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올 하반기 사모펀드 시장 건전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최대 화두인 금융세제 선진화 및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 역시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 올인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출입기자단 하계 간담회에서 "금투업계 회원사 대표로서 최근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투자자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조만간 사모펀드와 관련한 금투업계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는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터진데 이어 라임자산운용이 1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금 환매를 중단했고 최근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가 터졌다.
금융투자협회는 향후 회원사들의 내부통제를 위한 메뉴얼과 체크 리스트 등을 제작해 실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취약점에 대해서는 각 회사별로 컨설팅까지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참여자들에 대한 역할도 강화한다. 금융당국과 협의를 통해 전문사모운용사 전담중개업무를 맡고 있는 프라임브로커리지(PBS)와 판매사, 운용사 등 시장 참여자들 간 상호 감시·견제 기능을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금융소비자 교육을 확대 추진하고, 소비자 보호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고난도 금융상품 분류 점검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는 가운데 교육용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나 회장은 "업계도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스스로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한다"며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협회는 시장 건전화와 자본시장 신뢰회복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 금융세재, 제도개선·보완 필요성 여전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금융세제 선진화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혁신성 및 추진방향 측면에서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나 회장은 "그간 상품별 과세체계와 부과 기준이 달라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였다"며 "이번 추진방향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거래세의 완전한 폐지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집합투자기구에 대한 기본 공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0.25%의 증권거래세를 2022년에는 0.02% 포인트 내리고, 2023년에는 0.08% 포인트를 추가로 축소해 총 0.1%포인트 인하하기로 했다. 완전 폐지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중 과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무영 금투협 산업전략 상무는 "다소 미흡한 부분 있는 건 사실"이라며 "자본시장 활성화와 국민 자산증식 측면에서 2중 과세 폐지 로드맵은 반드시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번 조치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한국장외주식시장(K-OTC) 투자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 존속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모험자본 공급 '박차'
나 회장은 K-OTC 규제 완화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금융 당국과 논의를 이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통해 모험자본을 보다 탄력적으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K-OTC 지정기업의 신고·공시의무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매출 규제완화 등과 같은 제도 개선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K-OTC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유일한 제도권 장외시장으로서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일 뿐아니라 초기 투자자의 중간회수 시장으로도 기능하기 때문에 혁신기업의 성장 프로세스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나 회장은 "금융투자협회의 제언과 추진 방향이 자본시장 정책 결정과 국민경제 성장의 신동력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