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끌 만한 혈투는 없었다. 자산운용사들의 2분기는 평온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변함없이 1위 자리를 고수했고 KB자산운용도 2위를 수성했다.
가뜩이나 절대 강자인 미래에셋운용이 일회성 요인으로 성큼 더 앞서갔다는 정도만 특이할 만한 변화다. 삼성자산운용은 잠시 내줬던 3위 자리를 되찾으며 있던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지난해 말 현재 운용자산이 20조원이 넘는 12개사의 올해 2분기 별도 순이익은 99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751억원보다 32.7% 뛴 수치다. 하지만 미래에셋운용의 착시 효과가 있었다. 미래에셋운용 순익을 제외한 11개사의 순익만 비교하면 557억원으로 1분기 600억원보다 오히려 7.7%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전체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AUM)은 943조원으로 지난 3월 말 929조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채권혼합형 펀드를 제외한 모든 펀드의 수탁고가 증가했다. 펀드 환매 여파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운용자산이 전반적으로 늘고 영업수익도 늘었지만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거나 비용이 증가하면서 벌이가 전반적으로 좋아지진 못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분기에도 홀로 독야청청했다. 운용자산 증가에 힘입어 영업수익이 뛰었고 관계사 지분 가치 상승분이 더해지면서 다른 증권사들과의 보폭을 더욱 벌렸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올해 미래에셋생명보험의 PCA생명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하면서 2분기 순익이 440억원까지 뛰었다. 지난해 3분기 미래에셋캐피탈 유상증자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으로 1100억원이 넘는 순익을 거둔 후 최대 규모다. 평소 벌어들이는 200억원대 순익을 크게 웃돌았다.
KB자산운용도 2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 환매 여파에 인건비 부담이 더해지며 1분기보다는 벌이가 다소 줄었다.
삼성자산운용도 1분기 잠시 한화자산운용에 내줬던 3위 자리를 되찾았지만 분사 여파에 비용 증가로 인해 분기 순익은 3년 만에 100억원을 처음으로 밑돌았다. 삼성자산운용에서 쪼개져 나온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 삼성헤지자산운용의 순익을 합한 연결 이익의 경우 지난 1분기 126억원, 올해 2분기는 114억원으로 100억원을 여전히 웃돌지만 지난해 4분기 이후 순익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1분기 대규모 성과보수 덕분에 '빅3'를 처음으로 맛봤던 한화자산운용은 2분기 들어 일회성 요인이 사라지면서 주춤했지만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부터 한화생명 자산이 대거 이전된 효과로 60억원대까지 분기 이익 규모가 크게 뛰었다.
이 밖에 나머지 중하위권 운용사들의 경우 대부분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분기와 비슷한 58억원의 순익을 내며 5위 자리를 지켰고 나머지 운용사들도 순위 변동이 크지 않았다.
다만 신한BNP파리바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이 나란히 평소보다 큰 폭으로 순익이 뛰면서 은행 지주 계열 운용사들의 선전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특히 실적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신한BNP파리바운용은 지난 2015년 2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바닥 기대감을 높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