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개월이 지났네요. 지난 3월 27일자 [다음주 주식 청약일정]아모센스 공모 '올스톱'…언제 다시? 기사에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스팩 투자와 관련한 더 자세한 설명을 소개한다고 했었는데요. (참고로 [다음주 주식 청약일정]은 4월 말 이후 [공시줍줍] 컷으로 합쳐졌어요)
당시에 줍줍 뉴스레터 등 다양한 채널로 독자 여러분이 스팩주를 다뤄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그 약속을 오늘 이행하게 되네요.
오늘 공시줍줍 주제는 스팩(SPAC)이에요.
최근 스팩(SPAC)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어요. 넘쳐나는 유동성이 공모주 투자에 쏠렸고, 다시 그 관심이 스팩으로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와요. 일부에선 코인 투자금이 스팩으로 왔다더라는 소문도 있고요.
오늘 공시줍줍의 주제는 스팩이지만 추측이나 소문은 제쳐두고, 투자자 시선에서 바라봐야 할 ①스팩 공모주 특징 ②합병공시 해석 ③투자 유의사항 3가지로 나눠서 살펴볼게요.
늦은 약속 지키기인 만큼 오늘도 스크롤압박 왕창! 길지만 빼꼭하게 많은 정보를 담아봤어요.
①입문편: 스팩 공모 투자 어떻게 하나요?
스팩(SPAC)은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줄임말이에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스펙’(학력, 토익점수, 자격증 등을 자신의 외형적 커리어를 합산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단어.
영어 단어를 그대로 풀어보면 기업인수라는 특수목적을 가진 합병회사를 뜻해요. 우리말로는 기업인수목적회사라고 해요. 스팩의 이름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증권사 이름과 번호를 결합해서 정해요. 예를 들어 2021년 5월 21일 주식시장에 상장한 삼성스팩4호는 삼성증권이 만든 4번째 기업인수목적회사라는 뜻이죠.
스팩은 일반적인 공모주와 똑같은 절차를 거쳐서 주식시장에 상장해요. 공모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비상장회사와 합병하는 것이 유일한 사업목적인 회사가 바로 스팩. 합병에 성공하면 자신의 이름은 버리고, 비상장회사의 이름으로 변신! 반면 합병에 실패하면 투자원금에 약간의 이자를 더해서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요.
주식투자자 입장에선 스팩도 공모주 투자의 한 종류라고도 볼 수 있지만, 세부 내용은 매우 달라요.
그동안 공시줍줍에서 많이 다뤘던 일반적인 상장공모주는 처음 상장계획을 밝힐 때 희망공모가격을 제시하고 이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가격을 결정하죠. 또한 청약증거금은 50%(청약주식 수×공모가격÷2)만 준비하면 끝!
반면 스팩의 상장 공모가격은 1주당 2000원으로 고정되어 있고, 청약증거금도 100%(청약주식 수×2000원)를 준비해야 해요.
참고로 스팩 공모주도 일반 공모주처럼 개인투자자 배정 물량의 절반을 균등배정으로 나누는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청약경쟁률이 높지 않아서 균등 배정만으로도 적지 않은 공모주를 받을 수 있어요.
표를 보면 최근 상장한 스팩은 많게는 균등배정수량이 244주에 달해요. 이는 일반 공모주보다 스팩 공모에 참여하는 청약 건수가 훨씬 적기 때문인데요. 물량 균등배정수량이 244주라고 해서 모든 청약 참여자가 244주를 받는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 244주를 청약하면 224주를 받는다는 의미. 즉 10주를 신청하면 10주를 받고, 100주를 신청하면 100주는 받는다는 뜻.
표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가장 최근의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청약 건수가 10만 건에 육박했고, 그 결과 10주를 신청하면 5주를 받아요. 일반 공모주와 비교하면 적지 않은 균등배정 수량이지만, 그동안의 스팩 공모주와 비교하면 훨씬 배정 수량이 적어졌죠. 그만큼 스팩 공모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얘기.
