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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전기차 성장둔화 불구 삼성·LG 콕 찍은 이유보니

  • 2023.11.13(월) 06:30

삼성 자회사 하만, 호실적 보이며 반도체 부진 메워
LG전자 VS, 역대 최대 영업익…주력사업 반열 올라

최근 몇 년간 '전기차'는 높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의심하는 이들은 없었죠.

하지만 요즘 전기차는 예전 같지 않은데요.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전기차 기업의 성장률도 주춤하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는 총 966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률 61.3%에 비하면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전장(자동차 전기부품) 사업'에 유독 집중하는 모양새인데요. 전장 사업은 △차량용 반도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등을 말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노려볼 만한 분야죠.

반도체 부진 메운 '하만'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반도체 불황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인데요. 올해 3개 분기 동안 DS(디바이스 솔루션, 반도체) 부문이 기록한 누적 적자만 12조6900억원에 달합니다. 반도체의 부진을 메울 만한 사업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전장과 오디오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이 삼성전자 실적의 구세주로 떠올랐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인수한 자회사인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은 뒤 진행한 최대의 인수합병(M&A)로 높은 관심을 끌었죠. 당시 인수 금액만 80억달러(약 10조550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하만은 삼성전자로 편입된 이후 몇 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2016년 680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2020년 600억원까지 쪼그라들었습니다. 삼성전자와 이재용 회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던 이유였죠.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21년입니다. 자회사 통폐합과 조직 슬림화를 거쳐 연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10배인 6000억원까지 끌어올렸죠. 또 작년 연간으로는 13조2100억원의 매출과 8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을 지속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하만이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것은 올해부터인데요. 수조원대의 수익을 내던 반도체 사업이 고꾸라지면서 실적을 깎아먹자 하만의 실적이 돋보이기 시작한 것이죠. 올 3분기 하만의 매출은 3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4500억원으로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습니다. 전장 고객사의 수주 확대와 함께 포터블 스피커 등 소비자 오디오 및 카오디오 판매가 늘어난 덕입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이익은 83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이익(8800억원)에 육박합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2조43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2.2%에 달합니다. 지난 2년 동안 전체 대비 영업이익 비중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는 것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과죠. 물론 이는 현재 반도체 실적이 감소한 탓도 크긴 합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하만이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삼성전자 역시 올 4분기 전장 제품 수주 호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내년에도 차량 내 고객 경험 강화를 통해 전장, 디스플레이 등 신규 분야 사업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죠. 반도체 업황 회복에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전자 실적에서 하만은 당분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 주력 사업 떠오른 '전장'

LG전자 역시 전장 사업을 오래 해왔습니다. 현재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VS사업본부) △차량용 조명 시스템(ZKW) △전기차 파워트레인(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등 3대 핵심사업을 통해 전장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이중 사업의 주축인 VS사업본부는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았습니다. 

그간 사업이 녹록지만은 않았는데요. 삼성전자에게 하만이 아픈 손가락이었다면, VS사업본부는 LG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었습니다. 지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이 기간 동안 누적 적자만 약 1조8000억원에 달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아주 다릅니다. VS사업본부는 작년 2분기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흑자를 시현했고, 이후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 연간 흑자도 이끌어냈습니다. 지난해 VS사업본부의 매출은 8조6496억원, 영업이익은 1696억원을 기록했는데요.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올 3분기 역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이제는 엄연한 주력 사업이 됐습니다. VS사업본부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2조5035억원이었는데요. 이는 3분기 기준 최대치고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역대 분기 최대치인 134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현재 VS사업본부의 성장세는 LG전자의 지난 10년간의 투자와 사업 고도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줍니다. LG전자는 올해 전장 사업 연간 매출이 처음으로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오는 2030년까지는 매출 규모를 20조원까지 키우는 게 목표입니다.

다소 허황된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는 '근거 있는' 자신감인데요. LG전자 VS사업본부는 현재 80조원 이상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 말에는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나아가 LG전자는 "향후 자동차의 빠른 전장화 및 전동화 추세를 고려하면 수주 잔고 금액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죠.

/그래픽=비즈워치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에서 김주용 VS담당 상무는 "수주 잔고 증가 대응 및 권역별 생산 대응을 위해 지속적인 생산지 확장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스마트 사업의 경우 북미 권역 대응을 위한 멕시코 신규 생산지가 설립 중이며 기존 운영 중인 베트남, 폴란드의 확장 투자도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LG마그나는 기존의 한국, 중국 외에 북미 권역 대응을 위한 멕시코 공장이 곧 가동될 예정"이라며 "유럽 권역 대응을 위한 신규 공장도 설립 중"이라고 부연했죠.

다만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와의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아직 적자 상태입니다. LG전자는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의 영업이익이 올해 연간 기준 흑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김 담당은 "과거 수년간 건전한 수주 활동의 결과로 향후 지속적인 매출 성장 및 제품 프로덕트 믹스 개선이 전망되고 수익성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매출 성장 및 믹스 개선 외에도 공급망관리(SCM) 및 생산 효율성 제고 등 오퍼레이션 전반에 걸쳐 보다 적극적인 원가구조 개선을 전개해 추가적인 수익성 개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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