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이 국민 자산 증식과 노후 대비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려면 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공매도 폐지를 비롯한 제도 개선 여부에 대해선 글로벌 스탠더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선을 그었다. 다만 불법 공매도는 적극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나 회장은 15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년 하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투자협회의 올해 상반기 성과와 함께 하반기 과제에 대한 발표했다.
"중개형 ISA 큰 인기…투자형도 도입 필요"
나 회장은 우선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 증식을 위해 ISA제도 개선에 계속 힘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초 도입된 중개형ISA의 가입자 수가 4개월여 만에 80만 계좌를 넘어설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새로 도입된 중개형ISA의 인기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ISA는 중산층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2016년 도입된 세제혜택 상품이다. 하지만 세제 혜택이 미미한 데다 예적금 중심의 운용에 따른 낮은 수익률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반면 올해 초 선보인 중개형ISA는 주식 투자를 허용하고, 세제 혜택도 늘려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나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투자형 ISA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적극적인 투자를 원할 경우 투자형ISA를 통해 국내 주식을 비롯한 더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수익에 대해선 전액 비과세해주자는 내용이다. 실제로 영국과 일본 등에선 ISA를 통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그는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혁신기업 지원에 활용하려면 자본시장에 장기 투자하는 국민에게 획기적인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면서 "금융 선진국들처럼 금융투자상품 전용 비과세 상품인 투자형ISA를 도입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디폴트 옵션 국회 처리 서둘러야"
나 회장은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을 개선하려면 디폴트 옵션 도입이 절실하다고도 밝혔다. 디폴트 옵션이란 연금 가입자가 별도로 투자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자산을 운용하도록 기본설정을 한 제도로 미국과 일본, 영국 등이 채택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부터 국회에서 디폴트 옵션 도입 방안에 대한 논의하고 있다"면서 "사전지정운용 상품의 유형에 원리금 보장상품을 포함할지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수익률 제고라는 본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리금 보장상품도 사전지정운용 상품 유형에 포함한 법안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켜 주기 바란다"면서 원리금 보장상품을 디폴트 옵션에 포함하는 안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 회장은 디폴트 옵션을 도입하면 사후관리 강화와 맞춤형 서비스, 우수 상품 출시 등을 통해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회장은 "디폴트 옵션이 도입되면 퇴직연금은 그야말로 가입자를 위한 제도로 완전히 탈바꿈할 것"이라며 "퇴직연금을 유치만 하고 가입자에 대한 사후서비스는 나 몰라라 하던 시장 구조도 맞춤형 서비스와 함께 우수한 상품으로 경쟁하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법 공매도는 차단하겠지만…"
공매도 제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나 회장은 불법 공매도 차단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도 제도 개선 여부에 대해선 기존 제도가 개인투자자에게 유리한 측면도 있는 만큼 글로벌 기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매도 재개로 주가 하락을 염려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 증시는 안정적인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경우 만기까지 조기상환 의무가 없지만 기관은 대여자가 리콜을 신청하면 즉시 상환해야 한다"면서 "상환 만기 측면에서 보자면 개인이 기관투자자에 비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나 회장은 "공매도를 통한 헤지(위험 회피) 가능 여부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같은 글로벌 벤치마크지수의 시장 접근성 평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선진국 지수의 글로벌 스탠더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시장 참여자 측면에서 보면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는 원활한 헤지전략을 위해 공매도 가능 종목을 오히려 더 확대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다만 악의적인 불법 공매도에 대해선 차단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