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몰리는 '럭셔리 주식'

양미영 기자 flounder@bizwatch.co.kr
2018.06.19(화) 16:34

[펀드로 세상읽기]⑥-1
증시 부진 속 올해 상승세 두드러져
경기 회복세 반영…신흥국 수요 증가

거칠 것이 없어 보였던 글로벌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이 긴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에 제대로 불을 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소리 없이 약진한 주식을 꼽으라면 '럭셔리(Luxury) 주식'으로 통하는 명품기업들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실 예전엔 '명품' 하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잇템'이었지만 이제는 대중성이나 실용주의가 좀 더 중시되면서 명품에 대한 동경심이 예전만은 못한데요.

그래도 여전히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명품이죠. 이 주식들은 올해 소위 명품다운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다국적 럭셔리 그룹인 LVMH(모엣헤네시 루이비통)의 주가는 연초 245유로 선에서 최근 300유로 가까이 올랐습니다. 22% 선에 달하는 상승폭인데요.

영국 버버리 그룹도 지난해 말 1800GBX(페니)에서 2165GBX(페니)까지 수직 상승했습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인 몽클레어, 이탈리아 페라리 주가도 예외는 아닙니다. 스위스 명품시계 업체인 스와치그룹도 수출이 급증하면서 지난달 5월 신고가를 찍었습니다. 지난 5월까지 6개월간 주가는 32% 치솟았습니다.

과연 비결이 뭘까요. 먼저 럭셔리 주식은 사치 소비재인 만큼 경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경기 둔화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 것과 무관치 않은 셈입니다.

실제로 럭셔리 소비는 유가상승과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시기에 강화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원가 상승 대비 브랜드력에 기반한 가격 전가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지난해 럭셔리 시장의 매출은 1조 달러에 달했고 올해 전망 역시 긍정적입니다. 시계산업이 발달한 스위스의 경우 시계 및 마이크로 공학 산업에서의 고용자 수가 금융위기로 급감한 후 꾸준히 증가세에 있다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경기 회복세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전 세계 럭셔리 소비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에르메스 매출의 48%, 루이비통은 38%가 아시아에서 나왔다고 하니 말 다 했죠.

중국의 경우 2013년 시진핑 정권 이후 사치품 억제 정책을 실시하면서 럭셔리 소비가 주춤했었는데요. 지난해 시진핑 2기가 들어선 후 중국 중산층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전반적인 럭셔리 소비는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시아뿐 아니라 요즘엔 중동과 라틴아메리카, 심지어 아프리카에서 명품 수입이 늘고 있습니다.

컨설팅그룹 딜로이트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의상과 신발 시장에서 유럽과 북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오히려 아시아, 남미, 중동, 아프리카 비중이 50%를 넘어 꾸준히 올라가는 구도입니다.

지난해까지 명품기업들의 주가는 상당히 지지부진한 흐름을 거듭했고 중장기적인 흐름도 그다지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올해 이들의 약진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지요.

이런 흐름을 투자자들이 놓칠 리 없겠죠. 특히 명품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오른 데는 돈 냄새에 더 민감한 글로벌 벤처캐피털 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된 영향도 없지 않다고 하니 럭셔리 주식들의 흐름을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펀드로 세상읽기]

① 일본 부동산 펀드

② 4차 산업혁명 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