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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삼바]②관계기업 vs 종속기업

  • 2018.11.19(월) 14:31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기고

이제 조금 더 복잡한 사례를 가정해 보자. 김밥이 순대와 함께 합작회사 천국을 만들었다. 지분율은 김밥이 90%, 순대가 10%다. 

 

김밥과 순대 간에는 중요한 주주약정이 있다. 순대는 미래에 언제든 천국 지분 40%를 주당 3만원에 김밥으로부터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순대는 천국의 주당가치가 3만원이 넘으면 당연히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이처럼 정해진 가격으로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콜옵션(call option)이라고 한다. 

 

처음에 김밥은 천국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천국의 기업가치가 높아져 주당 3만원을 넘어선다면, 김밥은 천국을 관계기업 또는 공동기업으로 변경해야 한다. 순대는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고, 그러면 천국에 대한 두 회사의 지분율은 각각 50%로 동등해지기 때문이다. 김밥은 천국에 대한 단독지배력을 상실하고, 공동지배한다.

 


그렇다면 순대가 콜옵션을 행사한 뒤에서야 김밥이 천국을 공동지배기업(지분법 적용)으로 변경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회계기준에 따르면 순대가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이 들면, 실제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그 시점에 김밥이 천국을 공동지배기업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순대가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김밥이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천국이 증권시장 상장회사라면 주가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그러나 비상장회사라면 외부평가기관(회계법인 등)에 의뢰해 천국의 기업가치(공정가치)를 따로 뽑아봐야 한다. 평가 결과 주당가치가 3만5000원으로 산출됐다면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아주 커진 상태라 할 수 있다.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일반인들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회계처리를 거쳐야 한다. 투자지분의 분류변경 즉 '종속기업→관계(또는 공동)기업' 또는 '관계(또는 공동)기업→종속기업'으로의 전환은 막대한 당기순이익 또는 당기순손실을 발생시킬 수 있다.
 
김밥이 가진 천국 지분 90%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지면 신분이 바뀐다고 하였다. 단독지배(종속기업) 주식에서 공동지배(공동기업)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밥 재무제표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종속기업으로 기재되어 있을 때 천국의 지분가치를 알아보자. 이것은 천국 재무제표에 나타나 있는 순자산액(자산총계-부채총계)이다. 100억원이라고 해보자.

종속기업 신분을 벗고 공동기업이라는 새로운 신분을 얻은 천국의 지분가치는 얼마인가. 천국이 비상장사라면 가치평가방법을 동원하여 산출한다. 회사 전체 가치가 1000억원으로 나왔다고 하자.
  
결국 김밥은 재무제표에서 종속기업 100억원을 지우는 대신 공동기업 900억원(기업가치평가액 1000억원X지분 90%)을 얻는 셈이 됐다. 우리는 이를 두고 "김밥이 종속기업 주식 처분이익으로 800억원(900억원-100억원)을 얻었다"고 말한다(실제로는 몇 가지 요소들을 더 고려해야 하나 여기서는 이해를 위해 생략한다). 투자회사 분류변경만으로 막대한 평가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순자산가치는 현재 자산과 부채간 차액에 불과하다. 기업가치는 대개 미래의 수익가치(예상되는 현금흐름)를 크게 반영한다. 그래서 평가하기에 따라서는 순자산액이 수백억원이라도 기업가치 평가액은 수천억원 또는 그 이상 산출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생각해보자. 김밥이 평가한 천국 기업가치는 100% 객관적일까.

 

일반적으로 비상장사 가치평가에 활용되는 현금흐름할인법(DCF)에는 많은 추정과 가정이 들어간다. 주관적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도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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