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로봇이 알아서 자산관리를 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경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로보어드바이저 시험 무대인 1차 테스트 베드(Test Bed) 이후 증권사들이 속속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은행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데다 1년 전 나온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까지 가세하면서 선택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 테스트 베드로 검증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4월까지 진행된 로보어드바이저 1차 테스트 베드를 통과한 증권사들이 앞다퉈 관련 상품을 선보이고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 베드 기본 운용방안을 내놓은 이후 단계별 심사를 모두 마쳤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보다 수수료가 낮고,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를 통해 서비스 접근성도 높였다.
하지만 이전에 없던 서비스이다 보니 규율체계가 완비되지 않아 신뢰성이나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테스트 베드 플랫폼을 통해 검증을 거쳤다. 1차 테스트 베드 결과 30여 개 업체 가운데 절반가량인 15개 업체가 테스트베드를 통과했다. 증권사 가운데서는 NH투자증권과 SK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이름을 올렸다.
◇ 증권사 자체 랩 출시 적극
테스트를 통과한 증권사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17일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자문형과 펀드형, 일임형 랩(Wrap)의 3가지 형태로 내놨다. 대신증권은 운용자가 로봇인 점에 착안해 별도 운용보수 없이 수익이 나면 수익금의 10%를 성과보수로 받는 구조로 설계했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1차 테스트 베드에 내놓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QV 글로벌 로보랩'을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사람의 개입 없이 매매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SK증권도 시황에 따라 자동으로 자산 배분 비중을 조정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자문 서비스를 이미 선보였다. 테스트 베드 수익률 1위를 차지한 키움증권 역시 이달 중 자체 개발한 랩을 출시할 계획이다.
테스트 베드와 상관없이 자체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한 증권사도 여럿 된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최근 사명 변경 후 첫 상품으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내놨고, 유진투자증권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국내외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고 투자자산을 재구성하는 로보어드바이저 랩 상품을 선보였다.
◇ 은행에 펀드까지 즐비…선택 고민되네
로보어드바이저 상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초기 단계로 수익률 차별화가 부족해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은행과 운용사 펀드까지 가세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 베드를 통과한 은행들 역시 관련 상품을 내놓으면서 은행권도 AI 경쟁이 불붙었다. 신한과 우리, KEB하나은행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였고, KB은행도 테스트 베드를 통과한 상태다.
이미 운용사들도 지난해부터 로보어드바이저 펀드를 선보여 운용하고 있다.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NH-Amundi디셈퍼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동부밸류아이로보어드바이저, 하이ROCK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 등이 현재 운용 중이다.
다만 1년 이상 운용된 펀드의 경우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을 밑돌면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진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진행된 1차 테스트 베드 결과에서도 적극투자형의 경우 국내형과 해외형 모두 평균 운용수익률이 2%대 후반에 그쳤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 운용기간이 짧은 데다 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관련 상품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면서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접할 수 있긴 한데 선택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