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조건부 집중투표제 도입은 적법하며 다른 사례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내달 2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법적 하자가 있다"고 주장하자 정면 반박에 나선 것이다.
고려아연은 이사회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주주 제안)'과 이 안건의 가결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 청구의 건'을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의했다고 24일 밝혔다.
해당 주주인 유미개발이 정관 변경의 안건을 6주 전인 12월 10일 제안했다는 점, 또 여러 선례를 보면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주주 제안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조계도 절차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MBK·영풍은 이에 대해 법적 하자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미개발의 주주제안 중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한 정관 변경을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유효하더라도, 집중투표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를 내용으로 하는 주주제안은 효력이 없다는 내용이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에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을 배제하도록 하는 정관 규정이 있는데 이럴 경우 정관 변경을 사전에 해 놔야, 이후 주주가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법조계에서는 주총에서 정관 변경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변경된 정관에 따른 주주제안을 사전에 하는 것(정지 조건부 주주제안) 역시 가능하다는 해석이 많다고 강조했다.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 안건은 가결되는 즉시 정관 변경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되는 것을 조건으로 후속 안건을 제안하고 주주총회에 상정하는 것이 허용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법리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별 이견이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와 관련한 다수의 선례도 제시했다. 지난달 28일 H사는 임시주총에서 이사 수 상한 10인 중 9인의 이사가 선임된 상황에서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변경 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2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지난 2021년 3월에는 HJ사가 이사 수 상한 8인 중 8인(1인 임기만료)의 이사가 선임된 상태에서 이사 수 상한을 늘리는 정관변경 안건이 가결됨을 전제로 이사 3인을 추가 선임하는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상정했고, 2018년에 11월 동일한 형태의 S사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상법 제542조의7 및 제382조의2에는 주주가 '정관상 집중투표제를 배제하지 않은 회사'에 대해서만 집중투표청구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며 조건부 집중투표청구를 다른 조건부 안건의 주주제안과 다르게 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정관 변경 조건부 집중투표청구의 적법성과 관련해서도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상법상 총회일로부터 6주 전 주주제안이 제출돼야 한다는 규정은 회사가 제안요청을 받고 소집통지 기타 안건작성 등 총회를 준비하는데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며 상법 제542조의 7에서는 집중투표청구에 대해서도 이와 동일한 취지로 6주 제한을 두고 있다.
유미개발의 주주제안 역시 임시주총 개최 6주 전인 12월 10일에 통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런 취지에도 부합하고, 절차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다른 주주들에게 예상치 못한 손해를 끼치고 있다는 MBK·영풍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앞서 언급된 H사와 HJ사, S사 사례 역시 모두 6주 전 정관 변경 안건이 가결될 것을 전제로 정관 변경 조건부 안건을 상정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위 사례 모두 6주 전 주주제안을 제출해 주주들에 손해를 끼친 바 없으며, 6주 기간 제한을 둔 취지에 부합하게 안건이 상정됐다고 볼 수 있다"며 "선례들에 비춰봤을 때 유미개발의 주주제안 역시 적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법조계 의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