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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멀티에셋 전략 선구자의 조언

  • 2018.04.16(월) 11:32

이장호 하나UBS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
"변동성 이기는 코어-위성 전략으로 수익률 확보"

"파도가 높고 크게 출렁일 때 작은 초계함을 타면 현기증이 나서 결국 내리게 되죠. 하지만 큰 항공모함에서는 멀미가 덜 납니다.  멀티에셋 전략도 이와 비슷한 이치입니다. 시장 변동성이 높을 때 개별 자산별로는 마구 움직여 불안하지만 같이 가지고 있다면 덜 흔들리기 마련이죠"

 

이장호 하나UBS자산운용 전무(글로벌운용본부장)는 16일  비즈니스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주목받고 있는 멀티에셋 펀드의 장점을 이 몇 마디에 명쾌하게 담아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시장 변동성이 부쩍 심해졌다. 시장이 흔들릴 때면 위험자산에서 멀리 달아나고 싶어진다. 그러면서 머니마켓펀드(MMF)나 국공채에 기웃거리게 되는데 문제는 수익률이 1~2%에 불과해 물가 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실질수익률은 제로(0)이거나 오히려 마이너스가 난다. 이런 상황에서 멀티에셋 전략이 빛을 발한다. 시장이 출렁거리는 와중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위험자산에 머물러있을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 이장호 하나UBS자산운용 전무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국내 멀티에셋 펀드 선구자 

 

멀티에셋 펀드는 채권뿐 아니라 주식, 원자재, 리츠, 부동산, 헤지펀드 등 다양한 자산을 편입한 펀드를 지칭한다. 과거 여러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것은 소수의 고액 투자자만 가능했지만 자산 배분 기능이 들어간 멀티에셋 펀드 출현으로 소액 투자자도 펀드 가입을 통해 자동적인 자산 배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꽤 오랫동안 멀티에셋 펀드가 주목받지 못했다. 대부분 개별 자산 펀드에 집중하고 단기수익률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자산 배분펀드인 타깃데이트펀드(TDF) 열풍이 불고 최근 상장지수펀드(ETF) 자문 포트폴리오(EMP, ETF Managed Portfolio) 펀드가 하나 둘씩 출시되면서 멀티에셋 전략도 자연스럽게 빛을 내고 있다.

 

TDF는 지난해에야 본격적으로 판이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이장호 전무는 멀티에셋 전략의 장점을 간파하고 일찌감치 관련 상품을 선보였다. 수년 전부터 멀티에셋 전략으로 운용돼 온 연금펀드인 행복노하우펀드는 지난해 행복한TDF로 옷을 갈아입었고 멀티에셋 전략으로 운용 중인 하나UBS코어셀렉션펀드도 이달 초 첫돌을 맞았다.

 

코어셀렉션펀드는 1년 수익률이 7% 선에 달하며 양호한 성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워낙 좋은 탓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이장호 전무는 펀드 수익률뿐 아니라 5~6%에 불과한 변동성을 같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요즘 더 주목받는 이유

 

멀티에셋 전략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낮은 변동성과 안정적인 수익률이다. 다양한 자산 군을 편입하면서 상관관계가 낮은 포트폴리오 조합 덕분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바로 분산투자의 효과다.

 

시장이 급락할 때 살아남을 자산은 없을 것 같지만 분산투자는 마법을 발휘한다. 이 전무는 분산투자야말로 투자자가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공짜 점심(Free Lunch)이라는 말이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해외 주식이나 채권 등에 국한하기보다 헤지펀드나 상품 등 다양한 자산을 편입할 경우 효과는 극대화된다.

