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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투자 시대]①ESG, 이제야 '포텐' 터진 이유

  • 2020.11.26(목) 09:00

ESG 투자 관심 갈수록 급증…관련 상품도 봇물
코로나19가 중요성 키워…투자자·기업 모두 주목

올해 금융상품 시장에선 ESG 상품이 쏟아졌습니다. 환경이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이른바 '착한 투자'가 붐을 이룬 것인데요. 수년 전부터 있어왔던 ESG 투자가 왜 유독 올해 '포텐'이 터지고 있는 것일까요.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얻을 순 있을까요. 어떤 상품들이 있고 무엇을 담아두면 좋을까요. 금융상품 투자 측면에서 ESG를 차근차근 톱아봤습니다.

ESG 투자는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시장에서도 계속 언급돼 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까진 투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정도였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꼭 투자해야 할 상품이라기보단 일종의 테마 정도에 불과했죠. 목적이 착하긴 하지만 수익률까지 착하진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념이었습니다. 'ESG'란 용어보다는 '사회책임투자'나 '착한 투자'란 용어가 투자자들에겐 더 익숙했고요. 

ESG는 아시다시피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입니다. 2006년 4월 UN(유엔)이 투자 결정 과정에서 ESG 요소를 반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마련한 PRI(책임투자원칙)가 ESG 투자의 시발점입니다.

사실 투자자 입장에선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재무정보가 아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재무적인 요소에 근거해 투자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PRI 가입기관이 늘어나고 ESG 투자자산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는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ESG 등급 평가 기관과 방법론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사회책임투자와 혼용되는 듯하지만 ESG 투자의 경우 수탁자 의무를 최우선시합니다. 수탁자는 신탁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투자자산을 다양화하고 투자자산을 키울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비재무적 요소를 재무적인 것과 연관 지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SG 투자가 SRI(사회책임투자)와 개념적으로 유사하지만 최적의 투자 성과를 강조하는 선관주의 의무(Fiduciary duty)를 더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미국 SIF(The Forum for Sustainable and Responsible Investment)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그만큼 ESG가 포괄하는 이슈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이를 무시한 기업들이 질타를 받고 실제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습니다. 이에 더해 ESG와 연관이 깊은 기후변화 문제, 잘못된 기업지배구조 관행,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이 ESG 투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죠.

그렇다면 올해 유독 뜨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영국을 시작으로 호주,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 연기금들이 ESG 공시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유럽은 내년 3월 10일부터 역내 모든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ESG 공시가 의무화됩니다. 은행, 보험, 연기금,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등 고객 자금을 굴리는 모든 회사가 대상인데 이런 트렌드는 국내에서도 활발히 논의 중입니다. 

국내의 경우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지 이제 2년이 지났는데요. 그간 사회책임투자를 늘려왔고 올해 들어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형 국내주식 위탁운용에 ESG 평가를 강화한 벤치마크 지수를 연말까지 개발할 계획입니다. 지난달에는 4000억원 규모의 국내 석탄 관련 대체투자를 만기 도래 때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요. 최근엔 2022년까지 ESG 투자를 전체 기금 자산의 절반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전과 달라진 투자자들의 인식도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1980년에서 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X세대나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ESG에 대한 관심이 훨씬 큽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2018년 투자자산 300만 달러 이상 고액자산가 가운데  ESG 투자를 적극 검토하는 밀레니얼 세대 비중이 78%로 압도적이었고 X세대의 관심도 빠른 속도로 확대 중입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여파를 무시할 수 없는데요. 코로나19 이후 경제활동이 위축된 가운데서도 ESG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습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미국에서 ESG를 제외한 펀드는 자금 유출이 지속된 반면 ESG 펀드로는 자금 유입이 나타났습니다. ESG 채권 발행과 관련 펀드도 크게 성장했는데요. 코로나 국면에서 각국 정부가 경기 하락 방어와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ESG 채권을 활발하게 발행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친환경 에너지 개발을 위한 그린 본드나 사회가치 창출을 위한 소셜 본드 발행이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이들의 필요성이 더 극대화된 셈입니다. 여기에 국내의 경우 한국판 뉴딜 정책을 마련했는데 그린 뉴딜과 디지털 뉴딜 모두 ESG와 연관이 높다 보니 관련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안타증권 등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클린 에너지의 부상으로 지속 가능성이 실질적인 수익률로 연결이 되고 있고  향후에는 이런 흐름이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는 이처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코로나가 거시경제는 물론 기업들의 생존방식, 소비자 태도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단기간 성장성에 대한 관심보다는 지속 가능성과 생존 자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산을 운용하는 곳들 또한 ESG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거나 관련 영역에 대한 고객들의 투자 검토 요구가 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미국 얼라이언번스타인운용 역시 역사적인 규모의 인적, 경제적 위기 속에서 공공의료 문제가 기업 정책과 결부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위기가 투자자 입장에서 ESG 분석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다양한 ESG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은 많은 기업의 수익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투자자들 역시 투자 리서치 과정에 ESG 분석을 포함시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평판 요소로 작용하며 ESG 요소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당장의 평판 개선이 기업 이익을 증가시키진 않지만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잠재적인 손실을 제어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입니다.

일례로 미국 생활용품 업체인 윌리엄 소노마(Williams-Sonoma)의 경우 코로나로 소매점포를 폐쇄한 후에도 직원들에게 급여와 복지를 계속 제공했고 물류센터 직원에게 추가적인 건강보호 조치 및 임금인상을 실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커머스 증가에 따른 수요를 충족하면서 고용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요.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충성 고객들의 매장방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SG 관련 공시도 차츰 강화되면서 기업들의 책임감을 높이고 있는데요. 홍콩거래소는 내년부터 전체 상장기업의 ESG 공시를 의무화했습니다. 국내의 경우 2012년 지정기업에 대한 녹색경영 의무 공시가 도입됐고 2016년 기업 지배구조 자율공시를 도입한 후 의무 공시 대상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2026년부터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대한 지배구조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될 예정입니다. 

[착한투자 시대]②ESG 투자는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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