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반전이다. 올해 2분기 중소형 증권사들은 익숙함을 벗어던지고 색다른 결말을 택했다.
오랫동안 줄기차게 이어진 교보증권의 독주 대신 투톱 체제를 공고했다. 간발의 차이긴 하지만 한화투자증권의 1위 탈환이야말로 백미 중의 백미다.
17일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3000억원(2016년 말 연결 기준) 이상 1조원 미만 중소형 13개사는 올해 2분기 1492억원의 순이익(연결 기준)을 냈다. 1분기 대비 45% 늘어난 수치다. 올해 상반기에만 2500억원 넘게 벌어들이면서 지난해 연간 순이익 167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특히 기업금융(IB)에서 두각을 나타낸 증권사들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희비를 갈랐다.
중소형 증권사의 왕좌가 드디어 교체됐다. 매 분기 공식처럼 이어졌던 교보증권이 독주를 잠시 멈추고, 한화투자증권이 간발의 차이로 1위 자리를 탈환했다. 교보증권이 전분기와 엇비슷한 순익을 낸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적자에서 탈피해 1분기에 이어 기염을 토했다.
주가연계증권(ELS) 충격에서 벗어나 연간 흑자도 가시권에 들고 있다. 올해 들어 글로벌 증시 전반이 크게 오르면서 ELS 조기상환이 급증한 데다 하반기 자본 확충을 발판으로 IB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며 IB 강자인 교보증권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만 한화투자증권이 183억1000만원을, 교보증권은 182억8000만원을 각각 벌어들여 1, 2위는 말 그대로 한 끗 차이에 불과했다. 아직은 한화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의 투톱 체제로 볼 수 있고, 새롭게 형성된 양사 간 경쟁 구도가 하반기에도 이어질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1,2위 교체에 이어 3위도 예상 밖의 증권사가 차지했다. 하위권에 항상 머물렀던 이베스트투자증권이 171억원의 순이익으로 단숨에 상위권에 올라섰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증시 호황으로 위탁매매 수익이 늘어난 가운데 파생결합증권 상환 이익이 급증하면서 순위가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6월부터 개시한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문의 만기상환이 늘어난 덕분으로 앞으로도 쏠쏠한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지 주목받고 있다.
1분기 주춤했던 KTB투자증권도 다시 상위권으로 복귀했다. KTB투자증권의 비상 또한 인수주선 등 IB 부문이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이 밖에도 13개사 가운데 무려 10개사 이상이 100억원을 넉넉히 웃도는 순이익을 올려 1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특히 중위권의 경우 순익 차이가 촘촘해 순위 다툼 자체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1분기 9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동부증권은 114억원의 순익을 내며 명예 회복에 나섰지만 하이투자증권은 163억원의 적자로 최하위권으로 밀렸다. 두 증권사 모두 대우조선해양 회사채 손실을 반영한 분기에 적자를 기록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까지 겹쳐 적자의 골이 더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