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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삼성·LG 앞다퉈 뛰어든 '차세대 전력망' 정체는

  • 2026.07.20(월) 06:50

정부, AI 배전망 ESS사업자 첫 선정
LG엔솔, 공급자 탈피해 직접 운영
삼성SDI, 배터리 물량 66% '싹쓸이'
9월 ESS 중앙계약시장 본게임 관심

생성형AI 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국내 에너지 시장의 무게중심이 인공지능(AI) 기반의 전력 관리 체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력망 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으로 AI 활용 배전망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 사업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렸는데요. 배터리 제조사와 전력업계는 다가올 차세대 전력망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 모습입니다.

이번 사업은 전기를 저장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저장된 전력을 언제, 어디에 공급할지 AI가 판단하는 구조가 핵심인데요. 업계에서는 이를 향후 가상발전소(VPP) 시장 확대의 출발점이자 차세대 전력 플랫폼 경쟁의 시험대로 보고 있습니다.

ESS 인프라 깔고 VPP 생태계 노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AI 활용 ESS 구축지원 사업'의 운영 사업자 9곳을 최종 선정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한전KDN, SK이터닉스, HD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 등이 이름을 올렸는데요. 14개 사업자가 82개 배전선로를 신청할 만큼 경쟁이 치열했고 최종적으로 32개 선로가 낙점됐습니다. 정부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국비 5586억원을 투입해 총 128MW(640MWh) 규모의 ESS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번 사업은 정부가 처음 추진하는 배전망 ESS 구축 사업입니다. 전남·전북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된 지역의 전력망 부담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최근 호남권과 제주 지역에서는 태양광 설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력망이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도 계통 접속(ESS 등 저장장치를 전력망에 연결해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을 기다려야 하거나 발전량을 줄이는 출력제어가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정부가 ESS를 활용하려는 것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시간에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늘어나는 시간에 다시 공급해 전력망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입니다. 송전망을 새로 까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이 강점이죠.

여기서 AI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전력 수요와 날씨, 발전량을 예측해 ESS의 충·방전 시점을 결정합니다. 정부가 이번 사업에 AI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과정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가상발전소(VPP)입니다. VPP는 전국 곳곳에 흩어진 ESS와 태양광 설비 등을 하나의 발전소처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입니다. AI가 전력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 전력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발전 설비를 더 짓지 않고도 전력망 효율을 높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까지 만들 수 있어 차세대 전력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향후 국내 VPP 시장 확대를 위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로 전력 수요와 공급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VPP의 역할은 앞으로 한층 더 부각될 전망입니다. 

공급 경쟁에서 운영 경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자료=LG에너지솔루션

이번 사업은 ESS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배터리 제조사가 단순히 셀을 공급하는 역할에 그쳤다면 이제는 ESS를 활용해 직접 전력을 관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운영 역량이 핵심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1차 경쟁에서 신한자산운용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 사업자로 참여했습니다. 단일 사업자가 확보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인 7개 배전선로, 총 140MWh 물량을 확보해 배터리 공급뿐 아니라 ESS 구축과 AI 기반 운영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LG엔솔은 이미 제주 서귀포 지역에서 배전망 연계형 ESS 발전소를 운영하며 관련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이번 사업 역시 배터리 제조 역량뿐 아니라 전력 운영 경험과 플랫폼 기술을 인정받은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SDI는 공급 경쟁력으로 실리를 챙겼습니다. 최종 선정된 9개 사업자 가운데 6곳이 삼성SDI 배터리셀을 채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용량 기준으로도 전체 물량의 약 66%를 쓸어 담았습니다.

삼성SDI의 일체형 에너지저장장치(ESS) 솔루션 'SBB(Samsung Battery Box)' 1.5 제품./사진=삼성SDI

삼성SDI는 ESS 통합 솔루션인 'SBB(Samsung Battery Box) 1.5'를 공급할 예정입니다. 20피트 컨테이너 안에 배터리와 안전장치 등을 일체형으로 구성한 제품으로, 전력망에 연결하는 즉시 구동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각형 배터리 고유의 안전성과 설치 편의성이 사업자들의 표심을 잡은 비결로 보고 있습니다. 

전력기기 전문기업 HD현대일렉트릭의 이름도 눈에 띄는데요. HD현대일렉트릭은 에너지 스타트업 에너닷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3개 배전선로의 운영권을 쥐었습니다. 해당 컨소시엄은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하고 에너닷이 VPP 자원 모집·관리와 AI 최적화 솔루션 운영을 전담하는 구조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1차 사업을 오는 9월로 예정된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의 중요한 전초전으로 해석합니다. 첫 정부 배전망 ESS 사업을 통해 기술력과 운영 능력을 검증받은 기업들이 본게임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ESS 약 700MW를 추가 보급해 재생에너지 1GW를 전력계통에 연결할 방침입니다. 오는 8월 예정된 2차 공모부터는 장주기·장수명 배터리의 진입 장벽도 낮출 계획이어서 시장 선점을 둘러싼 기업 간 대결은 갈수록 뜨거워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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