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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토요타 'JIT'의 완결판…베일 벗은 시흥 물류허브서 엿본 미래는

  • 2025.04.21(월) 00:00

20년 만의 센터 이전…4500평 규모로 2.5배 확장
토요타 생산철학 '적시공급·자동화' 그대로 담겨

지난 17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시화IC를 지나 몇 분쯤 더 들어가자 웅장한 물류센터 외벽의 선명한 'TOYOTA' 로고가 시야에 들어왔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신규 부품물류센터다. 브랜드 출범 20여 년 만에 확장 이전한 이곳이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수입차 부품기지이자 하루 4000건 이상의 부품을 출고하는 물류 허브다. 기존 부천 창고와 주변 임차창고를 합친 면적보다 2.5배 넓은 약 4500평 규모로, 현재 2만7000여 종의 부품을 보관하고 있다. 정비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설계된 센터는 단순 보관창고를 넘어선 정밀 물류의 전략 거점 면모를 드러냈다.

이곳은 토요타의 생산 철학인 TPS(Toyota Production System, 토요타 생산 방식)를 바탕으로 한다. '필요한 부품을, 필요한 만큼, 필요한 시점에' 공급하는 적시공급 시스템(JIT)을 구현한 공간으로, 전체 설계와 운영은 일본 본사 출신 물류 전문가가 2년간 직접 컨설팅해 완성했다.

10분 단위로 움직이는 물류…토요타식 '정시 시스템'

센터 운영의 핵심은 'Just-in-Time(적시공급)'이다.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전국 딜러사의 주문을 시간대별로 마감하고 그에 따라 소형·중형·대형 부품을 분류해 피킹 작업이 진행된다. 

수도권은 하루 최대 3회, 지방은 1회 배송이 기본이다. 딜러 주문은 수도권 기준 하루 최대 19개 주문 마감이 운영된다.

픽킹 슬립이 출력되는 '홈포지션' 구역에 들어서자 리듬감 가득한 부품 출고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딜러 주문 내역은 작업 지시서 형태로 출력되고, 분류된 부품은 10분 단위로 계획된 일정에 따라 분배된다. 작업자는 이 시간표에 맞춰 피킹·포장·출고 등 각 공정을 순차적으로 처리하면서 작업 흐름 전체가 블록 단위로 정밀하게 구성돼 있었다.

부품센터 내부는 메저닌(중3층) 구조로 구성돼 있다. 1~2층은 수요가 많은 부품, 3층은 추후 확장 공간으로 남겨뒀다. 현재 전체 출하물량의 70%가 메저닌을 통해 처리된다.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운반되는 부품들./사진=도다솔 기자

메저닌 보관구역에선 컨베이어 벨트가 상하층을 오가며 부품을 실어 나른다. 작업자는 스캔과 포장을 거쳐 상차 구역으로 물품을 넘기고, 이 전 과정은 시각화 보드를 통해 실시간으로 흐름이 공유됐다. 현장 매니저는 "특정 루트의 병목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부품은 토요타의 7대 보관 기술에 따라 규격별·회전율별로 정렬돼 있었다. 작업자들이 필요한 부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설계된 방식이다.

부품물류센터 내부 토요타 7대 보관 기술./사진=도다솔 기자

실제로 기자가 체험한 피킹 작업에선 작업 지시서에 적힌 부품 3개를 찾는 데 1분 5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물류센터 근무 경험이 없는 사람도 단번에 찾아낼 수 있을 만큼 동선과 배치가 효율적으로 짜여 있었다.

무거운 부품은 전동 운반 장치 '구루루'가 맡는다. 일본 본사에서 먼저 쓰이던 이 장비는 기차처럼 두 량을 연결해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존 카트보다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이고, 운반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시흥 센터에는 4대가 도입됐다.

작업자가 전동 운반 장치 '구루루'를 이용해 물건을 옮기고 있다./사진=도다솔 기자

사람과  지게차, 구조적으로 갈라놨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설계도 인상적이다. 파렛트 랙 구역은 범퍼, 유리, 판넬 등 대형 부품이 보관되는 공간인데, 이곳부터는 사람이 아닌 지게차만 접근할 수 있도록 물리적 동선이 완전히 분리돼 있었다. 바닥에는 주행 경로를 알리는 주황색 표시선과 차단봉이 설치돼 있다. 센터 관계자는 "지게차 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구조 설계"라고 설명했다.

화재 대응 설비도 강화됐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 이후 법규가 강화된 만큼 이곳 천장과 선반 내에는 총 1476개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설치돼 있다. 건식 스프링클러 방식으로, 화재 감지 시에만 급수가 이뤄진다. 메저닌과 파렛트 랙 구역에는 프리액션 밸브 시스템이 적용돼 빠른 초기 진압이 가능하다. 또한 모든 출고 작업 공간에는 비상 정지 센서도 탑재돼 있었다.

랙마다 설치된 스프링클러./사진=도다솔 기자

정시 배송률  99.9% 

현재 시흥 부품센터는 전국 67개 렉서스·토요타 서비스센터에 부품을 공급 중이다. 정시 배송률은 99.9%, 즉시 공급률은 97%에 달한다. 이는 토요타 본사의 글로벌 가이드라인(96.5%)을 상회하는 수준이다. 국내 재고가 없는 부품의 경우 일본에서 항공운송으로 평균 4일 이내 공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토요타 부품물류센터 내 메저닌 보관구역./사진=한국토요타

이날 기준 전체 보관 공간의 약 60~70%가 부품으로 채워져 있었으며 일부 공간은 수요 증가에 대비해 의도적으로 비워둔 상태였다. 메저닌 3층은 향후 확장 공간으로 확보돼 있고 파렛트 랙 구역도 물량 확대에 따라 단계적으로 채워나갈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한 번 옮기면 10년 이상을 봐야 한다"며 "이전 센터는 수용 한계를 넘긴 120% 수준으로 과포화 상태였지만 지금은 일부만 채운 상태다. 향후 수요 증가까지 고려해 여유 공간을 포함해 설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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