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변곡점에 놓이면서 4일(현지시간)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유량 감축 여부에 따라 유가 흐름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내년 유가 흐름을 점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하지만 OPEC내 미묘한 역학구도를 감안할 때 감산 기대를 키우긴 힘든 상황이다. 감산이 결정된다면 유가가 반등하며 이머징 시장을 억누르고 있는 달러 강세를 일부 누러뜨릴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산유량이 동결될 경우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며 증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 유가 40달러 변곡점서 열리는 'OP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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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두 차례 회원국들이 모여 산유량을 결정하는 OPEC의 정례회의가 4일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원유 수급의 열쇠를 쥔 주요 산유국들의 석유정책이 결정되고 국제 유가 흐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까지 국제 유가가 하락세가 꾸준히 지속돼 온 상황에서 이들의 결정은 내년 원유 수급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서부텍사스유(WTI)는 OPEC 회의를 이틀 앞둔 2일(현지시간) 배럴당 1.91달러 내린 39.94달러를 기록하며 40달러를 밑돌았다. 지난 8월 26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연초 50달러 대에서 시작한 유가는 올 상반기 60달러 선으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연초 대비 40% 이상 하락한 4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내년에도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유가는 OPEC 회의 결과에 따라 추가하락하거나 반등할 수 있는 변곡점에 놓이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회의 결과를 예의주시할 전망이다.

▲ 미 서부텍사스산유(WTI) 가격 추이(출처:NYT) |
현재로서는 OPEC이 생산한도를 기존과 동일한 3000만배럴로 유지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밤사이 유가가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원국들이 감산을 원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OPEC의 결정에는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의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사우디 최대 국영석유사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감산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는 등 사우디는 감산 가능성을 일축해 왔다.
이미 원유 공급이 넘쳐나는 상황이어서 웬만한 규모의 감산이 아니고서는 효과도 제한될 것으로 분석된다. 설사 감산에 나서더라도 비OPEC 회원국들이 생산 감소분을 고스란히 채울 것이란 점도 변수다.
◇ 오일머니 유출, 韓증시에 '빨간불'
감산 합의에 실패할 경우 국제 유가 추가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가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40달러를 크게 밑돌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도 추가 하락쪽에 무게가 실린다. 올 겨울이 따뜻할 것으로 전망되며 원유 수요가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 더해 이란과 러시아 등 일부 국가는 증산에 나서거나 증산을 계획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가 추가부양에 나서면서 달러화 가치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유가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하락은 단순히 달러 강세 압력뿐 아니라 산유국들의 재정상황과도 연결된다. 이들이 재정 보충을 위해 글로벌 시장의 오일머니 회수에 나설 경우 우리 증시에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이 지속될 경우 중동계 자금의 추가 유출과 이에 따른 주가 하락을 목도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감산 기대감이 낮긴 하지만 유가가 40달러를 위협받으면서 OPEC 회원국들의 심리를 더욱 압박할 수는 있다. 만에 하나 감산 결정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저유가 혜택을 누려온 한국에 부담으로 비춰지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클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반감되고 달러 강세도 일부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