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주식 투자나 금융상품에 관심이 갈 때 가까운 증권사 지점을 찾아 담당 직원에게 상담을 받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채팅으로 로봇과 대화하고, 아예 로보어드바이저에 투자를 일임할 수 있도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투자 방식이나 패턴도 그만큼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러면서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비롯해 새로운 환경에 걸맞은 서비스와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 간단한 업무처리는 채팅 로봇과
"원달러 환율"이라고 메신저창에 입력하자 챗봇이 곧바로 현재 시각 환율 정보를 보냈다. 연이어 코스피지수와 삼성전자의 주가를 물어보자 실시간 시세를 알려준다.
대신증권이 금융투자업계 최초로 선보인 챗봇 서비스인 '벤자민' 이야기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벤자민은 24시간 365일 모바일을 통해 고객의 민원과 문의사항을 해결해준다. 벤자민은 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한 머신러닝을 적용해 기본적인 업무 응대와 일상대화 수준의 상담이 가능하다.
▲ 대신증권 챗봇 서비스 '벤자민' |
대신증권이 벤자민을 만든 이유를 묻자 벤자민은 관련 인터뷰 뉴스를 링크해줬다.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냐는 질문엔 "24시간 업무 관련 궁금증을 해결해 드릴게요"라고 답했다. 대신증권은 앞으로 음성대화 기술 도입을 비롯해 금융상품 추천과 로보어드바이저 등 자산관리 영역까지 역할을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도 최근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KT '기가지니'의 음성인식과 AI 기술에 금융정보를 접목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고객이 집에서 기가지니에 "오늘 주식시장 마감 상황 알려줄래"라고 물으면 기가지니가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3.72포인트, 0.64% 떨어진 2134.89에 마감했습니다"라고 답하는 식이다.
◇ 투자자 분석부터 자산배분, 주문까지
이처럼 증권업계에선 챗봇에서 더 나아가 로봇이 자산관리와 투자 권유, 트레이딩까지 담당하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자의 위험 성향과 투자 목적을 분석하는 투자자 프로파일링부터 자산배분과 포트폴리오, 주문집행, 포트폴리오 조정까지 담당한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알고리즘과 플랫폼 개발이 핵심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이제 시작 단계인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은 물론 핀테크 업체와 제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자체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과 플랫폼을 개발한 유일한 증권사다. 개인 투자자를 위한 포트폴리오 모델인 QV포트폴리오 알고리즘 외에도 단일자산 투자 모델, 위험 헤지를 통한 절대 수익 추구 모델 등 다양한 니즈에 맞는 추가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는 자체 알고리즘은 없지만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한곳에 모아 투자 성향과 목적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은 자사 주문시스템과 에임투자자문의 자문시스템을 연계해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자문을 받은 후 고객이 동의하면 자동으로 주문이 나가도록 했다.
◇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누가 선점하나
키움증권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10여 종의 서비스를 만날 수 있는 종목발굴 알고리즘 스토어인 '로보마켓'을 운영한다. 한화투자증권의 '스마트 로보Q'는 고객의 투자 성향과 투자 금액을 기반으로 각자에게 맞는 최적의 포트폴리오 구성을 돕는다.
KB증권은 일임형과 자문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able 로보어드바이저관'을 운영한다. SK증권 로보어드바이저는 상품 추천부터 주문까지 걸리는 시간을 150초로 단축해 편의성을 높였다. 하이투자증권은 사용자가 손쉽게 나만의 알고리즘을 만들어 트레이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이베스트투자증권을 포함해 다른 증권사들 역시 자체 알고리즘 개발과 함께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검토 중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빅데이터 기반이어서 일반적으로 전문가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낸다"면서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고객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