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이어갔다. 공모금액이 3조원에 근접하면서 지난해 연간 공모금액의 60%를 웃돌았다. 이번 달에도 대어급으로 꼽히는 SK IET의 수요예측과 청약이 예정돼 있어 열기를 이어갈 전망이다.
다만 수익률 측면에선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수요예측에 성공하면서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공모가로 증시에 입성한 경우 높아진 눈높이만큼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채워주진 못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32개사(스팩 포함)가 증시에 입성했는데, 공모금액이 2조85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연간 공모금액 4조 7000억원의 60%를 넘는 수치다. 초대어급으로 분류되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공모금액이 1조 5000억원에 달하면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청약증거금 기준으로도 63조원을 끌어들이며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최대 기록인 59조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올 초부터 공모시장의 열기는 후끈 달아올랐지만 수익률 측면에서는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특히 수요예측 과정에서 희망 밴드 상단을 넘어선 공모가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희망 밴드 상단을 초과해 공모가를 확정하는 기업이 늘면서 상장 이후 수익률 측면에선 다소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밴드 범위 밖 공모가를 확정할수록 상장 직후 수익률에는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에만 총 4개 기업이 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했는데, 이중 시초가가 200% 수준에서 형성된 기업은 1개사에 불과했다. 시초가 대비 평균 수익률도 3.2%로 3월 신규 상장기업 전체 평균을 하회했다.
디지털헬스 전문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는 전날 종가 기준 주가가 시초가 2만 5000원 대비 6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고, 지난달 초 증시에 데뷔한 나노소재 기업 나노씨엠에스도 50% 가까이 밀리고 있다. 올해 청약 열풍의 주인공 SK바이오사이언스 또한 시초가 대비 1만 5000원 가까이 주가가 뒷걸음질했다.
SK증권에 따르면 3월 신규 상장기업들의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86%, 시초가 대비론 평균 7.1% 수준을 기록했다. 이마저도 SK바이오사이언스를 제외하면 각각 76.8%, 4.2% 수준으로 떨어진다. 올해 1월 신규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 96.7%, 시초가 대비 평균 수익률 7.5%와 비교하면 더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공모시장의 호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음 달 증시 입성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는 SK IET의 수요예측과 청약이 이달로 예정돼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SK IET의 희망 공모가 밴드를 7만8000원에서 10만5000원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는데, 이 경우 기업가치가 최소 5조 5577억원, 최대 7조 4847억원에 달한다.
SK IET는 오는 22일부터 23일까지 수요예측을 거쳐 28일부터 29일까지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나 연구원은 "4월 IPO시장은 또 다른 대어급 기업의 등장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며 "이런 기업들의 연이은 등장은 시장 흥행을 지속적으로 끌고 갈 긍정적인 요인임에는 틀림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