획보다 4조원 높여 잡은 수준"이라며 "준수한 실적에 투자 규모도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기아는 투자 외에도 대규모 현금 지출이 계획됐다. 주주 가치 제고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내들면서다. 기아는 지난 1월 '향후 5년간 최대 2조5000억원 자사주 매입 및 절반 소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투자금까지 포함하면 매년 6조5000억~7조5000억원의 현금 지출이 예상된다.   

 2배 늘어난 현금, 3배 좋아진 창출 능력

기아 현금성 자산 추이 /그래픽=비즈워치

기아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되기 위해선 재무 건전성이 밑바탕 돼야 한다. 특히 현금은 투자에 가장 중요한 재원 중 하나다. 투자 규모가 클수록 현금도 든든히 확보돼야 한다. 

기아의 지난해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13조608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대비 15.3% 감소한 수준이다. 다만 5년 전과 비교했을 땐 현금성 자산이 2배 가까이 불어났다. 

이는 코로나 기간 매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현금이 두둑이 쌓인 영향이다. 기아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86조5590억원, 영업이익 7조2331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현금성 자산만을 두고 투자 여력이 있는지 판단할 순 없다. 기아의 계획이 5년에 걸쳐 진행되는만큼 현금이 안정적으로 창출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올해 기아가 6조원을 투자한다고해서 현금성 자산이 갑자기 13조원에서 7조원으로 줄어드는 건 아니다"며 "현재 보유한 현금을 지출할 수 있고 창출된 현금 일부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가 EBITDA다. EBITDA는 감가상각비 등을 반영하기 전 영업이익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EBITDA는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 등 설비 투자 규모가 큰 제조업 사업군에서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기아의 지난 5년여 간의 EBITDA는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의 지난해 EBITDA는 9조6557억원으로 전년대비 32.5% 증가했다. 5년 전(3조924억원)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불어났다. 이 역시 실적 호조와 연관이 깊다. 지난해 영업에서 창출된 현금흐름이 9조3332억원에 달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차입 규모가 굉장히 큰 회사는 이자비용 등을 계산하며 EBITDA를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하지만 기아처럼 부채비율이(작년 말 기준 87%) 낮으면 EBITDA만 보고 현금창출능력을 가늠하면 된다"고 말했다.  

기아 "투자 이행 문제 없다"

기아 측은 이번에 발표한 투자 계획에 대해 별다른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견조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는데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기아 관계자는 "과거에도 투자 계획을 발표해왔을 때 마다 일부에선 우려를 표한 적도 있지만 항상 잘 이행해왔다"며 "이번에 발표한 중장기 전략 역시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며 주주환원정책도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최근 업계로부터 건전한 재무구조를 유지 중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 3월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모두 신용등급 'AA+'를 받아냈다.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민원식 한기평 연구원은 "주요 원재료 가격 인상과 세타엔진 관련 대규모 품질비용 약 1조5000억원을 반영했음에도 우수한 수익성 기조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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