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거래를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면서 세제 혜택을 챙길 수 있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시장에 등장하며 은행업권에서 증권업권으로의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시작됐다. 중개형 ISA 출시 한 달 만에 전체 납입금이 3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상품 출시 한 달 만에 납입금 3000억 몰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판매 시작 순서) 국내 5개 대형 증권사의 중개형 ISA 계좌 납입금은 지난달 31일 기준 2800억원을 넘어섰다. 계좌수는 24만개에 달한다.
중개형 ISA가 시장에 등장한지 불과 한 달여 만의 성과로 주식 직접 투자와 절세 혜택 등 장점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일명 '서민형 만능 통장'으로 불리는 ISA 상품은 한 계좌 내 예금·적금·펀드·리츠·파생결합증권(ELS·DLS)·국내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만들어진 상품이다. 기존에는 신탁형 ISA와 일임형 ISA만 있었으나 올 2월 말 중개형 ISA가 추가돼 총 세 종류다.
중개형 ISA는 기존 신탁형·일임형 ISA와 달리 가입자 본인이 국내 주식을 직접 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상품 특성을 고려해 위탁매매업 허가를 받은 증권사를 통해서만 개설할 수 있다.
국내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 발생 시 ISA 내 다른 금융상품 운용 수익과 통합 계산할 수도 있어 세금 부담을 낮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은행에서 증권사로 '머니무브 가속화' 전망
ISA 시장 규모는 현재 8조원대에 이른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개형 ISA를 통해 증권사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존 ISA 시장은 은행의 장악력이 매우 컸던 게 사실이다. 영업점포 수와 방문 고객 수 등이 타 금융권 대비 상대적으로 많아 고객을 선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은행을 통한 신탁형·일임형 ISA의 가입자수는 189만2445명, 투자금액은 6조6780억원으로 전체 업권(은행·증권·보험) 내 차지하는 비율이 각각 92%, 89%로 압도적이었다. 반면 증권사를 통한 가입자수는 16만1379명(8%), 투자금액 8523억원(11%)에 그쳤다. 같은 달 25일부터 중개형 ISA 상품 판매가 개시된 후 2영업일 동안 증권사를 통해 해당 상품을 가입한 투자자는 1만4950명, 투자금액은 6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달부터 타 업권 간 ISA 계좌 이동이 자유로워진 점도 머니무브의 가속화를 돕는 요인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지난달 22일부터 ISA 지원시스템인 '아이사넷'을 업데이트하며 타 업권 간 ISA 계좌를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시했다. 각 증권사 집계 결과 지난달 말 기준 은행 등 타 업권에서 증권사 중개형 ISA로 계약을 이전한 계좌수는 1000개 가까이 된다.
현재 중개형 ISA 상품을 판매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중개형 ISA 이전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중개형 ISA는 증권사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증권으로 계좌를 이동하는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도 이 점에 착안해 이전 영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라며 "통상 신규 계좌 납입금보다 이전 계좌의 납입금액이 크다는 점에서 중개형 ISA 납입금은 점차 탄력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관련해 박두성 금융투자협회 증권지원2부장은 "저금리 장기화 상황에서 이른바 '스마트 머니'를 좇는 고객이 자본시장으로 많이 넘어오고 있다"며 "자본시장 관련 상품은 상대적으로 증권사 상품 경쟁력이 높아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머니무브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