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동차기자협회 10월의 차에 KG모빌리티 토레스 EVX가 이름을 올렸다. 3000만원 후반대(보조금 적용시) 가격 대비 높은 동력 성능과 상품성, 에너지 효율, 디자인 등을 갖췄다는 심사 결과다. 토레스 EVX는 동급 전기차 중 가장 크다. 또 가장 많은 수납 용량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가격은 경쟁 차종 중 가장 저렴하다.
공간에 한번, 주행에 두번 놀랐다
지난 8일 EVX를 직접 시승해 보며 장단점을 따져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깃인 3040세대가 선호할 만한 가성비 SUV 전기차다. 디자인과 주행 성능에서 SUV와 전기차 각각의 특성을 고루 챙겨 담아냈다.
외관을 살펴보면 SUV 명가가 만든 자동차라는 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전면부에서는 수평형의 LED 주간주행등과 순차점등 일체형 램프가 간결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강렬함은 후드 캐릭터 라인으로 이어진다.
뒤로 돌아가면 스페어 타이어를 형상화한 리어 가니쉬가 시선을 이끈다. 전기차이지만 정통 SUV라는 정체성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측면으로 나있는 테일게이트 도어는 SUV의 이미지를 배가한다. EVX 전장은 4715mm, 전폭은 1890mm, 전고는 1735mm다. 같은 중형 차급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보다 전장과 전고가 각각 80mm, 130mm 더 길다.
실내는 전기차답다. 꼭 필요한 버튼만 남기고 모두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로 집어넣어 보다 정돈된 1열을 완성했다. 12.3인치 클러스터 센터콘솔에는 무선충전 기능이 탑재됐다. 운전석 스티어링 휠은 위쪽은 얇게, 아래쪽은 두텁게 만들어 잡는 맛을 달리했다.
레그룸과 헤드룸은 1열과 2열 모두 널널하다. 2열에 키 180cm의 성인 남성이 착석하자 레그룸은 손가락 하나 정도, 헤드룸은 한뼘 가량이 남았다. 전 좌석에는 열선시트가 적용됐다. 2열 시트에는 최대 32.5º 뒤로 넘어가는 리클라이닝 기능이 들어갔다. 트렁크 수납공간은 기본 839리터로 동급인 중형 전기차 중 최대다. 필요에 따라 2열 시트를 접어 2배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주행에 나서자 EVX의 진가가 느껴졌다. 전고가 높은 차량의 특성상 안정감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래로 낮게 깔려가는 듯한 부드러운 움직임을 선사했다. 살짝만 가속 페달을 밟아도 금방 제한속도에 도달할 정도의 힘도 보였다. EVX 제로백은 8.1초. 브레이크는 미끄러짐 없이 잘 잡혔다.
시승 코스 대부분이 고속 주행 구간인 탓에 주행가능거리는 달리는 만큼 줄었다. EVX 공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33km. 동급 차량인 아이오닉5(458km)과 EV6(475km)보다는 짧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했기 때문인데, 대신 안전성과 내구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승차감도 괜찮다. 특히 노면을 달리거나 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 흡수가 예상보다 좋다. 차선 유지 보조와 같은 주행 관련 편의사양들은 잘 작동한다. 곡선 구간 들어서며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잠깐 떼봤는데 무리 없이 나아갔다.
EVX는 트림에 따라 4700만~4900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 각종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후반대까지 낮아진다. 내연기관 중형 SUV 수준이다. 전기차를 타보고 싶은데 가격 때문에 망설였던 3040세대라면 EVX를 고려해 볼 만하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전기차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전정신의 가치를 담아냈다"면서 "기존 도심형 전기 SUV와 확연히 차별화된 전기 레저 SUV 영역을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