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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화물' 내놓은 대한항공, 승부 걸었다

  • 2023.10.21(토) 17:00

[워치인더스토리]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EU 승인 목적
국내 4개 LCC 관심…가격 등 부담 요소 많아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대한항공, 승부수를 던지다

예상대로 됐습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부 매각에 나섰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의 최대 관문인 EU의 벽을 넘기 위해서입니다. 대한항공은 절실합니다. EU의 벽을 넘지 못하면 지난 3년 여간 진행해왔던 아시아나 합병은 물거품이 됩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리더십도 타격을 입습니다. 대한항공이 알짜인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내놓으면서까지 아시아나를 품으려는 이유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의 매출액은 7795억원입니다. 아시아나 전체 매출액의 21.7%를 차지합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에는 전체 매출액의 72.5%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아시아나는 화물로 버텼습니다. 최근에는 엔데믹으로 여객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전체 매출액 대비 비중이 줄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매출처입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의 한 축인 화물 사업부를 매각하려는 것은 EU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합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EU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EU에서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을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두 거대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유럽 노선의 화물을 싹쓸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EU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합니다. 당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합병 효과로 여객은 물론 화물에서의 시너지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EU가 화물을 문제 삼으니 이를 해소해야만 합니다. EU를 넘지 못하면 다음 순서인 미국과 일본도 넘을 수 없습니다. 대한항공이 '울며 겨자 먹기'로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에 나선 이유입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셈입니다.

누가 관심있나

그동안 업계 등에서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물밑에서 여러 곳에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을 타진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은 이달 말까지 EU에 최종 수정안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 최종안에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을 담으려면 시간이 촉박합니다.

대한항공은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대한항공의 타깃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었습니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해외 항공사에 매각하기에는 시간이 없습니다. 절차도 복잡합니다. 하지만 국내 LCC들이라면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항공법상 항공 면허가 있는 항공사가 인수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항공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가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다행히도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에 관심을 가진 국내 LCC들이 있었습니다.현재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등 4곳이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CC들 입장에서는 화물 사업으로의 확장을 통해 외형 성장은 물론 여객 운송과 화물 운송의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복수의 LCC들이 LOI를 제출한 만큼 대한항공은 EU에 제출할 최종 수정안에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을 추진 중이고 현재 여러 곳의 국내 LCC들이 관심을 표명한 상태'라고 명시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EU의 최종 수정안 작성과 동시에 투 트랙으로 매각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시기적으로 엇갈리기는 하지만 EU에 '우려 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중 수 있습니다.

이슈는 가격

언제나 그렇지만 M&A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격'입니다. 이번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고 있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의 가격은 5000억~7000억원선 입니다. 문제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에 관심을 드러낸 LCC들이 이 가격을 매우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입니다. LCC들 입장에서는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아시아나의 시가 총액은 약 7500억원 수준입니다. 여기에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인수할 경우 일정 부분의 부채도 함께 떠안아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가 분리될 경우 떠안아야 할 부채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 총계가 12조515억원임을 감안해서 나온 단순 계산상의 숫자지만 LCC들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아울러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가 여전히 여객과 더불어 아시아나의 핵심 매출처인 것은 맞지만 예전에 비해 중요도가 많이 떨어졌다는 점도 LCC들이 가격에 불만을 갖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의 매출은 엔데믹 이후 큰 폭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침체로 항공 화물 사업 경기가 좋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는 것이 LCC들의 주장입니다.

반면 아시아나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합니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차입금에 대한 이자 비용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그렇다 보니 화물 사업부를 비싸게 팔아 대규모 현금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처럼 아시아나와 화물 사업부에 관심이 있는 LCC간의 간극이 큰 만큼 자칫 이번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시아나 이사회 결론은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 사업부 매각을 승인해 줄지 여부는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항공 화물 경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그동안 아시아나가 확보해 온 네트워크를 모두 넘겨줘야 하는 판이어서 유무형의 손실이 크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 사업부 매각을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만 뚜껑은 열어봐야 압니다.

만일 아시아나 이사회에서 이런 부분들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면 화물 사업부 매각이 물 건너 갈 수도 있습니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를 인수하려는 LCC들도 이런 부분들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데다, 이번 건에 대한항공의 사활이 걸린 만큼 협상의 여지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서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한항공이 EU의 벽을 넘기 위해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매각이라는 초강수를 둔 만큼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매각이 가장 중요한 화두입니다. 따라서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인수에 관심이 있는 LCC들이 부담을 느낀다면 여러 조건을 조정할 가능성도 열려있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아시아나 입장에서는 화물 사업을 내준다는 것은 큰 부담"이라면서 "하지만 합병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인데다, 대한항공의 의지가 강해 어떤 식으로든 매각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이 던진, 어찌보면 마지막 승부수가 될 아시아나 항공 사업부 매각.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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