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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문경영인이 아니었다'…LG 떠나는 권영수 부회장 모습들

  • 2023.11.22(수) 15:13

재계가 바라본 권영수 부회장 단상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권영수 부회장은 일반적인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CEO 역할에만 충실했던 스타일이 아니라, 마치 오너쉽을 가지며 회사를 이끌어가는 스타일이었다"

22일 용퇴를 밝힌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오너쉽을 가지며 회사를 이끌어가는 스타일'은 자신감에서 나올 것이다. 그 자신감은 확실한 경영판단력이 기반되어야 표출될 수 있을 것이다. 

44년이나 전문경영인으로 몸담을 수 있었던 권 부회장의 모습을 단편적이나마 살펴봤다. 

사업부를 꿰뚫다

"성적이 좋지 않아 마음이 무겁다. 좋은 얘기부터 하자면, 1분기 지나면서 좋았던 부분중 DA사업부는 어떤 환경변화에서도 꾸준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10% 성장률이다. 초우량 기업도 10% 성장에 만족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톱 수준이라 자긍심 있다"

권 부회장이 LG전자 재경부문장으로 마지막해를 보냈던 2006년 실적발표회 때 한 발언이다. 그는 여느 최고재무책임자(CFO) 처럼 회사경영의 큰 그림을 그리고 관리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디테일이 살아있다. 각 사업부에서 돌아가는 작은 일까지도 세심하게 신경쓰고 챙긴다. 실적발표회 때 애널리스트·투자자·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던 모습이 생생할 정도다. 

"지금 단말사업이 겪는 문제는 외부요인이 많다. 모토로라가 레이저폰을 하나 사면 공짜로 하나 더주는 마케팅을 한다. 모토로라 납품가는 150달러인데 보조금을 100달러 줘서 50달러에 사는 구조다. 아무리 싸게 해도 원가를 커버하긴 어려울 것이다" "42인치 LCD패널이 좀 늦게 출시돼 세트모델 라인업이 지연됐다. 그러나 2분기부터 37·42인치에 주력해 마케팅 중이다" "해외법인은 지속적 이익내고 있다. 영업이익 기준 매분기 800억∼900억원대 이익낸다. 단 지표상 적자 나온 이유는 LG노텔이 합작후 회계기준을 보수적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세하게 답할 정도로 마케팅, 구매, 해외법인, 경쟁사동향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관심사는 끝이 없었다. 

LG전자 재무출신 한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여타 CFO와 달리 사업부를 관할하는 카리스마가 넘쳤다"면서 "본사, 지방생산라인은 물론 해외사업장까지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이해의 폭을 넓혔던 경영자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프랜들리(friendly)하다

경영자가 사업부 돌아가는 일을 세세하게 알고 있으면, 직원들은 피곤하기 마련이다.

다만 권 부회장은 그 피로도를 임원들 몫으로만 돌렸다고 한다. 자신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임원들에겐 한 없이 엄격했던 반면 일반 직원들에게는 베풀었다. 

그가 2007년 LG필립스LCD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 일이다. 당시 회사는 엄청난 적자에 시달렸다. 직원들 입장에선 당연히 단기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조정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는 반대로 체질 개선과 경영구조 혁신을 진행했다. 여기에 감성 경영과 적극적인 의사소통으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뛰게 만들었다. 이후 회사는 단숨에 흑자로 돌아섰다.

LG유플러스 대표 취임 후에도 사내 '즐거운 직장팀' 조직을 신설하고 회사 문화를 바꿔냈다. 당시 유플러스 역시 통신3사 중 만년 3위에서 벗어나야 할 숙제를 갖고 있었는데, 이후 유플러스 성장세는 엄청났다는 평가다. 

그는 미디어에 대해서도 친근감을 보였다. 미디어를 '방어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동행의 대상'로 생각했다는 느낌이다. 심지어 그는 한국과 시차가 달랐던 유럽출장 중에도 기자의 전화를 받고 자세하게 답변하거나, 오래전 있었던 일화들을 자세히 기억하는 모습을 보일 정도다. 

네트워킹 능력 '갑'

"권영수 부회장이 만나는 인사들을 보면, 보통 전문경영인들이 만나는 수준이 아니다"

재계 여러 관계자들의 말이다. 일반적으로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전문경영인은 전문경영인끼리 만나 격을 맞춘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권 부회장이 만나는 면면을 보면 오너경영인 수준이었다는 평가다. 물론 당사자 또는 스케줄을 관리하는 비서진이 아니면 객관적으로 검증할 순 없다. 

다만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를 들어보면, 권 부회장은 단순한 전문경영인 시각이 아니었던 건 분명하다. 

권 부회장의 배경도 한몫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는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 카이스트 석사 출신에 양정모 국제그룹 회장의 사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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