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해도 소수주주가 지지하는 이사 선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2일 밝혔다.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을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집중투표제는 상법상 대표적으로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방안"이라고 강조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MBK파트너스·영풍은 "집중투표제 도입 의안이 가결되고 이사진 수가 19인으로 제한되면 주요 주주들의 보유 지분을 고려했을 때 집중투표로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주체는 사실상 1대, 2대 주주에 한정되고, 기타 소수주주 측 이사 선임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1주당 이사의 수만큼의 의결권을 각 주주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즉 3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주식 1주당 3개의 의결권이 부여된다. 이 의결권을 특정 이사 후보 1명에게 몰아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집중투표제는 대주주보다는 소수주주에 유리한 제도란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MBK·영풍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구조는 1대·2대주주에게 의결권 지분이 80~90% 집중되어있는 상황이어서 다른 소수주주들이 특정이사 후보를 집중투표로 진입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는 한국상사법학회가 출간한 주식회사법대계(제4판) 2권에 나오는 '집중투표제 시행 시 소수주주가 1명의 이사 선임을 위해 필요한 최소 보유주식수에 대한 공식'을 인용했다.
공식에 따르면 소수주주가 D명의 이사를 선임해야 하는 주주총회에서 n명의 이사를 자기 뜻대로 선임하기 위해 보유해야 하는 주식 수(Xn)는 'Xn=[n*S/(D+1)]+1주'다. S는 주총에 출석한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다.
가령 발행주식 총수가 120주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주식 100주의 주주가 주주총회에 출석하고 이 주총에서 3명의 이사를 집중투표제를 통해 선임하려고 할 때, 1명의 이사를 선임시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 보유 주식 수는 [1명*100주/(3명+1)]+1주를 계산해 나오는 26주다.
고려아연의 1월 임시주총에서는 소수주주의 이사 후보 추천 기회가 없었다. 유미개발도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변경안만 제안하고 이사 후보를 따로 추천하지 않았다.
3월 정기주총에서는 기존 이사회 19명 중 4명(분리선출 예상 1명 제외)의 임기 만료된다. 정기주총에서 4명의 이사를 새로 선출한다면, 이 때 소수주주가 이사 1명 선임에 성공하기 위해 보유해야 하는 최소주식수는 얼마일까.
자사주 및 경원문화재단 지분을 제외한 의결권 주식총수(1815만6107주)가 100% 주총에 참석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의 공식은 [1명*1815만6107주/(4명+1)]+1주를 계산해서 나오는 363만1222주이다. 즉 전체 의결권 있는 주식(1815만6107주) 중 20%(363만1222주)가 필요하다.
같은 방식으로 2027년 3월 정기주총에서 임기만료 이사(11명)을 신규 선임한다고 가정하면, 집중투표로 이사 1명을 선임하기 위한 최소 보유주식수는 151만3009주(8.3%)가 필요하다.
현재 고려아연 의결권 주식은 MBK·영풍이 46.71%를 보유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의 특수관계인 의결권은 19.96%이며, 주요주주(현대차, 한화, LG화학, 트라피구라, 모건스탠리, 조선내화 등)들이 모두 최 회장측을 지지한다고 가정하면 최대 39.17%로 추산된다.
따라서 고려아연은 의결권 주식의 86%가 1대·2대주주에 밀집되어 있는 구조다. 이 상황에서 1대·2대주주를 제외한 소수주주가 집중투표제로 자신들의 의사를 대변할 이사 1명을 선임하려면, 최소한 소수주주 의결권의 과반 이상이 결집해야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게 MBK·영풍의 논리다.
MBK·영풍은 "고려아연과 같이 일부 주주에게 주식이 집중된 구조에서 집중투표제는 일반 소수주주의 이익을 위해서 작동되기 어렵다"며 "3% 지분을 가지는 어느 소수주주가 이사 1인을 집중투표제 하에서 선임하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40명 이상으로 구성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최 회장 측은 이사 수 상한제를 제안함으로써 이를 아예 막고자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알면서도 최 회장 일가 유미개발이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이유는 단 하나, 최 회장 자리보전용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라며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이 상법을 위반하고 주주평등의 원칙을 위배함은 물론,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의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의 권리까지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