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소프트와 NHN엔터테인먼트 등 인터넷 기업의 '오너' 2세들이 잇따라 회사 주식을 사들이며 후계 승계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지난 5월 처음으로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린 NHN엔터테인먼트 '오너' 이준호 회장(52)의 자녀들이 지분을 추가로 확대했고 이스트소프트의 김장중 창업주 (46) 자녀들도 처음으로 회사 주주가 됐다.
7일 이스트소프트에 따르면 김장중 창업주의 아들 선우(15) 군과 선재(12) 군이 지난달 31일 장내에서 회사 주식을 처음 매입했다. 선우·선재 형제는 이스트소프트 주식 2000주(0.02%)를 각각 취득했다. 투자 금액은 각각 2050만원이며, 주당 1만250원에 사들였다.
이들 형제가 투자한 금액은 총 4100만원이다. 투자 금액이나 매입 주식 수가 의미를 둘 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창업주의 2세들이 처음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 김장중 이스트소프트 창업주. |
그동안 김 창업주의 부인 허영숙(42) 씨를 비롯해 모친인 심분순(72) 씨가 각각 회사 주식 0.1%, 0.01%를 보유하는 등 친인척들이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리긴 했으나 2세들의 지분 매입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창업주 개인적인 일이라 매입 이유 등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알씨'와 '알집' 소프트웨어(SW) 등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는 김장중 창업주가 지난 1993년 설립한 인터넷 기업이다. 소프트웨어 및 보안(알약)과 포털(줌닷컴), 게임(카발 온라인)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다만 비슷한 시기에 출발한 네이버를 비롯해 옛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에 비해 각 사업별로 어느 것 하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에 이스트소프트는 작년말 회사의 빠른 변화와 성장을 위해 김 창업주가 대표직 및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내려 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NHN엔터테인먼트의 이준호 회장 2세들도 지난 5월말 주주명부에 처음 이름을 올린 이후 회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이 회장의 아들 수민(24) 씨와 딸 수린(18) 씨는 지난달 12일부터 30일까지 장내에서 NHN엔터 주식을 각각 10만4000주, 13만8000주 추가 매입했다.
이 기간 수민 씨는 12차례 주식을 매입하면서 보유 지분이 기존 2.02%에서 2.56%로 늘었다. 투자한 돈은 주당 평균 6만3216원, 총 66억원치다. 수린 씨도 같은 기간 12차례에 걸쳐 총 87억원(주당 평균 6만3131원)을 들여 지분을 1.85%에서 2.56%로 확대했다. 이들 남매가 18일간 NHN엔터 주식 매입에 투자한 돈은 총 153억원이다. 지난 5월25일 NHN엔터 주식을 첫 매입한 이후 '폭풍 흡입'하는 모양새다.
이 회장이 지난 1일 제출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5%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장의 특별관계자 29명 가운데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수민·수린 남매를 제외하곤 이 회장의 100% 개인회사 제이엘씨(14.05%)와 제이엘씨파트너스(5.19%) 정도다. 수민·수린 남매 지분은 이 회장의 부인 권선영 씨(0.36%)보다 더 많다.
이 회장은 권선영(52) 씨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이들 남매가 회사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는 것은 이 회장의 후계 승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거나 경영권 안정을 위한 지분 확대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NHN엔터 관계자는 "이 회장의 개인적인 일이라 매입 이유 등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