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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말 '화물 사업'까지 내놓나

  • 2023.09.30(토) 16:00

[워치인더스토리]
대한항공, 아시아나 화물사업 매각 고민
EU 승인 위한 조치…"과도하다" 반발도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중대 기로에 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위한 중대 기로에 섰습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합병하기 위해서는 총 14개국의 관문을 넘어야 합니다. 이중 11개국은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EU가 문제입니다. EU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나머지 미국과 일본의 관문도 뚫기 어렵습니다. EU가 끝까지 반대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은 최종 무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EU의 벽을 넘기 위해 부단히 애써왔습니다. EU가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상당한 출혈을 감수했습니다. 그럼에도 EU의 입장은 요지부동입니다. 여전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습니다. 칼자루를 EU가 쥐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은 EU의 입맛에 맞춰야 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EU는 이런 상황을 십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대한항공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EU는 대한항공에게 EU의 우려에 대한 시정 조치를 마련할 시간을 준다는 명목하에 시간을 끌고 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EU는 이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에 대한 의견을 내놨어야 합니다. 하지만 EU는 잘 알고 있습니다. 시간을 끌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을 말이죠.

시작부터 주도권은 EU에게 있었습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최대한 EU의 요구에 부응해야 합니다. 그래야 가장 높은 벽인 EU의 관문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EU의 승인 여부에 3년이 넘게 진행해왔던 아시아나 합병의 성패가 달려있습니다. 대한항공이 '울며 겨자 먹기'로 EU의 요구안을 수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이유입니다.

아시아나 화물사업 내놔라

최근 대한항공이 EU의 관문을 넘기 위해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이 EU집행위원회에 제출할 시정 조치안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는 겁니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무척 당황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오는 10월 말에 시정 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라 아직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사업 부문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대한항공에 예비 심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송했습니다. EU가 이 보고서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이 바로 '한국과 유럽 간 화물 운송 서비스 경쟁 제한'이었습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합병할 경우 한국과 유럽 노선이 화물 운송에서 유럽 항공사들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인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어찌 보면 EU 입장에서는 당연한 우려입니다. 지금도 한국과 유럽 노선의 화물 운송의 대부분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차지하고 있는데 합병이 성사되면 자신들의 권역 내 항공사들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EU가 시간을 끌면서 대한항공을 압박해왔던 것도 결국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을 종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매출액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한국-유럽 노선 항공 화물 점유율은 59.6%입니다.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급감했던 시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가며 버텼습니다. 그 덕에 한때 화물 부문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넘어선 것은 물론 여객 부문도 앞질렀습니다. 이런 노력으로 코로나 시기를 견뎠습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노력들이 오히려 부메랑이 됐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이렇게까지 해서 아시아나를 가져와야 하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대한항공은 그동안 각국의 심사 과정을 거치면서 이미 상당한 출혈을 감수해왔습니다. 런던 히스로공항의 주 7회 슬롯(시간당 이착륙 허용 횟수)을 영국의 버진애틀랜틱에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중국 노선에서는 46개 슬롯을 내놨습니다. 이것만 해도 타격이 큽니다. 미국 노선 슬롯도 조정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EU의 요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한항공에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과 별개로 파리, 프랑크푸르트, 로마, 바르셀로나 등 4개 노선의 슬롯 조정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EU가 이번 기회에 대한항공을 유럽 노선에서 사실상 '고사(枯死)'시키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사실 대한항공도 이런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발송된 EU집행위원회의 예비 심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 다방면으로 EU의 진의(眞意)를 파악하려고 백방으로 뛰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결과 EU측의 구체적인 요구안을 파악했고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한항공이 고민했던 이유는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이 '알짜'이기 때문입니다.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은 지난해 3조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작년 아시아나 전체 매출의 53.3%를 차지합니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부문 매출액은 7조7200억원이었습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할 경우 화물사업 부문 매출액은 10조원이 넘어섭니다. 당초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합병하려 했던 이유 중 하나도 화물사업에서의 시너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입니다. EU의 요구안에 맞추자니 실익은 없고 껍데기만 남는 꼴이 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거부하게 되면 3년을 넘게 끌고 왔던 아시아나 합병이 실패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시아나 합병이 무산될 경우 그 파장은 큽니다. 이제 대한항공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실리냐 명분이냐입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결국 명분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당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인 KCGI, 반도건설과 3자 연합을 이뤄 한진칼 지분 45.24%를 인수하면서 조 회장을 압박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때 등장한 것이 산업은행입니다. 당시 산업은행은 한진칼 지분 10.58%를 인수하면서 조 회장의 우호 세력이 됐습니다. 그 덕분에 조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우호 세력이 되는 대가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을 걸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시아나를 서둘러 매각해야 하는 산업은행과 경영권을 지켜내야하는 조 회장의 니즈가 맞았다는 겁니다.

조 회장은 이미 아시아나 합병에 대해 '올인'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 또한 업계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할 것으로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도 발을 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조 회장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중대한 기로에 선 대한항공. 과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 부문을 내줄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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