스팩도 일반 공모주와 똑같이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를 제출해요. 하지만 기업가치 분석은 의미가 없어요. 오직 비상장기업과 합병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여서 공모 절차를 거쳐 상장해도 당장 이렇다 할 사업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든 스팩 공모주의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는 이런 내용이 나와요.
당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라 회사의 주권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후 다른 회사와 합병하는 것을 유일한 사업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외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습니다.
합병 대상을 찾는 것 외에는 아무런 사업이 없다 보니 일반 공모주와 달리 상장 초반 주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아요. 공모가(2000원)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나중에 합병 대상을 찾았다는 소문(또는 사실)이 들릴 무렵에야 주가가 출렁이기 시작해요.
스팩이 상장 초반부터 공모가의 몇 배로 급등한다면 누군가가 고의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심을 가질 만해요. 한국거래소는 6월 초 일부 스팩 주식이 합병 소식과 무관하게 급등하자 시세조종으로 인한 불공정거래가 의심된다며, 조사에 나서기도 했어요. 스팩이 상장 이후 급등했을 때 독자 여러분이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지는 마지막에 알아볼게요. 바쁘신 분은 마지막부터 읽어주세요~
스팩은 상장 후 3년(36개월) 안에 비상장사와 합병을 완료(합병등기를 의미)하지 못하면 자동 상장폐지 절차를 밟아요.
스팩이 상장폐지되면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는 것은 아니고 투자원금에 약간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돌려받아요. 여기서 말하는 투자원금이란 공모가(2000원)를 의미해요. 돌려받는 원금과 이자는 스팩이 제출한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에서 'Ⅵ. 그 밖에 투자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 항목을 보면 '1주당 지급예상금액'이란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대체로 이자율은 1%가 안 되는 수준.
이자율이 낮은 이유는 스팩 투자의 속성이 이자수익이 아닌 비상장기업과의 합병 때 시세차익이기 때문. 만약 스팩 공모 청약에 참여해 균등배정수량 25주를 받았다면 투자원금은 5만원(25주×공모가 2000원)이고, 3년동안 합병에 실패한 후 돌려주는 이자율이 0.82%라면 만기에 대략 5만1200원을 돌려받는 개념인데요.
사실상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투자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해요. 따라서 스팩 공모주 투자는 원금 손실 부담은 없는 무위험 상품이지만, 합병에 성공하지 못하면 매우 낮은 이자를 받는 저수익 상품이기도 해요.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선 3년을 마냥 기다려선 안 되고 사전에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게 중요해요. 곧장 알아보도록 해요.
②실전공시 읽기(feat. 대신밸런스9호스팩)
스팩은 상장 후 3년 안에 합병을 완료해야 하지만 좀 더 정확히는 3년을 6개월 앞둔 2년 6개월 이내에 합병대상을 찾아서 한국거래소에 합병승인 신청을 해야 해요. 이렇게 해야 남은 6개월 동안 합병심사, 주총, 주식매수청구권 접수 등을 거쳐 합병등기까지 무난하게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2년 6개월 안에 합병신청을 하지 못하는 스팩은 한국거래소가 관리종목으로 지정해요.
그럼 스팩이 합병승인 신청을 했는지 알 방법이 무엇일까요. 스팩이 거래소에 합병승인 신청을 하면 전자공시시스템에 주요사항보고서(회사합병결정)라는 공시가 올라와요. 이 공시가 올라오면 합병심사에 들어갔다는 얘기이고, 그 즉시 주식거래는 정지됐다가 합병심사를 통과하면 다시 주식거래를 시작할 수 있어요.
따라서 줍줍 독자 여러분이 스팩 공모 투자자(또는 상장 이후 스팩주식을 산 투자자)라면, 스팩의 상장일로부터 2년 정도가 지났음에도 주요사항보고서가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면, 상당히 보수적 관점에서 투자 판단을 할 필요가 있어요.
