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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F 전쟁]①왜 지금인가

  • 2017.03.20(월) 14:25

공모펀드 부진 등 미래 수익원 모색
퇴직연금 관심 커져…정책도 뒷받침

대형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타깃데이트펀드(TDF, Target Date Fund) 전쟁이 불붙었다. 공모펀드 시장 성장이 예전만 못한 가운데 퇴직연금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TDF가 지금 뜰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와 TDF의 투자 매력,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편집자]

 

 

TDF는 미국에서 1000조원 이상 판매된 연금 상품이다. 투자자의 은퇴 시점을 목표일(Target Date)로 잡고 생애주기에 맞춰 자동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형태로 운용돼 시간적인 여유가 없거나 전문적인 투자지식이 없는 투자자들의 노후자금 마련에 도움을 준다.

 

이런 TDF 시장이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대형 운용사를 중심으로 서서히 달궈지고 있다. 왜 하필 지금일까. 공모펀드 시장의 고전은 물론 퇴직연금 시장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퇴직연금 상품으로서 TDF의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공모펀드의 고전

 

대형 운용사들이 TDF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예전만큼 녹록지 않아진 펀드 시장 상황 영향이 없지 않다. 지난해 말 국내 자산운용사의 총 운용자산(펀드+투자일임)은 951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급증한 덕분으로 공모펀드 규모는 214조원에서 212조원으로 오히려 후퇴했고 사모펀드(250조원)에 추월당했다.

 

펀드 시장이 커진 덕분에 자산운용사들의 실적도 꾸준히 증가하며 사상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사모펀드 시장 성장 덕분임을 감안하면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전체 펀드 내 개인투자자 비중은 25.1%로 지난 2013년 34.1%에서 꾸준히 줄고 있다. 판매 금액 역시 2013년 105조원에서 110조원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2조원 가량 감소하는 등 정체 상태다.

 

이는 박스권 장세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 대해 외면한 영향이 크다. 사모펀드와 실물펀드 중심의 AUM 증가는 자산운용사의 주된 수익 원천이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고보수 상품가 줄어든 것인데 운용수익 감소가 불가피하고 저보수 상품 증가로 겨우 상쇄되고 있다.

 

◇ 퇴직연금상품 합리적 대안으로 주목

 

이처럼 운용사 주된 수익원이었던 공모 펀드가 고전한 가운데 자산운용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147조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6.3% 성장했다. 특히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근로자가 운용을 지시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비중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가입자들이 퇴직연금의 운용에 어려움을 겪거나 소극적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금융투자협회가 실시한 퇴직연금 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DC형 가입자 중 운용지시를 외부에 의존하거나 운용지시를 하지 않는 경우는 74.5%로 높은 반면, 가입자 스스로 운용지시를 결정하는 경우는 23.5%에 불과했다.

 

그간 원리금보장상품에 집중 투자되거나 투자판단이 쉽지 않으면서 퇴직연금 수익률이 변변치 않았던 만큼 가입자의 운용 부담을 덜면서 적절한 운용수익을 내는 자동투자상품으로서 TDF 매력이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 정책 지원까지 뒷받침

 

TDF는 퇴직연금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 지원까지 등에 업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국민의 안정적인 재산 증식을 위한 펀드상품 혁신방안에서 자산배분펀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과 함께 노후대비 운용에 적합한 개인연금상품 활성화를 공언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 디폴트 옵션과 자산배분펀드 등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영 기능이 내재된 연금상품이 활성화된 것에 착안해 가입자가 운용방법 미지정 시 해당 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는 적격 디폴트 상품에 TDF 등 자산배분펀드 형태를 포함하기로 한 것이다. TDF는 가입자들이 투자부담을 덜면서 적절한 운용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동투자상품으로서 퇴직연금 활성화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미국 역시 TDF가 급격히 성장한 데는 2006년 연금보호법에 의해 근로자 동의없이 강제로 기업이 401(k)에 가입하도록 하는 자동등록제를 시행하고 그 투자 대안으로 TDF를 추가함으로써 투자비율이 증가했다. 지난 2014년 9월말 현재 TDF의 유형별 비중 가운데 DC형과 개인퇴직계좌(IRA) 퇴직연금이 89%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미국, 호주 등 주요 연금 선진국에서 DC 가입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합리적 투자 결정을 돕기 위해 디폴트 옵션제도를 운용 중이다"며 "국내에서도 TDF를 활용한 퇴직연금 운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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