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내년 상반기에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딥러닝 알고리즘 헤지펀드를 선보인다. 액티브 펀드 전반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플러스알파(+α)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자산운용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사장(왼쪽)과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과 카이스트는 28일 인공지능을 활용한 딥러닝 알고리즘 투자 관련 공동연구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
◇ AI 대가와 공동연구 진행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은 28일 국내 대표 인공지능 과학자인 김대식 카이스트(KAIST) 교수 연구실과 딥러닝 알고리즘 투자 관련 공동연구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김대식 교수는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원과 보스턴대학교 부교수로 재직하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인공지능 과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인간처럼 판단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해 사물이나 데이터를 군집화하거나 분류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이다. 과거에는 인간이 컴퓨터에 일종의 규칙을 알려주는 형태로 접근하면서 분석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제는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만들면서 '알파고'처럼 인간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김성훈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상무는 "과거에는 코스피지수를 예측하기 위해 100개의 데이터가 필요했다면 이제는 100배인 1만 개의 데이터를 분석해야 유사한 정도의 설명력을 가질 수 있다"며 자산운용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딜레마라고 소개했다.
그는 "기존 분석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을 늘려야 하는데 저렴하면서 효과적인 해결책이 바로 딥러닝"이라며 "유능한 펀드매니저가 AI 툴을 활용하면 기존보다 발전된 분석력과 시장 예측력을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식 교수는 "과거 투자전략과 기업 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딥러닝 해 인간을 뛰어넘는 수준의 투자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워런 버핏의 직관처럼 데이터에는 분명 존재하지만 규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워런 버핏이 글로 쓴 투자 비법을 읽는다고 워런 버핏처럼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워런 버핏만의 직관이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직관이 규칙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투자 AI 시스템의 딥러닝을 통해 인과관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내년 2분기 말 딥러닝 활용 헤지펀드 출시
이스트스프링운용은 앞으로 2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구조화된 금융 데이터 분석을 시작으로 투자자들의 뉴스 반응 분석 등 비구조화 데이터를 활용하는 단계까지 딥러닝 알고리즘 투자를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내년 2분기 말쯤 국내 최초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헤지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기존에도 AI 기술을 활용하는 펀드는 물론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시장 리스크를 헤지하는 공모형 펀드는 있었지만 딥러닝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헤지펀드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이스트는 초기 데이터 처리와 빅데이터 개발, 이를 바탕으로 한 알고리즘 선택 및 개발을 맡게 되고, 이스트스프링운용은 전 과정에 개입해 금융상품 특성에 대한 교육과 자문을 담당한다. 이후 공동연구를 통해 상품성을 고려한 펀드를 선보이고, 이스트스프링운용이 운용할 예정이다.
이스트스프링운용은 일단 투자 대상을 데이터 관리가 용이한 국내 주식으로 한정해 접근한 후 성과가 나면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운용 역량을 총동원해 펀드에 접근하는 만큼 수수료 구조가 자유로운 헤지펀드를 첫 론칭 대상으로 택했다고 덧붙였다.
운용 전략은 퀀트 기반의 멀티 스트래터지 전략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적극적인 비중 조절과 로테이션을 추구한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알파 수익률을 창출하면서 아비트러지(차익거래) 등을 가미하겠다고 밝혔다.
◇ 딥러닝 통한 업계 선도 강조
이스트스프링운용은 알고리즘 활용 자체는 이제 특별하지 않고 독점적인 영역도 아니지만 펀드 운용에 수준 높은 딥러닝을 활용하는 툴을 도입해 업계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사장은 "고령화와 함께 경제 활동 인구가 정점에 와있는 만큼 다양하고 혁신적인 투자 상품으로 베이비붐 세대들의 노후를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인공지능 투자전략 개발이 그 노력의 중요한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식 교수도 "투자 영역에서는 딥러닝 적용이 연구되지 않았고 많은 데이터가 존재한다는 점을 매력적으로 봤다"며 "기계가 만들어낸 선택을 설명 없이 받아들이기보다 이를 전문가들이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그래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투자 AI 시스템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