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 위기' 통일 펀드의 재발견

양미영 기자 flounder@bizwatch.co.kr
2018.05.11(금) 15:15

[펀드로 세상읽기]⑤-1
남북 화해 분위기 급진전에 관심 고조
4년전 조성된 '통일 대박 펀드'도 부활

지난 2014년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이 한참 유행했습니다. 전 정권의 산물이기도 한 이 발언으로 한동안 남북통일이 크게 주목받았는데요. 꼭 이뤄야 할 과제임에도 무관심이나 반감이 컸던 상황에서 통일 투자가 오래 만에 기회 요인으로 받아들여졌던 시기입니다.

통일하면 남북 간 경제 격차 해소를 위해 불가피한 물리적 비용이 먼저 떠오르고 남북 간 문화적 인식 차이나 빈부 격차에서 비롯되는 이질감은 비용으로 감히 추산하기 어려운 문제인데요. 실제로 독일은 동서독 간 격차를 줄이는데 15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일이 주는 반사 이익도 어마어마합니다. 당시 전문가들은 통일 비용을 최소 3000조원으로 본 반면, 북한의 자원 활용과 유라시아 대륙 진출, 내수 활성화 측면에서 그 효과는 비용의 2배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투자 구미가 확실히 당길만하죠.

이를 금융투자업계도 놓치지 않았는데요.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통일 펀드입니다. 당시 유행의 강도에 비하면 라인업이 다소 미미하지만 2014년 상반기에 2개의 통일 펀드가 나란히 출시됐습니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통일코리아펀드와 하이자산운용의 하이코리아통일르네상스펀드입니다.

통일 펀드는 계속 운용돼 왔지만 작년까지 기억 속에서는 잠시 잊혔습니다. 매번 그렇듯 통일은 워낙 멀고 먼 이야기인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며 긴장감을 잔뜩 조성했으니까요. 급기야 하이자산운용은 통일 펀드를 연내 청산할 계획이라는 소식도 들렸는데요. 좀비 펀드란 폄하가 나올 정도로 펀드 수탁고가 워낙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2018년 5월 현재 거짓말처럼 남북 관계가 술술 풀려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리에 개최된데 이어 북미 간 관계 회복이 급물살을 타면서 북미 정상회담 장소도 결정이 됐습니다.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이유 없이 불안하지만 이러다 정말 금세 통일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뿐만 아닐 것입니다.

증권가에는 다시 통일 투자법이 등장했고 독일 통일 사례를 연구하기 바쁩니다. 펀드 시장에서도 통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당연하죠. 남북경협주 위주로 구성된 하이자산운용의 통일펀드 3년 수익률은 30%가 훌쩍 넘습니다. 급기야 통일 펀드에 대한 관심이 다시 쏟아지자 청산 수순을 중단하고 지난달 말부터 마케팅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통일 펀드 출시를 고려하거나 검토하고 있다는 운용사들의 이야기도 들립니다. 과거와 달리 대형 운용사들이 이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데요. 급격하게 조성되고 있는 해빙 무드를 고려할 때 이들의 저울질은 선택이 아닌 본능입니다.

펀드 출시는 시장의 큰 흐름 속에서 형성되는 테마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지난해 사회 책임 투자 펀드나 4차 산업혁명 펀드가 줄을 이은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들 펀드와 마찬가지로 통일 펀드 역시 성패를 확신할 수 없고 장기 투자를 전제로 하는 만큼 선뜻 가입이 쉽진 않습니다.

실제로 독일 통일 전까지 독일 증시는 오르지만 실제 통일 직후에는 주가가 하락합니다. 낙폭을 회복하는 데만 3년이 걸렸는데요. 대신 10년이 지난 뒤에는 5배 이상 올랐습니다. 장기 투자를 택했다면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지만 통일 이전부터 투자해 성과를 보기까지 만만치 않은 인내심이 필요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럼에도 현재 분위기에 더해 북미 정상회담이 깜짝 결과로 이어지고 과거보다 통일 확률이 높아진다면 통일 펀드 역시 이전보다는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통일 펀드의 재발견이 이뤄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펀드로 세상읽기]

① 일본 부동산 펀드

② 4차 산업혁명 펀드

③ 타겟데이트펀드(TDF)

1년 만에 '노후 파트너' 자리 굳힌 T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