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결론이 이번 주 나온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이혼이 확정된 지 9개월 만이다. 이번 판결은 상장사 최대주주의 보유 주식을 어디까지 부부 공동재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나아가 혼인관계가 사실상 종료된 이후 불어난 기업가치까지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할 수 있는지를 가늠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1부(재판장 이상주 부장판사)는 오는 24일 오후 2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파기환송심 선고를 진행한다. 재판부는 올해 1월 첫 변론 이후 사건을 조정절차에 회부해 두 차례 합의를 시도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 6월 26일 열린 마지막 변론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모두 법정에 출석해 의견을 밝혔고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한 뒤 판결문 작성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을 어디까지 재산분할 대상으로 인정할지 여부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이 상속과 증여를 통해 형성된 특유재산이어서 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 관장 측은 30년이 넘는 혼인 기간 동안 가사와 자녀 양육을 맡아 최 회장의 경영활동을 뒷받침한 만큼 기업 가치 상승에도 기여했다고 맞서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파기환송심에서도 SK㈜ 지분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지난해 파기환송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SK 성장에 기여했다는 항소심 논리만 문제 삼았을 뿐, SK㈜ 지분의 공동재산성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재산가치 산정 기준 시점으로 옮겨간다.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 재산의 가액을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산정해 왔다. 다만 이번 사건은 대법원 파기환송 이후 다시 사실심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항소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볼지, 파기환송심 변론종결일을 새로운 기준으로 볼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평가 시점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는 크게 달라진다.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24년 4월 SK㈜ 주가는 16만원 수준이었지만, 파기환송심 변론이 종결된 지난 6월에는 81만5000원까지 상승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율(17.76%)과 노 관장의 기여도를 20%*로 단순 적용하면 재산분할금은 주가 16만원 기준 약 4100억원, 81만5000원 기준 약 2조1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기여도를 인정하더라도 평가 기준 시점에 따라 재산분할 규모가 1조5000억원 이상 차이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 법조계 안팎에서는 파기환송심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가 항소심의 35%보다 낮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 관련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본 점을 고려했을 때 기여도가 20% 안팎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일각선 '혼인기간'보다 '혼인공동체가 실제 언제까지 유지됐는지'가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쟁점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 회장 측은 혼인관계가 2006년 무렵 사실상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노 관장 역시 재판 과정에서 2011년부터 장기간 별거한 사실을 인정했다.
최 회장은 2015년 공개편지를 통해 혼인관계 종료를 선언, 2017년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법률상 혼인기간은 37년에 이르지만 실질적으로는 약 20년 가까이 각자의 삶을 살아온 만큼 재판부가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기업가치 상승을 부부 공동의 성과로 볼 것인지가 이번 판결의 핵심으로 꼽힌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최 회장 개인의 재산분할을 넘어 SK그룹 경영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급해야 할 규모가 다시 수 조원 안팎으로 결정될 경우 최 회장은 대규모 재원 마련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된다.
SK㈜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핵심 회사다. 이 때문에 재원 조달 과정에서 지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룹 경영 안정성과도 직결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자금 조달 방식에 따라 지배구조는 물론 주주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와 투자자들이 재산분할 금액뿐 아니라 선고 이후 최 회장의 후속 대응까지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한편, 재산분할 규모는 재판을 거치며 크게 달라졌다. 1심은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재산분할금 665억원을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SK㈜ 지분을 공동재산으로 인정하고 노 관장의 기여도를 35%로 평가하면서 재산분할금을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이후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기여도를 인정한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며 재산분할 부분만 파기환송, 두 사람의 이혼과 위자료 20억원 지급은 그대로 확정했다.
이번 선고가 곧바로 분쟁의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판부가 SK㈜ 지분의 평가 기준 시점과 노 관장의 기여도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패소한 쪽이 다시 대법원에 재상고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