그럼 주요사항보고서는 무엇을 담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실전 공시 읽기를 위해 등판시킨 스팩은 지난 6월 23일 주요사항보고서를 제출한 대신밸런스제9호스팩.
이 스팩은 작년 12월 23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했고, 상장후 6개월 만에 합병대상을 찾았다고 발표한 것인데요. 아래 그림은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도우려고 주요사항보고서 중 핵심 내용을 간추려 재편집한 내용.
1.합병방법은 코스닥상장사 대신밸런스9호스팩이 비상장회사 블리츠웨이를 합병한다는 내용.
8.합병상대회사를 보면 블리츠웨이는 피규어를 만드는 곳이고 작년 매출 126억원에 순이익 33억원을 기록했어요. 이 회사가 대신밸런스9호스팩의 합병 짝꿍.
3.합병의 중요영향 및 효과를 보면 합병 완료 후에는 배성웅 블리츠웨이 대표이사가 최대주주가 된다는 내용. 그리고 합병후 대신밸런스9호스팩이 서류상 남고(존속법인) 블리츠웨이는 없어지는(소멸법인) 방식이지만, 실제로는 블리츠웨이의 사업이 유지되기 때문에 사실상 블리츠웨이가 코스닥에 상장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
4. 합병비율은 30.14 이 얘기는 블리츠웨이 1주당 대신밸런스9호스팩 주식 30주를 받는다는 뜻(소수점 이하 단수주는 일반적으로 합병신주 상장일 종가 기준 현금 지급)
합병비율이 이렇게 결정된 이유를 설명하는 항목이 5. 합병비율 산출 근거. 대신밸런스9호스팩 1주는 2000원, 블리츠웨이 1주는 6만271원의 가치로 평가했기 때문에 합병비율 30.14(6만271원 ÷ 2000원)가 나오는 것이죠.
참고로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스팩의 가치평가는 합병계약 체결일 기준으로 ①최근 1개월 ②최근 1주일 ③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격을 기준으로 30% 범위에서 할인 또는 할증해요. 대체로 스팩은 합병 때 평가금액이 공모가인 2000원 수준에서 결정해요. 이는 상장 공모 때 확보한 현금 외에 별다른 자산이 없는 서류상 회사여서 시세 이상으로 가치를 평가할 수 없기 때문.
<스팩 합병발표일/ 스팩 합병가액>
6.23 대신밸런스제9호스팩 2000원
6.23 엔에이치스팩17호 2000원
6.9 한국제8호스팩 2200원
5.27 엔에이치스팩13호 2000원
5.26 엔에이치스팩18호 2000원
5.14 한화플러스제1호스팩 2000원
7.합병신주의 종류와 수. 이번 합병으로 대신밸런스9호스팩은 총 3241만9499주를 합병신주로 발행해서 블리츠웨이 주주들에게 지급한다는 내용.
10.합병일정. 합병계약일은 공시시점, 주주확정기준일은 9월 28일. 이 날짜는 뒤에 나오는 합병반대의사를 밝힐 수 있는 주주 명단을 확정하는 날짜를 뜻해요. 주주총회(11월4일)에서 승인받으면, 합병등기(12월8일)를 하고, 이후 합병신주는 12월 16일 상장해요. 12월 16일은 상장종목의 이름이 대신밸런스9호스팩에서 블리츠웨이로 바뀌는 시점이기도 하죠. 이때부터는 대신밸런스9호스팩 주주가 아닌 블리츠웨이 주주가 되는 것.
③스팩 급등에 대처하는 투자자의 자세
마지막으로 최근 스팩주 급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아볼 텐데요. 상장 공모를 거쳐 지난 6월 17일 코스닥에 들어온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인 4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이후 4일 연속 상한가. 이른바 '따상상상상'을 기록했어요. 그 결과 주가는 한때 1만원을 돌파했고 지금도 공모가의 4배가 넘는 8000원대에서 거래 중이죠.
