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전자가 19일 전사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새해 사업 전략과 체질 개선 방향을 전방위로 점검한다. 지난달 선임된 류재철 최고경영자(CEO)가 공식 주재하는 첫 전사급 회의로 단기 실적 관리와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동시에 짚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그룹 차원에서 강조해온 AX(인공지능 전환)가 핵심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수익성 회복과 미래 사업 전환을 둘러싼 메시지에 이목이 쏠린다.
전사 확대경영회의는 상·하반기 연 2회 열리는 LG전자 정례 회의다. 본사 및 사업본부 경영진, 해외 지역 대표, 법인장 등 약 300명이 참석해 경영 현황과 사업 추진 방향을 공유한다. 이번 회의는 류 사장이 회사의 비전과 새해 운영 기조를 처음으로 공식 제시하는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류 사장은 단기 실적 방어와 함께 중장기 성장동력 점검을 병행, 전사 운영의 기준선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AX로 다시 쓰는 '품질·원가' 경쟁력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AX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생산력과 원가 경쟁력을 높이려면 AX 가속화에 몰입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인공지능 기반 사업 전환을 그룹 핵심 전략으로 재확인했다. 앞서 구 회장은 중국 경쟁사들이 자본과 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존 방식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넘기 어렵다고 진단한 바 있다. LG전자는 그룹을 대표하는 핵심 계열사로서 AX 실행 전략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LG전자는 기존에 제시한 AX 비전으로 향후 2~3년 내 업무 생산성을 3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해왔다. 이에 류 CEO는 취임 직후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DX센터를 AX센터로 격상하고 연구개발뿐 아니라 마케팅과 공급망 등 전 밸류체인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러한 AX 전략이 각 사업부 단위에서 어떻게 실행될지 보다 구체적인 그림이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
사업 부문별 과제도 주요 논의 대상이다. LG전자의 과제는 단순 실적 회복이 아니라 구조적인 수익성 재정렬에 가깝다. 올해 3분기 LG전자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대외 변수 속에서도 매출 흐름은 유지했지만 이익 측면에서는 부담이 누적되는 모습이 뚜렷했다. 3분기 영업이익은 68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가장 큰 부담은 TV 사업이다. 미디어솔루션(MS)사업본부는 3분기에 30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사 실적을 끌어내렸다. 글로벌 물류비 상승과 판촉 경쟁 심화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모두에서 압박을 받았다. 프리미엄 가전과 OLED TV에서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수요 둔화 국면에서는 기존 원가 구조가 실적 방어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4분기 들어 더욱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든 데다 전사적으로 단행한 희망퇴직 비용이 반영되면서 실적 압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LG전자 4분기 실적이 영업적자로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4분기 영업손실을 145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확대경영회의에서는 단순 실적 점검을 넘어 비용과 조직 구조를 포함한 체질 재편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류 사장이 생활가전 사업을 이끌며 축적한 생산 효율화와 운영 최적화 경험을 전사로 확산시키는 작업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백색가전을 중심으로 한 공정·원가·조직 전반의 재점검이 병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를 중심으로 한 B2B 사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장(VS)사업본부는 3분기 매출 2조6467억원, 영업이익 1496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률도 5%대를 유지했지만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수익성과 투자 간 균형이 향후 과제로 남아 있다.
구광모式 실용 경영, 류재철 체제로 수렴

류 사장의 이력 역시 이번 리더십 교체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에 입사해 36년간 가전 한 분야에 몸담아온 정통 '기술통'이다. 세탁기 개발자로 출발해 연구개발과 생산, 사업을 두루 거치며 생활가전 전반을 직접 이끌어왔다. 연구와 현장을 모두 경험한 엔지니어형 경영자로,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을 글로벌 1위 반열에 올린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21년부터는 생활가전(HS)사업본부를 총괄하며 AI·구독·B2B 등 요소를 기존 가전 경쟁력과 결합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류 사장이 HS사업본부장을 맡은 지난 3년간 생활가전 사업의 매출은 연평균 7% 성장했고,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1위 브랜드 입지 또한 한층 공고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내에서의 평가는 '현장 중심 실행력'으로 요약된다. 문제를 뒤로 미루기보다 전면에 드러내고 이를 공정·원가·품질 전반의 개선 과제로 구조화해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현장서 제기된 이슈를 조직 차원 실행 과제로 끌어올려 속도감 있게 풀어가는 것이 그의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중국과의 합작개발생산(JDM)을 주도하며 개발 단계부터 생산 효율을 고려한 구조를 설계해 원가 경쟁력과 공급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이끌어왔다.
'UP가전'과 가전 구독 사업도 류 사장의 리더십이 구현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제품 판매 이후에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서비스 확장을 통해 고객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신사업을 안착시켰다. 최근에는 AX를 축으로 개발·품질·원가 경쟁력을 재정의, 생활가전에서 검증된 실행 방식을 전사로 확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류 사장 체제에서 기술 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이번 확대경영회의는 LG그룹 전반의 기조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인화 중심'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실용적 경영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AI·바이오·클린테크를 중심으로 한 ABC 신사업과 AX에 자원 및 인력을 집중하는 전략이다. 최근 LG전자의 CEO 교체와 조직 개편 역시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체질 개선과 기술 축적을 우선하겠다는 그룹의 방향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