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다시 부각되면서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수세에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그간 이어진 우호적인 증시 수급 여건에는 분명 부담이다. 그러나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 기관 매수세가 최근 꾸준한 점은 위안이다. 향후 일정부분 불가피한 외국인의 빈자리를 일부 채워줄 것으로 기대되면서 이들의 수급이 결집될 수 있는 종목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 외국인, 美 긴축 우려에 '주춤'
지난 주말 잭슨홀 회의에서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재차 언급된 후 글로벌 증시 전반이 잠시 숨을 골랐다. 당장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이 다시 한번 확실시되면서 향후 증시 자금 흐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잭슨홀 회의 여파로 지난 29일(현지시간) 달러는 소폭 강세를 보였고 이머징 자산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인도네시아와 터키, 러시아 증시는 나란히 1% 이상 하락했다.
이처럼 금리인상 경계감이 지속될 경우 한국 시장에서의 외국인 매수세도 주춤할 수 있다. 실제로 8월29일 현재 외국인은 지난 3개월 사이 5조원 이상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고 한달 간 순매수 규모도 1조원이 넘지만, 최근 일주일간은 6000억원 이상 순매도했다.
◇ 연기금 하반기 매수여력 '양호'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긴축을 염두에 둘 경우 외국인의 빈자리는 일정부분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다. 결국 수급 공백을 누가 채우느냐가 중요한데 기관으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외국인 수급 강도가 약화되는 가운데 기관 수급 강도는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8월 들어서는 연기금의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희망을 갖게 한다. 연기금은 외국인과 대조적으로 최근 한주간 4000억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다. 상반기까지 주식 매수에 소극적이었던 연기금은 지난 6월 중순 이후 삼성전자를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고, 8월 이후 증시 수급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통상 연기금의 수급 견인력은 하반기에 우세했고 8~9월이 백미였다"며 "9월 시장의 돌파구는 연기금 수급 결집종목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기금이 움직이는데는 삼성전자에서 알 수 있듯이 실적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고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에 대한 벤치마크지수 복제율 가이드라인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중순 자산운용사들에게 주식 유형별 투자 가이드라인(순수주식형, 장기투자형, 대형주형은 벤치마크지수의 50% 이상, 사회책임투자와 가치주형은 60% 이상, 중소형주는 20% 이상을 복제)을 제시했고 이를 내년부터 적용키로 하면서 연말까지 벤치마크지수 복제율을 맞추기 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외국인 이어 연기금 사는 종목 관심
이처럼 연기금의 우호적인 수급을 감안한다면 이래저래 대형주가 주목받을 수 있는 여건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연기금은 정보기술(IT)과 소재, 산업재 등 수출주 매수와 함께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대형주에 집중했고, 삼성그룹 지배구조 플레이도 활발했다.
대신증권은 향후 벤치마크 지수 복제율이 높아지게 되면 벤치마크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기업,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대형주가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연기금은 6월 중순 이후 대형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였고 이 덕분에 대형주 상승률이 중소형주와 코스닥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순매수로 전환환 기업이 대형주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며 "연기금 매매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추가매수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는 LG이노텍과 LG화학, CJ제일제당, 미래에셋대우, KCC, NH투자증권, 삼성SDI, 기업은행, 삼성전자, SK텔레콤을 지목했다.
하이투자증권도 가격 매력과 안정성, 기관수급 강도 회복이 진행 중인 중목으로 신세계, 한온시스템, GKL, 하나투어를 관심종목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