 

실제로 이장호 전무는 코어셀렉션펀드를 구상하면서 2002년 1월~2017년 1월까지 다양한 자산 군에 투자했을 경우 각각의 수익률을 따져봤다. 놀랍게도 자산 가격이 40%나 폭락했던 금융위기를 포함하더라도 멀티에셋 전략으로 7년간 운용했을 경우 어느 구간이든 투자 손실이 전혀 없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로 유명한 분산투자의 효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시장 변동성도 늘 있어왔다. 하지만 과거보다 멀티에셋 전략이 훨씬 더 중요해진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과거엔 단일 자산 펀드만으로도 수익률 내기가 수월했지만 이제는 쉽지 않아졌다.

 

"과거엔 부동산 불패 신화로 자산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지만 자산 시장의 패러다임이 이젠 바뀌었습니다."  채권도 마찬가지다. 국내 채권 수익률이 1~2%대 머물고 있는 것은 물론 2015년에는 해외채권에서 손실이 났다. 채권도 더는 안전자산이 아닌 셈이다.

 

이장호 하나UBS자산운용 전무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코어-위성 전략에 안성맞춤

 

반면 멀티에셋 전략의 경우 낮은 변동성을 유지하면서 5% 선의 연평균 수익률이 꾸준히 나는 측면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 특히나 최근처럼 변동성이 커졌다면 잠시 피해있는 전략으로서 가능하다. 바로 코어-위성(Core-Satellite) 전략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코어-위성 전략은 말 그대로 중심 펀드를 설정하고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펀드를 위성 전략으로 리밸런싱 해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다.

 

이장호 전무는 멀티에셋 펀드만을 드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것이 멀티에셋 전략의 핵심 포인트라고 말했다. 여러 펀드를 활용하되 각각의 시장이 흔들리거나 수익률이 변변치 못할 때 현금화하기보다 멀티에셋 펀드를 위성 전략으로서 일종의 우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투자자뿐 아니라 은행 프라이빗뱅커(PB)나 기관투자가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대안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멀티에셋을 고집하라는 게 아니라 단일 자산이 좋을 때 적극적으로 투자하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멀티에셋으로 옮겨 어느정도 수익률을 확보하는 것이죠"

 

◇ 전략 넘어 하나의 '자산'으로 자리 잡는 중

 

이장호 전무는 첫 직장인 옛 대우증권 근무 당시 뉴욕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해외자산 운용에 일찌감치 눈을 떴다. 자산운용사를 거쳐 우정사업본부와 새마을금고연합회 등에서 기금 운용을 맡다 한국투자공사(KIC)를 거쳐 하나UBS 자산운용으로 왔다.

 

이후 꾸준히 들여다본 것이 멀티에셋 전략이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코어셀렉션 펀드였다. 이 전무로서는 그만큼 애착이 컸고 최근 멀티에셋 전략이 주목받으면서 감회가 클 수밖에 없다. 그는 "3년간 시험을 치르는 느낌이었고 고3 시절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멀티에셋 전략의 위상이 커지고 있는 것을 새삼 느낀다. 멀티에셋에 익숙해지면서 단순한 투자 기법이 아니라 헤지펀드나 부동산처럼 또 다른 하나의 자산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해가고 있다. "멀티에셋 시장은 퇴직연금에 위험자산을 편입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라고 봅니다. 기존에도 멀티에셋 펀드가 존재했지만 최근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것이죠."

 

실제 현시점에서 멀티에셋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도 물었다. 멀티에셋펀드의 경우 6개월이나 1년 등 일정기간을 두고 자산 배분을 조정하지만 주기적으로 미세조정에 들어간다. 최근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채권과 주식, 상품 비중을 낮췄고 변동성에 높아지면서 헤지 전략을 통해 알파 수익을 창출하는 헤지펀드 비중을 대신 확대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멀티에셋 펀드를 고를 수 있는 팁도 줬다. "연평균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고르게 유지되는지 표준편차도 꼭 따져야 진정한 수익률을 평가하는 것이죠." 그는 해외 펀드의 경우 위험 조정 수익률이 제시되지 않는데 이런 부분도 꼼꼼히 따져볼 것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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