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고 하죠. 그래서 통일 하면 항상 독일 사례를 반사적으로 떠올리는데요. 그렇다면 독일에도 2018년 현재 대한민국에서처럼 통일 전에 미리 투자하는 통일 펀드가 있었을까요.
아직 통일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통일 펀드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통일 투자가 간간이 유행을 했습니다. 꾸준히 투자하고 실제 통일이 이뤄지면 말 그대로 '대박'을 터뜨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독일의 경우 통일 펀드나 통일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의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던 1989년 당시는 현재만큼 펀드 시장이 발달하지도 않았거니와 동독은 물론 서독 금융시장이 통일 관련 상품을 만들만한 여건은 아니었기 때문이죠.
오히려 독일의 경우 통일 이후에 통일 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통일기금이 조성되고 상당 부분이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이 됐습니다. 그 외에도 세금이나 연방정부의 예산이 활용됐다고 하네요.
독일 증시도 통일 직후 크게 오르다 한동안 쉬어가는 과정을 거치는데요. 물론 1년간 5배가량 증시가 오르는 사이, 이 '허니문' 기간 고스란히 누린 이들도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죠.
실제 독일에 투자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헤지펀드 거물인 줄리안 로버트슨의 타이거펀드가 유명합니다. 타이거펀드는 조지 로로스의 퀀텀펀드와 함께 헤지펀드 계의 양대 산맥을 이룬 펀드로 꼽힙니다.
1980년에 800만달러의 운용 자산으로 시작한 타이거펀드는 연평균 26%의 경이적인 수익률로 90년대 후반 210억달러까지 운용자산을 불리며 승승장구했습니다.
타이거펀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을 보고 독일 투자에 뛰어들었는데요. 도이치방크와 전력 기업인 페바(Veba), 전선 제조업체인 F&G 등에 투자했고 일부 기업 주가는 크게 오르며 재미를 봤습니다.
하지만 독일 투자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고 보기는 어려운데요. 도이치방크의 경우 1990년대 초반 미국 저축대부조합 위기로 글로벌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다. 한때 잘 나갔던 타이거펀드도 90년대 후반 이후에는 전반적인 수익률이 변변치 못했고 줄리안 로버트슨도 2000년 이후에는 펀드를 후배들에게 넘기고 월가를 떠났습니다.
타이거 펀드 외에 독일 통일 투자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데요. 오랫동안 남북 분단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발목이 잡힌 대한민국의 경우 제대로 된 통일 투자의 본보기로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실제 통일이 가사화될 경우엔 외국인들도 수수방관하거나 투자 기회를 지나칠 리 만무하고요.
다만 당장은 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통일 투자에 나설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 화해무드가 워낙 급작스럽게 진행되고 있는데다 아직은 반신반의하는 상태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 통 큰 베팅에 나설 만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점도 또 다른 이유란 것이 전문가들의 귀띔입니다.
[펀드로 세상읽기]
① 일본 부동산 펀드
② 4차 산업혁명 펀드
③ 타겟데이트펀드(TDF)
④재간접 헤지펀드
⑤통일 펀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