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와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픽업 트럭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중장기 전략을 구체화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판매 419만대, 글로벌 시장 점유율 4.5%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29년까지 전동화·SDV 등 미래사업에 42조원을 투자한다. 기존 430만대였던 글로벌 판매 목표는 중국 리스크를 반영해 419만대로 현실화했다.
EV·PBV·픽업 신차 전략 '3대 축'
송호성 사장은 9일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기차(EV) 시장의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목표 수치를 하향 조정하고 대신 보급형 라인업 확대에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는 기존 160만대에서 125만9000대로 약 34만1000대 낮췄고 2027년 목표도 114만7000대에서 78만3000대로 조정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전동화 전환 지연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다.
EV 라인업 전략은 EV3, EV4, EV5를 기반으로 EV 대중화를 추진한다. 내년에는 엔트리급 모델 EV2를 출시해 전기차 구매 허들을 낮춘다. 이를 통해 전기차 보급률 확대와 함께 판매 기반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술적으로는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차세대 배터리, 하드웨어 최적화, 전자 아키텍처 고도화, 차량 소프트웨어 강화 등을 동시에 추진한다.

PBV는 B2B 기반 글로벌 시장 확장을 전제로 사업화에 본격 착수한다. 중형 모델 PV5를 올해 7월 국내 출시한 뒤 2027년 PV7, 2029년 PV9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 모델별 판매 목표는 PV5 13만5000대, PV7와 PV9 합산 11만5000대로 총 25만대다.
차량 유형은 탑승 목적 피플무버, 물류 배송용 딜리버리, 유틸리티 중심 업무형 차량 등 3종으로 구성되며, 기아는 100여 개 글로벌 기업과 협업 중이다.
픽업 부문에서는 브랜드 최초의 정통 픽업 트럭 '타스만'을 한국, 호주 등 신흥 시장에 올해 중 출시해 연 8만대, 점유율 6% 확보를 노린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중형 전동화 픽업도 개발 중이다. 신규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북미용 픽업은 연 9만대 판매와 시장점유율 7%가 목표다. 기아는 픽업이 전 세계 완성차 수요의 9%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중요도가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딘 캐즘 극복에…전동화 현실 조정
기아는 기존 430만대였던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를 419만대로 11만대 낮췄다. 중국의 수요 둔화와 치열한 가격 경쟁을 반영한 결과다. 지역별로는 미국 111만대, 유럽 77만대, 한국 58만대, 인도 40만대를 포함한 선진 시장 246만대, 신흥 시장 173만대가 목표치다.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전체 목표는 올해 89만7000대(판매 비중 28%)에서 2030년 233만3000대(56%)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EV 125만9000대, 하이브리드와 PHEV 107만4000대가 포함된다. 기아는 2030년까지 주요 시장별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북미 70%, 유럽 86%, 국내 73%, 인도 43%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부문은 기존보다 라인업을 두 배 가까이 늘린다. 현재는 6개 차종(K5, K8, 니로,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으로 연간 49만2000대 판매 중인데, 2030년까지 10개 차종, 99만3000대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파워트레인 생산시설도 증설해 연간 90만대 이상 공급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차량 전체 라인업은 2025년 기준 내연기관 포함 총 32종(ICE 23종·EV 9종)에서, 2030년까지 ICE 17종, EV 15종으로 전동화 중심으로 재편한다. 내연기관 모델은 신흥 시장 대응 차원에서 유지하되, 하이브리드는 셀토스부터 텔루라이드까지 다양한 세그먼트로 확장해 수요를 흡수한다.
생산 체계도 지역별 전략에 따라 다층화한다. 한국은 EV 기술 개발과 생산 허브 역할을 맡고 미국은 중대형 SUV와 픽업, 유럽은 중소형 SUV·해치백, 인도는 소형 SUV를 전담한다.
전체 13개 내연기관·혼류 공장(국내 7·해외 6)과 별도로 2개의 EV 전용 공장(EVO 플랜트 포함)도 병행 운영해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전동화·SDV·로보틱스에 42조 투자
기아는 2029년까지 향후 5년간 총 4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존 2024~2028년 5개년 계획보다 4조원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는 19조원이다.
세부적으로는 전동화 67%, SDV 9%, AAM·로보틱스 8%, 에너지 5%, 모빌리티 3%, 기타 7%의 비율로 각각 투자할 계획이다.
전동화 부문에선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충전 인프라 확충이 포함된다. 국내에는 초급속·급속 충전기 총 1만3000기 이상을 구축한다. 북미에는 현대차그룹 합작법인 아이오나(IONNA)를 통해 5만기 이상, 유럽에는 아이오니티(IONITY)와 협력해 1만7000기 이상 초고속 충전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도 병행된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42dot, 선행개발 조직 AVP본부와 협력해 OTA, 차량 내 고성능 컴퓨팅, 자율주행 알고리즘 고도화, 초개인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낸다. SDV 기반으로는 2026년 Pace Car 모델을 통해 자율주행 AI 기술을 최초 적용하고, 양산 체제로 확대할 방침이다.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 체질 개선도 병행된다. 기아는 올해 도매 기준 321만6000대, 소매 기준 317만대를 판매하고 글로벌 시장점유율 3.7%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대비 4.1% 증가한 수치다.
주주환원 정책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아는 2027년까지 총주주환원율(TSR) 35% 달성을 목표로 주당 최소 배당금 5000원, 배당성향 25% 이상을 설정했다. 자사주는 연중 상·하반기로 나눠 분할 매입 후 100% 소각하기로 했다.
송호성 사장은 "앞으로도 내실을 강화하고 자동차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브랜드의 발전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