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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삼바]①폭탄 맞은 삼성

  • 2018.11.19(월) 14:30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기고

삼성에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폭탄이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분식회계로 최종결론을 내리기 전, 이미 삼성 내부 문건이 까발려지면서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문건을 본 많은 사람은 "삼성이 이런 짓까지 생각했나"라며 깜짝 놀랐다.

 

삼성은 실무자의 머리에서 나온 허접한 방안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을 동원하여 실행 초안까지 마련했다는 사실이 문건에 고스란히 적혀 있다. 일단은 변명의 여지가 별로 없다.

 

조사를 받던 기업이 내부 문건으로 꼬리를 잡히면 대개 게임은 그걸로 끝이다. 자포자기하고 선처를 바라는 쪽으로 돌아서기 마련이다.

 

삼성은 그러나 결사항전하겠다는 분위기다. 행정소송으로 결백을 인정받겠다고 선언했다. 정말 억울해서인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이 삼성 전체에 불러올 메가톤급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15년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로직스) 재무제표에 대해 고의 분식회계(회계기준 위반)로 판정했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이 삼성로직스에 대한 정밀 감리(재무제표에 대한 검사)에 착수한 지 1년 6개월여만이다.

금감원은 감리 1년여만인 지난 5월 초 삼성로직스가 고의 분식을 저질렀다며 검찰 고발을 포함한 중징계안을 증선위에 보고했다. 다섯 차례 회의를 거듭한 끝에 증선위는 7월 중순, 금감원에 다시 감리할 것을 명령했다.

 

사상 초유의 재감리를 수행하던 금감원은 2015년 당시의 삼성 내부 문건을 입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문건들은 증선위가 고의 분식으로 결론 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반인들이 삼성로직스 사건을 이해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회계 이슈 자체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영역에 속하는 데다 과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로직스와 미국 바이오젠 간 합작법인(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그리고 두 회사 간에 맺은 합작계약 등 복잡한 상황들이 얽히고 설켜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이해하려면 하나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라는 결론을 내린 핵심 근거가 무엇인지, 왜 삼성은 증선위 의결 이후에도 회계처리의 정당성을 '확신'하며 행정소송에 나섰는지, 이 사건이 삼성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하려고 한다.
  
회계기준에서는 기업이 다른 회사 지분을 많이 취득하면 그 회사에 대해 '영향력' 또는 '지배력'이 생긴다고 본다. 

예를 들어 ㈜김밥이 ㈜천국의 지분을 20%~50%까지 취득했다 하자. 김밥은 천국에 대해 '유의적 영향력(천국의 영업 및 재무정책 등에 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되고, 천국을 '관계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분류한다.

2017년 초 김밥이 천국 지분 30%를 취득했고, 천국이 연말 결산에서 1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하자. 그럼 김밥은 자기 결산을 할 때 3억원(천국의 당기순이익 10억원X천국에 대한 지분율 30%)을 '지분법 이익'이라는 항목으로 반영한다. 

 

김밥이 천국을 관계기업으로 유지하는 한, 천국이 이익을 내면 30%만큼을 지분법 이익으로, 손실을 내면 30%만큼 지분법 손실로 반영하는 회계처리를 한다고 보면 된다.

이번에는 2017년 초 김밥이 취득한 천국 지분이 50%가 넘는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지분 50%를 넘으면 "지배력을 보유한다"고 한다. 김밥은 '지배기업'이 되고 천국은 '종속기업'이 된다.

그리고 김밥은 천국을 연결(서로의 손익계산서, 재무상태표 등을 합산하여 한 회사인 것처럼 회계처리 함)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관계기업과 종속기업을 가르는 기준이 지분율 수치 하나인 것만은 아니다. 또한 김밥이 천국 지분을 많이 취득하였다고 하여 관계기업 아니면 종속기업으로만 분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공동기업'이라는 것이 있다.
 
천국의 주주는 두 곳인데 ㈜김밥이 60%, ㈜순대가 40%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지분율로만 보면 김밥은 천국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여야 한다.

그러나 두 주주사 간에 약정이 체결되어 있다. 약정에 따르면 김밥이 천국 경영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순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김밥과 순대는 천국을 "공동지배한다"고 하고 공동기업으로 분류한다. 공동기업에 대한 회계처리는 지분법이다. 따라서 김밥은 연결 회계를 하지 않고 관계기업에서처럼 지분법을 적용하면 된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김 대표는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 뻔했다', '기업경영에 숨겨진 101가지 진실', '기업공시 완전정복', '이것이 실전 회계다(공저)' 등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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