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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빙하기' 끝나간다…AI가 훈풍 이끌어

  • 2023.07.27(목) 15:16

삼성·SK 2분기 반도체 적자 7.2조 불구
재고감소 본격화…AI용 HBM 경쟁 가속

/그래픽=비즈워치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반도체 빙하기'의 끝이 보인다.

2분기 중 재고 수준은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감소하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올 하반기부터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업황 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쪽은 AI(인공지능) 반도체다. AI 시장의 핵심 제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의 수요 강세로 시장이 빠르게 회복될 조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 선점을 위해 발빠른 움직임에 나섰다.

적자 숫자 아닌 '재고 감소'에 눈길

27일 삼성전자는 2분기 DS(반도체) 부문의 영업손실은 4조3600억원으로 2개 분기 연속 4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2조8821억원이었다. 양사의 2분기 반도체 영업손실만 7조원이 넘는다. 

다만 양사 모두 적자 폭은 감소했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적자 규모는 1분기와 비교해 약 2000억원 줄었고, SK하이닉스는 약 5000억원 감소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부가 가치 제품 판매가 늘어난 덕이다.

/그래픽=비즈워치

특히 실적 부진의 주 원인이던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점차 안정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재고가 지난 5월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메모리 수요 부진으로 상반기 재고는 높은 수준으로 마감했지만, 생산량 하향 조정에 따라 D램, 낸드 모두 5월 피크를 기록한 이후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찬동 SK하이닉스 낸드 마케팅담당도 "2분기말 재고는 판매 확대와 감산 효과가 나타나 전 분기 대비 소폭 감소했다"며 "DDR5와 HBM 등 새로운 수요가 성장하는 제품은 판매가 늘어 재고가 감소했고, DDR4 등 레거시 제품은 전방 수요 약세 지속으로 회복세가 더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개선된 수요와 감산 효과가 영향을 미치며 연말 재고는 현재보다 상당 부분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사는 재고 수준 정상화 속도를 내기 위해 낸드 추가 감산도 결정했다. 김재준 부사장은 "하반기에도 생산 하향 조정을 지속할 예정이며 재고 정상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D램, 낸드 모두 제품별 추가 생산조정을 진행 중"이라며 "특히 낸드 위주 생산 하향 폭을 크게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래픽=비즈워치

SK하이닉스도 전날 실적 발표 컨콜에서 D램에 비해 낸드의 회복세가 더디다며 추가 감산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낸드는 D램에 비해 업계의 재고 수준이 더 높고 수익성이 낮아 기존의 낸드 감산 규모를 5~10% 확대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를 통해 재고 정상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하반기 '훈풍' 분다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감산 효과가 나타나며 재고 수준이 정상화돼 점차적인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양사는 AI 반도체, 특히 HBM의 급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성능 제품이다. 챗GPT와 같은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필수적이다.

김재준 부사장은 "생성형 AI 시장 성장으로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지원하는 고성능 메모리, 특히 HBM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외부 기관 전망 기준 HBM 수요는 연평균 30% 중후반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견제에도 나섰다. 

SK하이닉스 HBM3./사진=SK하이닉스

김재준 부사장은 "HBM 시장 선도업체로 HBM2를 주요 고객사에 독점 공급했고 후속으로 HBM2e 사업도 원활히 진행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HBM3에서도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을 앞세워 이미 8단 16GB(기가바이트)와 12단 24GB 제품을 주요 SOC 업체와 클라우드 업체에 출하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다음 세대인 24기가 기반 HBM3P 제품도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으로 준비해 더욱 높아지고 있는 AI 시장 요구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공정과 메모리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AI 반도체가 HBM 메모리와 하나의 칩으로 패키징 되는데, 삼성전자는 제조 일련의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컨콜을 진행했던 SK하이닉스도 HBM 시장을 선두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박명수 D램 마케팅담당은 "고객 피드백을 보면 제품 완성도, 양산 품질 등을 종합해 SK하이닉스가 가장 앞서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HBM 시장 초기부터 오랜 기간 경험과 기술 경쟁력을 축적해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계속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 50%위로 1위다. SK하이닉스는 HBM3를 지난 2021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고, 지난 4월에는 24GB로 구현한 HBM3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오는 2026년부터는 HBM4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양산을 준비 중이다.

양사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HBM 선두권 유지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급증하는 미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삼성전자는 추가 증설 투자를 통해 오는 2024년까지 HBM 생산능력(CAPA)을 올해 대비 최소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연결 기준 투자 금액을 50% 이상 축소한 가운데, 성장을 주도할 DDR5와 HBM3에 필요한 생산능력 확보는 지속한다.

박명수 담당은 "내년 하반기는 HBM3e가 본격적으로 양산, 확대되는 시기로 고객사들과 이에 맞춰 CAPA를 준비하고 있어 내년 성장세에 대한 우려는 없다고 믿는다"며 "투자 부담이 있는 고용량 모듈은 플랫폼 업체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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