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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전 켜졌던 경고등'…석유화학 생존기 살펴보니

  • 2023.07.05(수) 07:00

SK지오센트릭·LG화학·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사업재편 수년전부터 이어져
재편결단 시점따라 경기변동 영향 달라

'한국 석유화학 기업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 수요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수출 환경은 빠른 속도로 악화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수입 규모 정체 및 축소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의 입지가 약화될 소지가 다분하다'(2009년 12월 LG경제연구원 보고서)

'한국 석유화학 산업은 최근 몇 년간 기대 이상의 호경기, 슈퍼 싸이클 등 수식어가 따르는 양호한 경기흐름이 유지됐다. 그러나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현재 시작되고 있는 석유화학 프로젝트들이 완공되는 2021∼2022년경 경기 하강이 본격화 될 가능성이 높다. 석유화학은 경기에 따라 기업들의 수익성이 동조해서 천수답 사업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길게 보면 산업 변화를 주시하고 대응 전략을 실행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흥망성쇠의 차이가 크다' (2018년 4월 LG경제연구원 보고서)

한국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위기 경고는 오래전부터 지속됐다.

SK지오센트릭(구 SK종합화학),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국내 기업들의 사업구조 개편이 어제 오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 아니란 얘기다. 다만 기업마다 사업구조 개편 방법과 실행 시점은 달랐다. 

업계에 따르면, 빠른 결단 실행은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종합화학 이었다. SK종합화학은 지난 2020년 울산의 나프타분해공정(NCC)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이 시설은 1972년 세워진 국내 첫 석유화학공장이다. 고무 플라스틱 소재로 쓰이는 올레핀을 매년 20만t씩  생산한 곳 이었다. 

가동중단 이유는 경제성 악화다. 과거 우리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자체 생산비중을 높이면서 경쟁이 힘들어졌다. 심지어 가동중단 시설은 분해해 고철(스크랩)로 팔았다. 

대신 SK종합화학은 2021년 9월 사명을 SK지오센트릭(SK geo centric)으로 변경하고, 플라스틱 재활용 위주의 친환경 사업자로 변화하기 위해 5년간 5조원을 집중투자 하기로 했다. 울산에 세계에서 가장 큰 폐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를 올 하반기 착공, 2025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지구와 토양을 뜻하는 '지오(geo)'와 중심을 뜻하는 '센트릭(centric)'을 조합한 사명에서도 알수 있듯, 지구를 중심에 둔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다는 목표"라면서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 역시 올 4월 정비를 위해 가동 중단했던 여수 NCC 2공장을 아직 가동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범용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사업에 대해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업 구조 재편 및 인력 재배치를 예고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 매각, 합작법인 설립 등이 언급됐다.

이에따라 NCC 2공장 인력이 다른 공장으로 배치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공장 매각설까지 나왔다. LG화학 측은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 "석유화학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사업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LG화학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신성장동력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예정된 투자비용은 배터리 소재에 6조원, 친환경 소재에 3조원, 혁신 신약에 1조원 등이다. 

경쟁력 악화의 최대 이유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발표한 석유화학산업 발전목표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까지 에틸렌을 비롯한 기초유분 확보 수준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대규모 화학 공업단지를 조성하고, 설비 가동률도 80% 이상 끌어 올릴 계획이다. 중국의 석유화학 증설 목적은 자급률 상향이다. 전문가들은 2025년께 중국의 주요 기초유분 및 중간원료 자급률이 100%를 달할 것으로 본다. 

하이투자증권은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자급률 상승을 감안하면, 최근 중국 내수 회복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이 누릴 수 있는 낙수효과는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한화투자증권도 '원가 측면에서 미국은 물론 같은 NCC이자 화학제품 주요 수출국인 중국 업체들에 비해서도 국내 석유화학사 경쟁력이 열위이기 때문에 전망이 밝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화솔루션은 이제 태양광 회사로 거듭났다. 한화솔루션 신재생에너지 부문(한화큐셀)은 지난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한화솔루션에 호조 요인이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3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태양광 허브를 건설하고, 회사의 중심축으로 성장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미 여러 투자들로 차입금이 많은 상황에서 한화솔루션은 곳간에 쌓아둔 현금을 투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업계에서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회사다. 롯데케미칼은 앞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석유화학사업 의존도를 낮추고 배터리 소재, 수소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집중하고 있는 투자사업은 배터리 소재 분야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다. 이 회사가 2028년까지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 30%로 업계 선두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를 비롯 유럽, 북미에 생산 설비를 확보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롯데케미칼, 롯데알미늄 등 그룹 내 2차전지 사업을 추진하는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도 강화키로 했다.

금호석유화학이 고려하고 있는 신사업 분야는 전기·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친환경 자동차 소재 사업이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로 활용되는 CNT(탄소나노튜브) 및 전기자동차 경량화 소재로 대표되는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준비 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향후 신사업을 위해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자금 확보도 돼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말 기준 금호석유화학의 현금성 자산은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며 "금리 인상과 거시 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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