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우디가 다시 시동을 걸었다. 올해에만 16종의 신차를 쏟아내는 대대적인 라인업 교체 속에서 Q6 e-트론은 '첫 타자'다.
전기차도 퍼포먼스를 논할 수 있을까. 이 차는 그 질문에 숫자로 답한다. 제로백 6.7초, 최고출력은 약 306마력(225kW)에 이른다. 굽잇길에선 세단처럼 안쪽으로 파고들었고, 고속에선 풍절음 없이 속도를 끌어올렸다. 예상보다 상당히 더 다이내믹했다.
작은 디테일, 큰 완성도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편도 약 100km를 달린 뒤 같은 경로로 복귀하는 시승 코스는 복잡한 도심과 고속도로, 산길 와인딩을 고루 포함했다. 다양한 주행 환경을 통과하며 Q6 e-트론의 강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우디가 만든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PPE(Premium Platform Electric)는 포르쉐와 공동 개발됐다. Q6 e-트론은 그 기술을 처음으로 적용한 양산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국내 출시 모델은 총 4가지 트림으로, 기본형인 '퍼포먼스'와 고급형인 '퍼포먼스 프리미엄', 사륜구동 기반의 '콰트로 프리미엄', 고성능 버전인 'SQ6 e-트론'으로 구성된다. 시승차는 퍼포먼스 프리미엄 트림, 외장 컬러는 글레이셔 화이트 메탈릭이었다.
전장(차 길이) 4770mm, 전폭(너비) 1965mm, 전고(높이) 1960mm, 휠베이스 2888mm. 숫자만 보면 덩치가 크지만 균형 잡힌 비율 덕에 시각적 부담은 덜하다.



디자인은 전기차 티를 크게 내지 않는다. 네모반듯한 미래적 형태보다 기존 아우디 SUV의 디자인 언어 위에 디테일을 더한 수준이다. '전기차처럼 안 보이는 전기차'라는 점이 오히려 아우디다웠다.
실내는 물리 버튼 없이도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구성됐다. 자주 쓰는 공조 기능과 시트 조작 버튼은 인포테인먼트 하단에 별도로 마련돼 있어 번거로움을 없앴다.
운전석 도어 손잡이 위치도 눈에 띄었다. 손을 얹기 가장 편한 위치에 있어 차문을 팔로 밀며 열 필요가 없었다. 이런 동선의 짜임새는 프리미엄 차량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설계 완성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트렁크는 기본 526리터, 2열을 접으면 최대 1529리터까지 확장된다. 엔진이 사라진 자리에 생긴 프렁크(Frunk)도 64리터로 실용성을 더했다. 특히 프렁크 주변으로 굵은 웨더스트립을 둘러 방진·방수는 물론 풍절음 차단까지 신경쓴 모습이었다. 이런 비가시적인 디테일은 프리미엄 전기차를 지향하는 이 차의 완성도를 증명하는 부분이다.
덩치는 SUV, 감각은 세단…주행감은 전기차
이날 시승한 퍼포먼스 프리미엄 트림은 최고출력 225kW(약 306마력), 최대토크 49.46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는 6.7초면 충분하다.
SUV임에도 속도감과 안정감이 공존했다. 특히 곡선 구간에서 빛났다. 세단에 비해 차고가 높은 SUV는 와인딩에서 쏠림이 느껴지기 쉬운데, Q6 e-트론은 차체를 안쪽으로 말아 쥐듯 돌아나갔다. 후륜 기반 구동과 스포츠 서스펜션이 만든 안정된 주행감이었다.



100km 이상 달리는 고속 주행에서 실내 정숙성도 뛰어났다. 아우디가 적용한 어쿠스틱 글라스(이중접합 유리)는 풍절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고요한 몰입감을 줬다.
회생제동은 패들시프트와 드라이브 모드에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다. 고속에선 회생제동을 끄고 부드럽게 밀고 나갔고, 도심에서는 단계 조절을 통해 전기차다운 브레이크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브레이크 페달 감도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편이었다. 정체 구간에서 자주 밟게 되는 도심 주행 시 피로도가 낮았다.
800V 아키텍처 기반의 초급속 충전도 장점이다. Q6 e-트론은 100kWh 배터리를 탑재해 최대 468km 주행이 가능하고 10%에서 80%까지 약 21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시승 당일 종각에서 99%로 출발해 원주까지 100km 주행 후 남은 배터리는 77%였다. 주행 모드는 일반과 스포츠를 오가며 전비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날 평균 전비는 5.0km/kWh를 기록했다. 공식 전비(4.3km/kWh) 수준에 든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건 음성인식 기능이다. “안녕 아우디, 선루프 열어줘”라고 말하면 즉시 작동했다. 직관적이고 빠르며 주행 중 손을 뗄 필요가 없는 편의성이 매력적이었다.
한 줄 평
"침묵 깨고 돌아온 아우디, 전동화 시대 새 얼굴을 내놓다."
'차'를 전문가만큼은 잘 '알'지 '못'하는 자동차 담당 기자가 쓰는 용감하고 솔직하고 겸손한 시승기입니다. since 2018.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