하지만 공시줍줍 독자 여러분이 만약 삼성머스트스팩5호 주식에 투자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신중하게 고민할 점이 한 가지 있어요.
앞서 스팩은 합병대상을 찾는 것 외에는 아무런 사업이 없다 보니 일반 공모주와 달리 상장 초반 주가는 공모가(2000원) 수준에서 움직이다가 나중에 합병대상을 찾았다는 소문(또는 사실)이 들릴 무렵에야 주가가 출렁이기 시작한다고 했어요.
그렇다면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장과 동시에 이미 합병대상을 찾은 것일까요.
삼성머스트스팩5호가 상장 초반부터 급등하자 한국거래소는 조회공시를 요구했고, 스팩 측은 "시황변동과 관련한 중요 정보가 없다"라는 답변을 지난 23일 발표했어요. 스팩에서 중요한 정보란 당연히 합병대상을 찾았다는 내용인데, 그런 내용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죠.
즉 삼성머스트스팩5호가 상장 초반부터 공모가의 몇 배로 급등한 것은 분명 이상 급등 현상이라는 점.
특히 오늘 공시줍줍에서 말씀드릴 내용의 핵심은 단지 이상 급등이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아니에요. 스팩 주식이 이렇게 이유 없이 급등하면 나중에 합병대상을 찾기 어려워진다는 점!
스팩 주식의 가격이 높으면 그만큼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기준가격이 올라가요. 그러면 합병대상인 비상장회사의 주주는 합병비율이 불리해지겠죠. 본인들이 확보할 합병신주가 줄어드는 일이어서 달갑지 않아요.
예를 들어볼게요. 앞서 대신밸런스9호스팩의 합병하는 블리츠웨이가 만약 지금의 삼성머스트스팩5호와 합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①대신밸런스9호스팩 1주 2000원, 블리츠웨이 1주 6만271원
= 합병비율 30.14
= 블리츠웨이 주주는 1주당 30주의 대신스팩 주식을 받음.
②삼성머스트스팩5호 1주 8800원(6.28 종가 기준), 블리츠웨이 1주 6만271원
= 합병비율 6.85
= 블리츠웨이 주주는 1주당 6주의 삼성스팩 주식을 받음.
스팩과 합병하는 비상장회사의 최대주주는 합병 이후 본인이 합병회사의 최대주주가 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굳이 합병할 이유가 있을까요.
하지만 삼성머스트스팩5호처럼 이미 주가가 급등한 스팩과 합병하면 비상장회사의 최대주주 입장에선 본인이 확보할 주식이 줄어요. 최대주주가 안될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
물물교환을 생각하면 쉬워요. 비상장사 최대주주 입장에서 스팩과 합병하는건 본인이 가진 비상장 주식을 상장회사 주식(합병신주)으로 맞바꾸는 물물교환의 과정.
내가 가진 물건 1개를 상대방 물건 30개와 맞바꿀수 있는 ①번(대신밸런스9호스팩), 고작 6개와 맞바꿀 수 있는 ②번(삼성머스트스팩5호) 중 어느 것이 물물교환 대상으로 가치가 있을까요.
다시 말해서 비상장회사 최대주주 입장에선 주가가 이미 급등한 상태에 있는 스팩은 합병 짝꿍으로서 매력이 낮다는 의미.
동시에 스팩 투자자 입장에서도 삼성머스트스팩5호처럼 별다른 이유없이 급등한 스팩은 당장 합병대상을 찾았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낮다는 뜻. 이론적으로는 합병에 성공하려면 주가가 공모가 수준에 수렴해야한다는 점.
따라서 이런 스팩은 주식시장에서 단순히 사고파는 과정에서 시세차익을 얻을지는 몰라도, 합병 발표 소식을 기다리며 추가 수익을 기대하려면 다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점을 오늘 공시줍줍에서 마지막으로 점검해봤어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